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부산 금정선원을 시작으로 진행된 선학원의 지역별 분원장 회의가 7월 30일 서울·경기·강원지역 분원장 회의를 분원장 개별 참여로 대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서울 및 경기, 강원 지역 분원장 회의는 당초 이날 오후 안국동 선학원 중앙선원에서 갖기로 했었다. 그러나 선학원 분원장 회의를 반대하는 수덕사 측의 항의시위가 예정됨에 따라 불필요한 충돌사태를 우려해 회의 하루 전인 7월 29일과 30일 오전 해당 분원장들이 개별적으로 중앙선원을 찾아와 조계종의 법인법에 관한 설명을 듣고 결의문에 서명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30일 서울 및 경기, 강원지역 분원장 회의를 끝으로 전국 147개 분원장들이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회의 행보를 지지하는 결의를 함으로써 향후 재단이사회는 선학원의 방향을 정하는 권한을 위임받게 됐다. 이에 따라 선학원 재단이사회가 조계종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탈종에 이은 분종의 길을 선택할 지, 아니면 조계종단과 대화에 다시 나설지는 재단 이사회의 행보에 따라 결정되게 됐다.

서울, 경기, 강원 지역 분원에서 결의문에 서명한 분원장들은 모두 63명이다. 당초 80여 분원장들이 30일 회의에 동참하기로 했으나, 수덕사 측의 항의시위가 예정되어 있어 63명의 분원장들만 안국동 선학원 중앙선원에 어제(29일)과 오늘(30일) 오전 다녀갔다. 이들은 수덕사측과의 물리적 충돌에 따른 불교이미지 실추를 염려해 개별적으로 중앙선원을 찾아와 법인법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결의문에 서명한 후 돌아갔다고 선학원측은 밝혔다.

한편 수덕사 측 2백여 사부대중들은 이날 오전부터 안국동 선학원 앞에서 연좌 항의시위에 들어갔다가 오후 2시쯤 돌아갔다. 선방 수좌 등 수덕사 스님들은 연좌 시위에서 ‘선학원 이사진의 탈종 및 해종행위에 대한 덕숭총림 수덕사의 입장’을 공표하고, 재단이사회 임원들을 규탄했다.

한편 선학원 이사회 이사장 법진 스님은 이날 오후 3시 선학원 중앙선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덕사 측의 시위와 선학원 전국 분원장 회의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재단 내부 행사인 분원장 회의를 방해하는 수덕사 측의 행동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법인법과 관련한 선학원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선학원 이사 및 감사 스님들이 배석했다. 다음은 법진 스님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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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오후 3시 이사장 법진스님 등 선학원 재단 임원들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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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에서 상경한 스님과 신도 등 사부대중 2백여 명이 선학원 재단이사회 임원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안국동 선학원 앞 공터에서 가졌다.


-오늘로서 지역 분원장 회의를 마쳤다. 소감과 의미를 설명해달라.

“재단법인 선학원의 분원장 회의는 선학원 설립일에 맞춰서 보통 10~11월 사이에 전국 분원장 회의를 하거나 지역별 분원장 회의를 해왔다. 보통 연 2차례 지역 및 전국 분원장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금년에는 종단의 법인법 과 관련해서 지역별 분원장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4개 권역으로 나눠서 지역별 분원장 회의를 열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23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분원장 회의를 시작했다. 분원장 회의는 재단 내부의 회의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는 행사이다. 그런데 부산에서부터 정범 스님 등이 방해를 했다. 대구, 대전에 이어 서울에서도 방해를 했다. 지역주민이나 사찰들에 많은 불편을 끼쳤다. 한두 번 하고 말 줄 알았는데, 계속 방해를 하는 것은 정말로 좋지 않은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있나?

“다 알다시피 대구 보성선원은 어린이 포교를 활발하게 추진하는 등 대구지역에서 매우 모범적인 도량으로 인정받는 분원이다. 그런데 보성선원에서 분원장회의를 하는 날 부득이 절의 문을 걸어 잠갔다. 사찰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대전 심광사에서 열린 분원장 회의에는 수덕사측에서 예비승은 물론 외국인 승려들까지 동원해서 방해를 했다. 불교의 잘못된 민낯을 보이는 것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분원장 회의를 사실상 개별참여로 대체한 이유는 무엇인가?

“부산, 대구, 대전에서의 분원장 회의를 거치며 서울에서 여는 분원장 회의도 걱정이 많았다. 공식적으로 참석하는 분원장이 83명이고, 이사들을 포함해서 100여 명이 훨씬 넘는 스님들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수덕사 측에서 이날 회의시간에 맞춰 항의시위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고민 끝에 스님들이 또 다시 충돌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논의 끝에 개별 참석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분원장 회의의 성격은 무엇인가?

“사실 선학원 분원장 회의는 다른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종단(조계종단)에서 새로이 공포한 법인관련법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회의 참여에 어떤 강제력이 미치는 자리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든 종단과 수덕사에서 간여할 성격의 회의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수덕사 측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불교 전체의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가 가장 염려됐다. 그래서 이사스님들과 상의를 해서 분원장 스님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의견을 듣자는 뜻에서 전화를 일일이 걸었다. 분원장 스님들 중에는 종단 등에서 하도 많은 전화를 받아서 전화를 꺼놓은 분들이 많았다. 나는 종단에서 선학원과의 합의를 깨고 법인법을 새로 만들어 놓고 선학원에게 무조건 들어오라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각자 와서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결의문에 서명여부를 결정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분원장 스님들이 어제(29일) 이곳(선학원 중앙선원)에 다녀갔다.

