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상은 석가모니불의 특징적인 항마촉지인을 취하고 있는데, 몇 차례의 보수와 개금을 거치는 동안 수인이 변경되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항마촉지인을 취하였는지 불확실하다’
-『부석사』, 김보현, 배병선, 박도화. 대원사 간행. 2008. 12.

‘수인은 조선시대에 불상의 파손된 것을 고치면서 바꾼 것이다’
-『한국미술사 강의』2, 유홍준. (주)눌와 간행. 2012. 9

‘이 불상이 모셔져 있는 전각이 무량수전이기에 아미타불로 추정하고 있다(중략)항마촉지인의 수인을 맺고 있고, 무량수전의 건립보다 200여년 이상 이른 시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건물의 명칭만으로 아미타여래라고 단정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불교조각』Ⅱ, 강우방·곽동석·민병찬. 솔출판사 간행. 20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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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무량수전에 봉안된 국보 45호 소조아미타여래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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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아미타여래좌상의 측면.

요즘 들어서 필자가 자주 언급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이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 먼 옛날의 것들이 사라졌어도 항상 현장에는 어떤 단서하나 둘은 꼭 남아 있다. 아마도 지구가 산산이 부서져 사라지면 모를까.

국보 45호 부석사 무량수전 소조여래좌상 즉 흙으로 빚은 앉아 있는 불상이라 뜻이다.

서두부터 선학(先學)들의 의견을 언급한 것은 현재 무량수전 소조여래좌상과 관련된 시각들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이는 무량수전 소조여래좌상을 왜 아미타 즉 무량수불로 단정 짓지 못하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선 무량수전 소조여래좌상이 아미타불이라는데 먼저 결론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글을 시작한다.

왜 아미타불인가.
그 근거는 서두에서 언급한 선학들과 많은 연구자들이 인용하고 있는 경북유형문화재 127호 부석사 원융국사비의 비문이다. 이 비문에는 원융국사(964~1053)의 제자가 무량수전에 왜 아미타불 한분만 봉안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사가 이를 설명하면서 중국 화엄종 2조 지엄화상으로부터 신라 의상스님에 이어진 법맥이 원융국사에게까지 이르렀음을 밝히고 있다.
비문의 내용을 옮기면

“이 절(부석사)은 의상조사께서 서화(西華:중국)에 유학하여 화엄(華嚴)의 법주(法炷)를 지엄(智儼)으로부터 전해 받고 귀국하여 창건한 사찰이다. 무량수전(無量壽殿)에는 오직 아미타불의 불상만 봉안하고 좌우보처(左右補處)도 없으며 또한 전전(殿前)에 영탑(影塔)도 없다. 제자가 그 이유를 물으니 의상(義相)스님이 대답하기를, “법사(法師)이신 지엄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일승(一乘) 아미타불(阿彌陀佛)은 열반에 들지 아니하고 시방정토(十方淨土)로써 체(體)를 삼아 생멸상(生滅相)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에 이르기를, ‘아미타부처님과 관세음보살로부터 관정수기(灌頂授記)를 받은 이가 법계(法界)에 충만하여 그들이 모두 보처(補處)와 보궐(補闕)이 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지 않으신 까닭에 궐시(闕時)가 없으므로 좌우보처상을 모시지 않았으며 영탑(影塔)을 세우지 아니한 것은 화엄(華嚴) 일승(一乘)의 깊은 종지(宗旨)를 나타낸 것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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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유형문화재 127호 부석사 원융국사비의 부분

그러나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비문의 이 부분만을 대부분 인용하고 있지만 정각 중요한 앞 구절을 완전 무시하거나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융국사비문을 보면 국사가 부석사에 무사히 안착하였다는 내용이 끝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이어간다.

“……浮石寺媲　本師釋伽以靈鷲山爲七寶凈土常安住也.(.....부석사와 짝을 이루었다(혹은 부석사 처마에 이르렀다). 본사이신 석가여래는 영취산을 칠보정토로 삼아 항상 안주하신다.)”

이 문장에 대해 ‘『校勘譯註 歷代高僧碑文』【高麗篇2】(1995)’에서는 “화엄정토(華嚴淨土)의 사상을 주창하여 본사(本師)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아미타불(阿彌陀佛)에 비대(媲對)하였으니 영취산(靈鷲山)으로써 칠보정토(七寶淨土)를 삼아 항상 안주(安住)하시는 보신불(報身佛)로 여겼다.”라고 하였다.

이 해석의 문제는 비문에 등장하는 ‘媲’(비: 짝, 견주다, 평고대(처마에 쓰는 목재)라는 글자다.

비문에는 ‘浮石寺媲’이라하고 두 칸을 띄어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는데 『校勘譯註 歷代高僧碑文』에서는 ‘媲’자를 다음 문장에 연결하여 작위적인 해석을 하였다.

비문의 내용을 보면 무량수전의 항마촉지인 불상이 왜 아미타상인지 답이 나왔다.

바로 영취산을 칠보정토로 삼아 항상 안주한다는 것은 곧 석가여래와 아미타가 둘이 아닌 하나의 부처라는 불신관(佛身觀)을 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상스님의 강의를 엮은 『화엄경문답』에서는 ‘『인왕경』에 이르기를 ‘오직 부처님 한 분만이 정토에 거주하고 계신다’라고 한 것이다’라고 하여 영취산의 칠보정토와 극락세계의 칠보정토가 하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하나의 장치가 있어 무량수전의 항마촉지인 불상이 아미타불임을 확정짓는 이유가 있다.

이에 대한 결정적 근거는 향후에 보강하기로 하고 부석사 원융국사비를 바탕으로한 무량수전의 불상 명호에 대한 얘기를 일단락 짓는다.

참, 지난 호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예서 보충을 하고자 한다. 다름 아닌 『법계도기총수록』에서 의상스님은 부석사에서 40일 법회를 통해 “일승(一乘)의 십지(十地)는 횡(橫)적이며 수(竪)적이다”라고 하여 가로로 10개의 석축, 세로로 10개의 석축이 일승의 십지를 형상화 했다는 필자의 부석사 석축 구성 원리를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