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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적폐’의 일부임을 인정해야”<br>유시민-조계종 교육아사리 질의응답 현장

모지현기자 | momojh89@gmail.com | 2014-08-22 (금) 18:09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월 22일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 스님)의 2014년 승가교육 전문연구자워크숍 강사로 초청돼 조계종 교육아사리들을 만나 ‘한국사회의 현실과 국가의 역할’에 대해 논했다.

유 전 장관은 민주적인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시민의 기본권과 민주적 통제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보편적 복지제도와 선별적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법치주의를 제대로 확립하며 경제구조와 사회제도를 전면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강에 이은 질의응답은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교육아사리들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의거, 세월호 특별법 관련 형국과 정치, 종교 등 다양한 범위의 질문을 쏟아냈다. 유 전 장관과 교육아사리들의 문답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문 : 지금의 국가가 세월호 아픔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답 : 지금 정부나 청와대가 하는 것은 어떤 국가 이론으로도 설명이 잘 안 된다. 따라서 지금 정부나 청와대, 대통령이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인간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인간적인 이해’란 무엇이냐면, ‘그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라는 것이다.

나는 이성과 감정 중에 감정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지만 그 배후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이성의 작용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군인이 후임병을 때려서 죽였다는 것을 들으면 누구라도 화가 난다. 그 뒤에는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때려죽일 수 있어’, ‘그러면 안 돼지’ 라는 이성의 작동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이 일어나면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슬픔, 어이없음, 원통함이었다. 화딱지 나는 것이 제일 먼저이고, 그 다음에 ‘사고가 어떻게 된 거지?’, ‘왜 못 살렸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이성과 논리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사고 다음날 실내체육관 갔을 때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할 때 32초 동안 눈을 뜨고 있었다. 그 후에야 눈물이 나왔다. 대통령이 뭔가 막혀있다고 본다. ‘그렇게 막혀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는 것이 앞서 말한 ‘인간적인 이해’이다.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 그 어머니가 영정을 안고 청와대 삼거리에 앉아있자 영부인이 나와 모시고 차를 대접했다. 박정희 대통령도 만난 걸로 안다. 전태일 열사가 주창한 모든 것을 다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일단 사람이 죽었을 때 영부인이 내려와 차 대접을 했다는 것, 그게 사람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일에서는, 유가족들이 걸어서 청와대를 갔는데 동사무소 앞에 밤새도록 앉혀 놨다. 청와대에 넓은 공간이 많다. 수석이라도 나와서 오시게 해서 죄송하다고 차대접이라도 하고 대통령이 사정이 안 되니 수석들과라도 얘기하자고 하는 게 맞다.

이 모든 것들은 국가이론이나 정치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설명할 수 있는 일이다. 미스터리의 7시간 때문인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확고한 생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정상 궤도를 벗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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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한 신도가 내게 와서 부탁이 있다면서, 법문 때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무슨 정치적인 이야기를 했냐고 하니, 세월호 얘기를 말하는 거였다. 일반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인 사건으로 인식한다는 반증 같다.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으로 보게 되는 이유가 있을까?

답 : 세월호 사고로 인해서 대통령 등이 곤란해진 경우가 많아 그 얘기를 하면 정치얘기로 해버린다. 권력자들에게 불편한 것은 정치고 불편하지 않으면 순수프레임이라는 것이다.

우리들의 대뇌피질에는 거울신경세포가 쫙 깔려있어서 그 덕분에 공감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픔을 느낄 수 있고 감정을 느끼는 것은 거울세포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공감, 공명, 감정이입의 재능이 있는 것이다. 이게 마비되면 엄청난 범죄가 되는 것이다.

악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평범하고 비속한 것이다. 나는 우리들 자신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악에 가담할 수 있다고 본다. 특별히 악한 의도를 가져서가 아니라 ‘생각 없음’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생각 없음’.

