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어느 산중절의 고승 한 분이 하신 법어가 있다. “인생 무대에서 한바탕 멋들어지게 살아라“는 말씀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연극무대와 극장도 있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소규모의 오락장이 널려 있으나 노선사의 말씀은 인생자체가 커다란 무대이며 인간은 이 속에서 희로애락을 연기하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즐겁고 유쾌하며 행복한 삶을 누리라는 메시지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인생 무대에서 즐겁고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는 게 아니라 고통과 슬픔으로 또는 알지 못하는 분노로 불면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번 세월호 침몰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왔고 슬픔과 분노가 차곡차곡 쌓여오다가 드디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 5년의 빈부의 양극화와 부도덕한 그들만의 리그에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는 국민들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그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전정권의 부조리와 적폐를 다스리겠다고 공약하고 당선되었으나 대통령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망각 잘하는 국민들에게 불을 지피려는 듯 경제민주화, 복지정책은 사라져 버렸고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공직자 부패, 4대강 비리, 국정원과 국방부의 부정선거 개입에 처벌은커녕 면죄부를 주고 있다.

전 정권의 선거부정 사건을 수사하던 강직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쫓아내버리고 그 자리에 정권의 말 잘 듣는 아부형 공직자들을 대거 기용했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은 첨단정보통신이 발달한 21세기를 7080년대의 산업화 권위주의시대로 착각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계속 후진만 하고 있어 국민들은 불안하다. 이러다가 벼랑에 내몰리는 게 아닌가. 세월호 침몰처럼 속절없이 가만히 있다가 물밑으로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극도의 불신과 불안심리가 팽배하다.

경기를 부양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정책을 펴겠다고 했지만 정작 경기는 내리막길, 부익부 빈익빈은 심화되고 사회적 약자들은 살아갈 여력이 없으나 부자들과 고위 공직자들은 돈과 권력에 취해 그들만의 합창을 부르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다져 놓은 경제, 안보, 안전장치는 모조리 친북, 종북으로 몰아 실패한 10년 정권으로 혹세무민하면서 안보, 국방책임자들은 무책임하게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에 눈이 멀었다.

전임 대통령의 튼튼한 안보를 왜곡하고 부패한 보수층과 착한 보통시민들을 기만해서 정치적인 이익과 정쟁으로 금쪽같은 1년을 허송세월했다. 그것도 모자라 죄 없는 시민을 간첩으로 조작해서 국제적인 외교분쟁까지 일으키는 어처구니없는 국가 위신의 추락을 태연하게 저질렀다.

무고한 많은 국민들이 희생되었지만 사건 사고의 정확한 진상규명 조차 내놓지 못하는 무능하고 포악한 이 정권이 지향할 바가 어디인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광화문에서 늦은 밤 북악산을 쳐다보면 그 중심에 있는 청와대는 늘 안개 속이다. 산 밑과 산허리에 위치해 있어 봄날의 황사, 미세먼지, 여름날의 비바람, 겨울의 운무에 가려 청와대의 불빛은 쾌청하지 못하고 연중 반은 캄캄하다.

크게보기안개속의 청와대와 대통령은 마치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신비하고 은밀하지만 이 시대는 IT통신과학의 특징인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가 서로 소통하는 원융화합의 시대가 아닌가. 돈과 권력을 독점하고 사람을 편 가르며 이념을 악용해서 사회 불안을 조성하고 전쟁 위기로 몰아가겠다면 청와대에서 내려와 자기만의 왕국을 만들라. 그렇지 않으면 푸른 기와집의 좁은 무대가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이 함께 노는 인생의 큰 무대로 내려가 살아 있는 학습을 쌓아라. 지금도 늦지 않다.

윤 소 암(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 시인/ 한국불교역사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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