총리 후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정홍원 총리 후임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사가 선임되었다.

두터운 국회청문회를 통과할지 미지수이다.

앞서 안대희 전대법관은 비교적 청렴한 분인데도 불구하고 전관예의논란 때문에 여론이 비등하자 6일 만에 자진 사퇴했으나 이번의 문창극 후보자는 당과 청와대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배수진에 힘입어 “갈 데까지 가보자”로 버틸 심산인 듯하다.

수백 명의 젊은 목숨을 앗아간 청해진해운 소속의 세월호 사주인 유병언에게 검·경·군과 전 국민에까지 거액의 현상금과 체포령이 내려진 가운데 구원파의 본산인 금수원 현수막에는 여전히 현 정부 실세를 향해 ‘갈 데까지 가보자’, ‘종교탄압’이라는 문구와 검찰을 조롱하는 글을 바꿔가며 게시하고 있는 터에 총리후보자마저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고집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문 후보자와 유병언의 길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여럿 발견된다. 본인이나 정부 관계자는 펄쩍 뛸 일이나 두 사람 모두 목사, 장로로서 골수 기독교인이며 보수적인 친 정부, 친 권력 성향을 갖고 있다.

유병언은 80년대 군사정권주역 전두환 일가와 친분을 맺으면서 관광유람선 ‘세모’를 독점 운영하고 그 뒤 부동산 여객선, 식품사업 등을 확장하면서 세력을 넓혀 나갔다. 한국 기독교의 특징인 짧은 기간에 교인을 끌어 모으고 이들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사업 확장을 꾀했다.

세인의 이목에 드러나게 된 것은 세모운영 책임자와 직원들이 한꺼번에 집단 자살했다는 사건이다. 타살 의혹이 짙지만 사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한국 최고의 검찰수장이 지휘했지만 오리무중이었다.

문제는 세모의 수십 명 신도와 세월호의 수백 명 국민들이 죽었어도 원인 규명은 물론 사주와 일가 측근들의 진심어린 반성과 참회도 없고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유병언이 기독교를 빙자해 세력과 재산을 모았듯이 문 후보 역시 하나님의 권위를 이용해 국민과 역사를 심판 우롱해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교회도 공적 영역이다

한국 개신교의 발생지이자 역사적으로 민족주의가 강한 평안도에서 1·4 후퇴 뒤 월남한 문 후보자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주류 언론에 평생 종사했지만 그의 가치관은 바뀌지 않았다.

이른바 종교와 권력을 동일시 한 것이다. 정교분리 원칙의 민주사회에서 정교일치의 왕조시대 봉건주의 역사관·민족관·국가관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지식인 또는 지성인이란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르게(중도로) 보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그는 시대착오적인 또는 친 정치권력 지향의 지식인들처럼 편향되고 탐욕적이며 수구적이다.

크게보기대학과 교회에서는 식민지와 분단, 6.25전쟁과 위안부 문제에 이르기까지 애꿎은 하나님을 앞세워 역사와 민족을 왜곡하고 망언을 일삼았다. 칼럼에서는 해바라기 친 권력 성향으로 제주 4·3항쟁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무료급식을 종북·좌파로 몰아부쳤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기념일로 제정했음에도 말이다.

수천 년 찬란한 문화와 외세에 항거한 자랑스러운 민족사에는 눈감고 제국주의 정치와 종교에 맹신하는 반민족·반민주적인 극우인사가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에 취임하는 일은 정상이 아니다. 적폐를 없애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겠다는 정부정책과도 맞지 않다. 남과 세상을 비판하면서 살아온 삶이 최고 공직자로 바뀌는 순간 그 자신이 세상의 심판대상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마치 일제 총독이 환생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대통령과 후보자 본인이 겸허하게 성찰하고 더 이상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민심을 거스르는 이번 지명은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윤 소 암 (시인, 한국불교역사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