이것은 공감과 감정이입이라는 생물학적 재능을 발현할 수 없도록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적 이유 등으로 자연스러운 공감의 표출 자체를 억누르는 분들을 보면 안쓰럽다. 40일을 단식해서 다리가 미라처럼 깡 마른 걸 보면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이를 억제해버린 것이 한국현대사회의 비극이다.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타의적 자기검열이자 자발적인 자기검열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논란될 것이 없다. 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를 하고 죄가 있으면 기소를 하면 된다. 그걸 가지고 한 달 동안 국회가 저러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특별법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우리사회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이고, 상식과 인간적 감정을 벗어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문 : 대통령을 향한 분노와 원망이 극심하다. 대통령중심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답 : 대통령제나 내각제나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내각제를 채택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다만 대통령제가 오랜 대중의 투쟁 끝에 쟁취한 역사적 쟁취물과 성과로 생각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제도의 장단점에 대한 비교나 논리를 넘어서는 변화가 있지 않으면 국민투표 시 부결될 가능성이 많다. 현행 대통령중심제를 하면서도 헌법상의 책임총리제를 보완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겠다.

세월호가 온갖 적폐들이 쌓여서 일어난 일이더라도 사고가 난 시점에서 해경이나 국가조직들이 너무나 무능했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총체적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포괄적 책임표시를 하고 늦더라도 구조와 실종자 수색 등에 최선을 다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면 세월호 문제가 대통령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쓰이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 멀리 왔다. 누구도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는 사람은 없지만, 포괄적 책임의식을 표명하면서 국민이 기댈 수 있기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요구가 충족되지 않음에 따른 반작용으로 이렇게 어려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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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불교, 천주교 등 종교를 떠나서 현재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많은 종교인들이 기득권 인사들의 논리를 갖고 강자를 비호하는 속에서 ‘종교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다’라고 하는 것에는 책임이 크다. 종교인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해 말해 달라.

답 : 군시절, 군사재판을 받으러 갔다. 합판으로 만든 가건물에 나비가 한 마리 들어왔는데, 그놈이 나가려고 하는데 창문에 부딪히는 거다. 타닥타닥 부딪히는 소리를 모두가 듣고 있었다. 누군가 저 나비를 잡아서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헌병 때문에 꼼짝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가 일어나더니 묶인 채로 가서 나비를 잡아 현관문 있는 곳으로 날려 보내고 자기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몸의 움직임이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느끼게 하는 움직임이었다. 헌병도 보기만 하지 뭐라고 말을 못하더라. 그분이 신부님이 되기 전인 ‘수사’라고 했다.

첫 휴가를 나와 제정원 신부를 찾으러 갔는데 잘 못 찾아가 제정무 선생을 찾아갔다. 마치 제정무 선생을 찾아온 것처럼 태연하게 대화를 하면서(웃음), 제대하면 또 민주화운동을 해야 하는데 겁이 난다, 교회에 나가면 용기가 생길까 물어봤다. 그분이 하는 말이, 너 교회 나올 필요 없다, 교회 안 나와도 잘 살고 있고, 교회 나와도 겁은 안 없어진다, 나도 겁나는데 참는 거야. 두려움을 없애는 것은 신이 되려고 하는 것이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두렵지만 참고 나가는 것이 인간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내가 종교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종교의 도움이 없이도 도덕을 세우고 지킬 수 있는가, 종교의 도움 없이는 안 되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지금은 종교 도움 없이도 도덕을 세울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종교가 잘못되면 그 종교가 도덕과 윤리를 해치기도 한다.

종교도 사람이 하는 거니까 완전할 수가 없다. 부처님이 아무리 좋은 법을 펴도 그 것을 듣고 배우고 따라하는 사람이 인간이기 때문에 완전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종교사회도 일반사회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문제가 양상을 달리하면서 있는 것이다. 모든 종교인들이 보통사람보다 훌륭해진다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보통세상보다 훌륭한 사람이 많이 보이는 정도는 기대한다.

