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분된 동국대 총동창회의 화합을 위한 물밑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동창회의 적법성을 놓고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일이 시작됐다.

지난 5월 3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 358법정에서는 두 동국대 총동창회 사이의 가처분 첫 심리가 열렸다. 박종윤 회장을 선출한 총동창회 쪽에서 송석환 회장을 선출한 또 다른 총동창회가 동창회(장)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동창회 사무실을 불법으로 점거함으로써 동창회 업무에 심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므로 동창회 및 동창회장 명칭 사용을 중지할 것과 사무실을 비워줄 것을 법원에 요청함으로써 이루어진 심리였다.

양분된 동국대 총동창회의 화합이 대화와 이해로 성사되지 못한 채 결국 적법성과 정통성을 사법부의 법리적 판단으로 가르게 된 것은 동창회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박종윤 회장 쪽은 그동안 여러 차례 진행된 대화와 접촉을 통해 원만한 해결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 쪽은 사법적 판단을 구하기 이전에 공신력 있는 복수의 법무법인에게 두 동창회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판단을 구해, 그 결과에 따르자는 안을 송 회장 쪽에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심리에서는 이연택 회장이 두 번째 회장 직을 수행하면서 발전기금 6억 원을 완납하지 못한 것에 대한 공방이 이루어졌다. 이연택 회장의 임기 만료로 인한 차기 회장 선출과정에서 선출된 박종윤 회장의 적법성 및 정통성 확보 주장과, 이연택 회장이 발전기금을 완납하지 못했으므로 회장직이 상실되었고, 따라서 수석부회장이 직무를 대행하여 진행한 차기회장 선출절차가 정당하다는 주장이 맞섰다.

박종윤 회장 측은 이연택 회장은 지난해 말로 이미 임기가 만료되었고, 더구나 임기 중일 때는 회장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송석환 회장 쪽에서 임기가 이미 끝난 회장의 자격을 문제 삼으면서 뒤늦게 직무대행을 맡아 차기 회장을 선출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백번 양보해서 이연택 회장의 자격이 상실되었다고 하더라도, 자격이 상실된 회장이 지명해 선출한 부회장은 그 자격이 있느냐는 논리를 폈다. 특히 송석환 회장은 이연택 회장 임기 만료 후 차기 회장 추대를 위한 추대위원회 위원으로 8차에 걸쳐 회의를 했던 당사자로서 그동안 보여 온 행보와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송석환 회장 쪽은 이연택 회장이 임기 중에 발전기금을 미납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임기가 끝난 뒤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뒤늦게 이연택 회장의 자격 상실을 규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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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열린 동국대 이사회에서 이연택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송석환 총동창회 회장 측 동국대 동문들의 모습. 사진=불교닷컴 제공


이에 대해 박종윤 회장 측의 한 핵심관계자는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연임에 뜻이 없었던 이연택 회장을 ‘대안이 없다’며 회장에 추대하고, 부회장을 맡아 동창회를 함께 이끌었으며 일부 발전기금까지 대납했던 사람들이 발전기금 미납을 이연택 회장 임기가 끝난 후에 알았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첫 심리에서 양측의 주장을 경청한 재판부는 다음 심리를 6월 20일 오전 10시 30분에 재개해 진행하기로 했다. 양측 사이에서는 동창회의 적법성 및 정통성을 놓고 벌이는 가처분 신청 외에도 동창회 사무실 무단 점거와 관련하여 고발 조치 등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교계에서는 어제까지 형제처럼 지내던 동창회 선후배들 사에에서 벌어지는 볼썽사나운 다툼이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상황까지 온 이상 차제에 시시비비를 명백히 가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법성 여부, 정통성 여부가 분명해져야 동창회 회칙이나 객관적 명분이 아닌 힘이나 숫자를 내세워 권리를 행사하려는 시도가 종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박종윤 회장의 한 측근은 “박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면 그 결과가 어떻든 즉시 수용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승소하면 회장직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며, 패소하면 즉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그는 “박 회장은 회장 직에 연연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한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고, 더 이사아 동창회가 분열된 모습으로 갈수는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법의 판결을 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국대 총동창회의 양분 사태 배경에는 학교와 재단, 종단이 직간접으로 간여되어 있다는 관측도 많다. ‘재가이사까지 종단에서 추천하겠다’는 종단의 입장과 관련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종단과 갈등을 빚었던 이연택 이사(전 총동창회장)를 압박해 모종의 ‘이익’을 얻으려는 각각의 계산들이 이면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동창회의 정통성을 되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총동창회가 종단이나 재단, 학교의 정치적 이해를 둘러싼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는 계기를 확고하게 마련하는 것도 정통성 회복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