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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중’ 비하는 옛말, 젊은염불이 온다 <br>제1회 학인염불시연대회 ‘월드컵’ 방불

모지현기자 | momojh89@gmail.com | 2014-07-18 (금) 17:22

“스님이 랩도 하네?!”

“욕심과 생각과 행동이 충돌하는 사바세계! 서로가 서로를 비교하는 삶 서로가 서로를 손가락질 하는 삶! 자꾸만 움츠러드는 우리들의 작은 어깨, 내 눈은 날 못 보고 밖으로만 향하네. 꿈 없이 질주하는 우리, 이곳에서 자신을 맑히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청암사 승가대학 학인 고우 스님의 입에서 빠른 박자의 ‘발원문’이 속사포 같이 쏟아져 나왔다. 제1회 조계종 학인염불시연대회 본심의 첫 무대였다. 고우 스님은 앞에 놓인 목탁과 북, 징 등의 법구로 비트박스를 대신해 박자를 맞췄다. “스님들이 랩도 하네~?” 1천여 명의 사부대중이 빼곡히 운집한 조계사 앞마당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 스님)은 7월 18일 학인염불시연대회 예·본심을 개최했다. 대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이미 폭발적인 접수에서부터 예견됐다. 그러나 대회당일 참가 학인 스님들과 참관 불자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본심에는 12명의 개인과 6팀의 단체가 ‘대상’을 향해 진력했다. 사미 스님들은 엄숙하고 진중한 분위기의 전통염불을, 그에 반해 사미니 스님들은 개성 넘치고 통통 튀는 창작염불을 시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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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부 최우수상을 차지한 청암사승가대학 고우 스님이 염불 시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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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승가대학 중본 스님은 '향수해례'를 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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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승가대학 지융 스님이 '왕생가'를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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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승가대학 대경 스님이 '나옹선사토굴가'를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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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승가대학 사미니 스님들은 대령착어와 진령게로 단체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머리띠에 손피켓…월드컵 방불케 하는 응원 열기

청암사, 동학사, 통도사, 수덕사, 운문사, 봉녕사, 송광사, 해인사, 중앙승가대학교, 동국대 서울 본교 백상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석림원 등 11개 교육기관 소속 학인 스님들은 이날 오전 예심을 치렀다. 사미 42명과 사미니 68명 등 110명이 개인염불을, 10개 교육기관 학인들이 단체염불을 겨뤘다.

오후 2시, 학인 스님들은 조계사 앞마당에 마련된 특설무대에 앞에서 대열을 정비했다. 예선에서 떨어진 스님도, 본심에 나서는 스님도 한 마음으로 소속 승가대학의 선전을 다짐했다.

‘염불은 내 운명’ ‘승가교육 혁신도량 동학사 최고’ ‘동국대 석림원 1등 느낌 아니까~!’ ‘염불의 레전드 청암사’ 등 웃음을 자아내는 피켓이 속속 등장했다. 일부 사미니 스님은 깃발을 꽂은 머리띠를 까까머리에 착용했고, 운문사 주지 일진 스님도 커다란 ‘따봉’ 피켓을 들고 학인 스님들을 응원했다. 월드컵 생중계 현장을 방불케 하는 응원 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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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에 청암사승가대학 단체팀·운문사승가대학 보견 스님

영예의 대상은 청암사승가대학 단체팀과 운문사승가대학 보견 스님에게 돌아갔다. 청암사승가대학은 어린이·청소년을 위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쉽게 따라할 수 있게 하고 바라 율동을 첨가한 ‘불러요 다라니’로 큰 호응을 얻었다. 보견 스님의 ‘광명진언+이산혜연선사발원문’은 광명진언과 이산혜연선사발원문을 믹스해 중독성 있는 창작염불로 눈길을 끌었다.

최우수상은 청암사승가대학 고우 스님과 송광사승가대학 혜공 스님, 운문사승가대학 단체팀에게 주어졌고, 수덕사승가대학 대경 스님과 청암사승가대학 혜강 스님, 봉녕사승가대학 보인 스님, 통도사승가대학과 동학사승가대학 단체팀에 우수상이 주어졌다.

통도사승가대학 중본 스님, 운문사승가대학 능호 스님, 동국대학교 서울본교 백상원 선호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현각 스님, 봉녕사승가대학,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석림원 단체팀은 원력상을 수상했다. 통학사승가대학 지융 스님과 중앙승가대학교 보문 스님에게는 특별상이 주어졌다.

본심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청암사승가대학 단체팀이 준비한 ‘임종염불’은 심사위원의 요청으로 특별시연의 기회를 가졌다. 임종염불을 뮤지컬 형식으로 표현한 이 ‘임종염불컬’은 임종하는 이가 염불을 통해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극락정토에 도달한다는 이야기를 담아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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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개인부 대상 수상자 보견 스님에게 상금 300만 원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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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단체부 대상 수상자 청암사승가대학에 상금 300만 원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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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사승가대학 단체팀이 '임종염불컬'을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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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사승가대학 단체팀이 '임종염불컬'을 시연하고 있다.

염불대회 심사평, 신선하다 vs 경망스럽다

한편 첫 염불시연대회의 심사평은 ‘신선하다’와 ‘경망스럽다’로 나뉘었다.

심사위원인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은 “학인들이 실제 생활하는 가운데서 듣는 소리를 절도 있게 표현하고 음정에 정성을 담아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했고, 조계사 주지 원명 스님 역시 “참신한 염불은 전통의 소리에 기반을 두지 않고는 만들 수 없다. 창작염불은 몸을 움직이게 해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는 못했다”고 평했다.

조계종 의례위원장인 인묵 스님은 “과거 없는 미래는 없듯 오늘 출연한 스님들을 보면서 전통성을 얼마나 잘 유지하고 발휘하는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염불하는가를 봤다. 두 가지 요수가 다 발휘된 것 같다”고 호평했다. 다만 “사미 스님은 전통염불에, 사미니 스님은 창작염불에 치우친 듯하다”고 해 사미와 사미니 스님들의 다양한 시도를 독려했다.

오전, 예심 심사에도 참여한 인묵 스님은 창작염불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인묵 스님은 “학인 스님들이 염불은 과일로 치면 아직 성글고 익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풋풋한 맛이 있다. 테크닉보다는 대회에 순수하게 임하는 자세가 보기 좋았다”며 “우리가 하던 식은 나이든 사람들은 익숙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 랩과 각종 법구를 활용하는 창작염불을 어린 불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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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 스님

설정스님 총평 “염불의 ‘법고창신’ 꾀해야”

대회 고문으로 참석한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로 총평에 갈음했다. 설정 스님은 “조선시대 숭유억불과 정화 이후 50년간 염불은 황폐화됐다. 한편에서는 ‘염불중’이라며 염불을 비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사부대중이 염불을 않고 어떻게 부처님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느냐”며 염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설정 스님은 “염불은 부처님의 공덕과 위신력과 지혜와 자비를 생각하며 신앙을 고취하고 수행의 성과를 대주에게 회향하는 것”이라며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이라는 말처럼 그 시대의 눈높이와 민중의 근기에 따라 염불도 변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통과 창조가 잘 어우러졌다”고 평했다.

설정 스님은 이 자리에서 염불의 법고창신을 위한 ‘염불발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제안했다.

대회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격려법어를 통해 “오늘 시연대회는 염불의 일상화, 생활화, 대중화를 위한 법석”이라며 “대회를 계기로 사부대중 모든 분들이 일상에서 염불을 생활화해 몸과 마음이 부처님을 닮아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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