종교인이 왜 저러냐, 종교사회가 저럴 수 있냐고 한다면, 종교사회도 인간사회니까 그럴 수 있다고 답하겠다. 나쁜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존경해야 하는 게 아니고, 모자란 사람들이 모여서 훌륭한 곳으로 가려는 노력이 아름다운 것이다. 종교계 내부의 여러 문제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생기는 약점이라고 본다.

종교인이라고 욕망과 충동을 극복할 수 있나? 극복을 못 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다만 종교인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분들이니까 자기 자신의 마음도 더 많이 들여다볼 것이다. 일반 회사나 정당, 동호회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보통사람은 도덕과 이성으로 다스리지만 종교사회에서는 그 종교의 가르침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종교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본다.

문 : 부처님은 부처님은 체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지도자가 나라를 다스리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전륜성왕이 다스리는 불교이상국가론을 제시했다. 나는 정치와 종교의 목적은 동일하다고 본다. 종교는 모든 사람들이 선의 행위를 통해 이상사회나 복된 국가로 나아가려는 것이고, 국가는 법과 제도를 통해 좋은 나라로 나아가려는 것 아닌가?

답 : 누가 다스리는 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고대 그리스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꼽혔다. 플라톤이 누가 다스려야 하냐는 문제를 제기했고 그 이후 1,000년동안 유럽을 지배했다. 그러나 실제적인 삶속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 권력을 잡았다. 완력이 국가권력의 원천이었다. 힘 센 사람이 왕이 되니까 덕성 있는 사람이 왕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었다.

후대에 와서는,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행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은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위대하고 아름다운 존재이지만 변덕이 심하고 뇌는 오작동을 잘한다. 정치체제 문제에 있어서는 누가 다스려야 하냐는 질문보다 최악이 다스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나쁜 짓을 못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또, 종교와 정치는 완전히 분리되어야 맞고 그래야만 한다. 정치는 물리적 강제력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다. 물리적 강제력을 가지고 선을 행하는 것이 정치인의 일이다. 그러나 종교지도자가 폭력을 가지고 일하나? 종교인이라면 정치인의 수단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종교지도자는 영혼을 다루는 사람이다. 이 두 영역이 합쳐진다면, 즉 악마성을 가진 국가폭력에 종교가 씌워지면 도그마가 되고 지옥 속으로 가는 것이다.

다만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같은 경우 적극적으로 가난을 만들어내는 체제에 대한 배제와 반대를 말했다. 정치는 합법적 폭력으로 구성된 국가권력의 기능과 작동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종교는 정치를 다루지 않지만 악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종교인의 의무라는 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이다. 종교와 정치는 완전히 분리돼야하고, 현실 권력과 결합하지 않은 채 마음을 움직여 영향을 미치도록 격려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다.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것이다. 저는 언제나 제 위치에 있었다. 때로 진보로 보이기도 했고 보수로 보이기도 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진보의 개념은 미군철수나 노동조합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나와 무관한 다른 사람의 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 내 사적 재원을 일부를 기꺼이 내놓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문 : 지난 선거에서도 그렇고 후보 단일화 등 정치연대에 대한 진통이 많았다.

답 : 야권후보 단일화는 최근의 일이 아니고 이승만 대통령부터 있던 일이다. 다만, 후보단일화나 연합이 정치의 문제로 있어야 되는데 도덕의 문제로 넘어와버린 것이 문제이다. 단일화에 있어서 3번 이후의 약세후보들이 사퇴하면 훌륭하다고 박수쳐주고 사퇴 안하면 그냥 넘어가야 한다. 훌륭한 일을 안했다고 비난할 순 없다. 단일화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착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정치연대는 현행 선거제도와 우리나라 사회상황, 다양한 국민요구의 불일치로 빚어지는 일이고, 우리 정치는 아직도 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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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시민이란 무엇인가?