그렇게 분원장 스님들 의견을 이미 다 들었는데 구태여 회의를 열어서 대외적으로 불교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미리 받은 결의문 서명으로 대체하게 된 것이다. 부산지역 분원장 회의에는 참석 분원장 33명 중 1인을 빼고 다 지지 서명하셨고, 대구는 33명 중 33명이 다 지지 결의를 제출했고, 대전 33명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방해해서 돌아갔으나 참석한 19분은 모두 지지 서명을 하고 돌아갔고, 서울은 80여 분 참석하기로 했지만 보다시피 이런 일이 생겨서 63분이 서명을 했다. 그래서 총 148분원에서 참여해서 147분원에서 선학원 이사회의 방침을 지지한 것이다.“


-수덕사 측에서 왜 이렇게 반대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정혜사가 재단법인 선학원 소속이다. 정혜사 재산은 정혜사로 되어 있고 주지를 선학원에서 줄곧 임명해왔다. 간월암은 정혜사의 말사에 해당된다. 그동안 재단에서 도의 스님에게 창건주 역할을 드려왔다.

그런데 도의스님이 추천한 정혜사 주지가 절을 폐쇄적으로 운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당시 수덕사 주지였던 법장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당시 선학원의 이사장이셨던 정일스님을 찾아와서 창건주를 수덕사 임회로 바꿔주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을 해왔다. 이 요청에 도의스님도 동의를 해서 선학원에서는 임회가 창건주 권한을 행사하도록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 것이다. 법장 스님은 어차피 정혜사와 간월암은 선학원에 재산등록 된 절이므로 소유지를 재단법인 선학원으로 등기이전 하겠다며 그 대신에 정혜사와 간월암의 창건주를 임회로 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준 것이다. 그래서 법장스님이 추천하는 분으로 정혜사와 간월암 주지를 임명했고, 그 후도 마찬가지였다. 선학원에서 한 번도 그분들(법장스님과 설정스님)의 추천을 안 해준 적이 없다. 그런데 선학원과 상의 없이 정혜사와 간월암 주지가 재단을 속이고 재판을 해서 선학원 재산을 종단으로 넘기려고 해서 선학원에서 다시 원상대로 하라고 조치를 한 것이다.“


-수덕사측에서 법인법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종단의 법인법은 선학원과 종단이 대화할 문제이지 수덕사와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다. 수덕사는 지금이라도 법장 스님이 약속했던대로 정혜사와 간월암을 원상회복하면 다 끝나는 문제이다. 수덕사 문제가 결부가 되어서 종단이 법인법을 만들었다면 수덕사도, 종단도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원장 회의에 참가하지 않은 분들의 의견은 어떻게 봐야하는 것인가?

“작년 분원장 회의에는 모두 130분이 참여했다. 금년은 그보다는 더 많다. 147개 분원장이 지지결의를 했다. 그리고 앞으로 많은 분원장 스님들이 재단으로 찾아오실 것으로 생각한다. 언로는 언제나 열려 있다. 그런데 종단에서 말하기를 대다수 분원장들이 재단 이사회와 의견을 달리한다고 하고 있다. 종단에서 이야기하는, 종단과 뜻을 같이하는 선학원 분원장들이 있다면 그것을 공개하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도 재단이사회에 지지서명을 해준 분원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 360개 분원 중에서 170여 분원이 참석했다면 많이 참석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참석하지 않은 분원들의 대부분도 재단의 뜻에 동의하는 것으로 본다. 만약 재단과 뜻을 달리하는 분원이 있다면, 그것은 종단에서 파악해서 입증해줘야 할 일이다.”


-종단에서는 선학원 이사진이 마음대로 절을 처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종단 등록 사찰의 재산은 종단의 승인을 받아 개별 사찰(주지)에게 처분권이 있으며, 이는 삼보정재의 보존 및 분원의 자율적 처분의 면에서도 종단이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학원의 역대 이사장이나 이사 스님들 중에 절이나 절 땅을 팔아먹고 도망간 사람이 없다. 왜? 법인이니까 그렇다. 팔아서 도망갈 방법이 없다. 수덕사 측에서 견성암 토지수용대금 6400만원을 착복하고 있다 운운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이것은 토지수용금이다. 이 수용금은 현재 그대로 재단 통장에 들어가 있다. 이것을 다른 용도로 쓸 수가 없다. 오직 이 돈은 기본재산 확충에만 쓸 수 있는 것이다. 사찰 재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삼보정재를 잘 지키는 쪽에서 해야할 말이지 잘 못 지키는 쪽에서 해서는 안 된다. 삼보정재를 잘 못 지키는 쪽에서 잘 지키는 쪽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나도 재야에 있을 때는 불재법 철폐하라, 전사법 폐지하라고 구호도 외치고 그랬다. 그런데 총무원에 들어가 보니까 이거 막 없애면 안 되겠다는 것을 알았다. 표충사, 흥천사, 봉원사 등의 땅을 판 쪽이 어디냐. 우리 재단에서는 1934년 이후 땅 팔아서 도망간 사람 단 한 사람도 없다.”


-법인법과 관련해 불거진 종단과 선학원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무튼 법인관리법을 갖고 종단과 재단이 파열음이 나오는 것은 불교에 도움이 될 것이 없다. 화합하고 포용해야 한다. 내가 모든 것을 관장하겠다는 사고는 이제 버려야 한다. 그런 사고로는 미래사회에 대응 못한다. 종단이 많은 법인을 다 끌어 얹고 함께 해야 미래 사회에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이렇게 다툼을 벌이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빨리 이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