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화 매운 향내 당신에야 견줄 손가. 이 날에 님 계시면 별도 아니 더 빛날까. 불국토가 이외 없으니 혼(魂)하 돌아오소서.”

만해 한용운 스님의 70주기를 맞아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 스님)은 6월 29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추모제 및 음악회를 열었다. 독립투사이자 민족대표였던 만해 스님의 70주기를 추모하는 이날의 자리는 가치관과 상식을 잃어버린 현 시대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의 장으로 치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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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설립조사 만해 한용운 스님 영전에 향을 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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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스님의 유가족인 한영숙 여사가 만해 스님의 영단에 헌다를 하고 있다.

먼저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선학원 설립조사인 만해 스님을 기리며 “스님은 중생들에게 진리와 바른 삶을 열어주는 보살로서, 고통 받는 우리민족을 싣고 해방과 독립이라는 정토의 언덕을 향해 고해를 건너는 나룻배로서 한평생을 살았던 우리들의 위대한 스승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당신의 염원과 달리 이 땅은 이제 정토가 아닌 예토로 변하고 있다”며 “중생들의 가치관은 흔들리고 이웃들의 아픔을 외면하여 오로지 이기심과 탐심으로 악업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 오늘에 처한 우리의 모습”이라고 읍소했다.

법진 스님은 “이 땅에 애혼과 원혼, 고혼이 없는 정토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를 다시 이끌어 달라” 간청하며 추모법어에 갈음했다.

동국대학교 정각원장 법타 스님은 “일제강점기 36년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이 자리에 온 여러분은 잘 못 온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법타 스님은 “친일파의 후예들이 득실거리고 정신나간 가치관을 가진 자들이 국민을 대표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재라면 만해 스님 70주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우리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할 때”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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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특별시장(사진)도 추모사를 통해 “오늘 우리가 만해 선생을 더욱 뜻 깊게 기리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국가와 민족, 사회에 대한 통합 정신이 간절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선생의 70주기 앞에 다시 삼가 옷깃을 여미며, 선생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국가와 민족, 사회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평화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최재성 국회의원은 “선서가 해방을 맞고 좌우 갈등의 시절과 6.25 시기까지 계셨다면 우리 민족의 역사가 훨씬 곧고 바르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깜깜한 시대의 연등 같은 분을 모시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자리에서 우리도 민족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정치를 해야겠다고 다짐한다”고 했다.

선학원은 이날 추모제를 통해 만해 스님 추모가 ‘님이시여’를 공개했다. 추모가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작사하고 음악가 김시율이 작곡한 곡으로 만해 스님의 기개와 민족정신을 극대화시켜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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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노랫말을 붙인 만해 스님 추모곡 '님이시여'는 참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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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만해 스님 추모음악회에는 1천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이어진 추모음악회에서는 소리꾼 정준태와 솔 중창단, 앙상블 시나위, 아산 영산 합창단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추모음악회에는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 한영숙 여사와 유가족, 박원순 서울시장, 장윤석 새누리당 불자회장, 최재성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김장실 국회의원(새누리당), 조계종 원로의원 인환 스님,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 스님, 선학원 총무이사 송운 스님, 교무이사 정덕 스님, 재무이사 현진 스님, 교육이사 철오 스님, 감사 한북 스님을 비롯한 이사 스님, 강성만 서울북부보훈지청장, 유환동 홍성문화원장, 광복회 김보환 지부장, 임우철 한국독립유공자협회 회장, 대한불교청년회원, 광복회원, 독립유공자회 회원, 신도 등 사부대중 1,0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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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같은 날 오전 10시에는 만해 스님이 주석했던 성북동 심우장에서 만해 스님 70주기 다례재가 열렸다. (사진)

매년 만해 스님 다례재를 주관하는 조태권 성북문화원장은 “만해 선사는 일제에 지식인이 굴복하고 종교인이 타협할 때도 고고하게 정신을 지키고 대중과 함께하는 스님으로 남았다”면서 “스님이 그리던 독립을 맞았지만 현재 한국은 안녕하지 못하다. 그동안 쌓인 부조리로 학생들이 배에 갇혀 꿈을 접었고, 관행으로 저질러진 일들에 우리는 부끄럽다”고 했다.

조 원장은 “만해 스님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만해 스님이 꿈 꾼 세상을, 부끄럽지 않은 한국을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다례재는 법진 스님과 조태권 원장의 헌향과 헌다에 이어 삼귀의 반야심경, 선학원 감사 한북 스님의 행장소개, 추모사와 추모법어, 내빈과 유가족 헌화, 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됐으며, 조계종 원로의원 인환 스님, 조계종 총무부장 정만 스님, 전 화엄사 주지 종열 스님, 선학원 감사 한북 스님, 김영배 성북구청장, 강성만 서울북부보훈지청장, 유승희 국회의원(성북을), 나선화 문화재청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