답 : 국민이 되는 것은 아무 노력도 의지도 필요하지 않은 일이다. 태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시민이 된다는 것은 주관적이고 주체적인 것이 들어간다. 우리사회가 어떤 원리에 의해 조직된 사회이고 내가 합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와 이행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를 알고 행동하는 국민들이 시민이다.

우리나라는 시민이 굉장히 적다. 정치할 때는 감히 유권자를 향해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없었지만(웃음). 모범 민주국가 독일의 경우 나치정권과 전쟁, 분단을 통해 진정한 민주국가로 거듭났다. 독일 민주당의 총재를 지낸 프리드리히 에버트는 독일민주주의가 실패한 것은 민주주의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주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민주주의를 했기 때문에 망한 것이다. 에버트는 유언으로 부조금 모아 시민정치교육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 만든 게 에버트 재단이다. 에버트 재단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는 여러 재단에서 끊임없이 정치 강연을 하고 교육이 이뤄진다. 독일의 민주주의가 달라진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깨닫고 원리를 이해하고 자기 권리 행사할 줄 아는 시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제도적 결함과 모순이 있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투표율이 낮다. 민주주의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국민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이런 것은, 오로지 정치인들이 나쁘고 멍청해서만은 아니다. 투표를 하러 오더라도, 투표하는 사람들 중에도 내가 누구인지, 민주주의란 게 뭔지 교육받아본 적도 없고 세뇌를 당한 시민들도 많다. 제도 하나를 바꿔서 나아지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알고 적극 행사하고 이행하는 사람들이 ‘깨어있는 시민’이다.

문 : 국민은 해방 이후 압축성장 과정에서, 또 공감능력이 없는 정치인들에 의해서 길들여져 있다. 그 와중에 오히려 지식인들은 패배주의적이다. 유 선생은 이 문제의 답을 ‘훌륭한 시민’으로 도출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닌가?

답 : 유신 때 투표율이 95%였고 그 중 찬성율이 91프로였다. 광주학살을 일으키고 또 하려고 국민투표를 했는데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100명 중에 99명이 겁이 나서든 판단을 잘 못해서든 엉터리 투표를 한 국민이다. 그 못나빠진 국민이 7년 후에 정부와 정면 충돌해서 정부를 무너뜨리고 개헌을 한다. 그런데 개헌을 하고 또 아무리 단일화가 안 되고 그렇지 노태우 찍었다.

국민은 위대하지도 우매하지도 않다. 대중은 변덕스럽고 우매해보이지만 한편 위대하다. 인간 일반이 그런 것처럼. 나는 대중을 완전히 신뢰하지도 않고 불신하지도 않는다. 다만 많은 사람이 뭔가를 원할 때는 어떤 조건에서도 한다는 것은 안다.

정치인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해법을 말했고 많은 시민이 같이 하기도 했다. 분명히 할 수는 있는데 기성 정치를 바꿀 만큼은 아니다. 지난 대선 안철수의 경우도 그렇다. 좋은 사람이 나와서 잘 하면 좋지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뭔가를 투자하지는 않았다. 지금 정치상황은 국민의 선택이 누적된 상태이고 현주소고 우리가 가질만한 가치의 정치이다. 진짜 정치를 원한다면 대통령을 욕하기 전에 나를 바꿔야 한다.

문 : 최근 ‘적폐’라는 말이 유행 아닌 유행처럼 나돌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적폐를 걷어낼 수 있을까?

답 : 적폐가 없는 사회가 있을까? 어떤 사회도 위대한 인물이 백지 위에 도면 그리듯 만들어진 것은 없다. 어제가 없이 존재하는 오늘은 없다. 지금 대통령은 과거의 적폐는 적폐, 나는 나라고 생각하니까 없앨 수 있는 적폐가 없다. 그가 고스란히 적폐 속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적폐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진단이지만,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도 적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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