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자연공원, 특히 국립공원 등에 위치한 사찰과 관계되는 지점을 조명하고 불교계의 규제완화 정책의 대응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장명 스님)은 5월 30일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자연공원과 규제완화’를 주제로 2014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병인 부산대학교 교수(조계종 환경위 부위원장)는 자연공원과 규제완화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을 살피는 한편 공익적 측면을 고려해 환경규제강화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립공원 관리 문제 개선하되 환경·안전 규제는 강화해야”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등이 혼재해 있는 복합유산지역이자 사유지의 비율이 34.3%로 높은 국사립 공원이다. 국립공원지역 내 사찰지는 전체의 7.2%에 달한다.

이 교수는 현행 국립공원 관리는 복합유산지역으로서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의 ▲이용위주 관리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관행 ▲사유지에 대한 보상 및 지원대책 부족 ▲유산 보존보다 탐방객의 편의와 이용위주의 관리 ▲문화유산 관리의 전문성 결여 등의 문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자연공원에 대한 환경규제는 완화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 교수는 “규제완화의 혜택은 국민 전체에 돌아간다기보다는 기업이나 일부 지자체만을 위한 것”이라며 “환경은 규제완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규제완화보다는 국격에 맞는 지역주민과 토지소유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 및 지원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국민의 안전과 건강, 환경부문의 규제는 국민 전체의 공익을 위한 ‘착한 규제’이므로 함부로 규제완화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규제완화야말로 사회적 암이고 국가적 유산자원을 파괴하는 일이므로 환경부가 제대로 활동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불교계, 보존관리 소흘 땐 공원지역 해제 등 요구할 수 있어야”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올해 4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기조와 6.4지방선거에 발맞춰 ‘정통문화발전을 위한 정책제안’과 ‘해소가 필요한 전통문화규제’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조계종의 이 같은 활동을 “합리적인 규제는 받되, 불합리한 중복규제는 개선돼야 하고 유산자원의 보존 등 공익적 차원의 일에 대해서는 종교단체로서 적극 수용하며 앞장서서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복합유산자원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의 공원관리를 수용한다면 보존위주의의 철저한 관리와 복합유산적 특성을 고려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불교계 내부에서도 공원지역에서의 해제 및 수행환경 보존을 위해 사찰 스스로의 자체적 관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1년 불교계가 주체적 관리를 위해 문화유산지구 지정을 요구했으나 시민단체 등의 난개발 우려로 불발됐다”며 “하지만 20년간 현장을 탐방한 결과 불교계는 개발보다 보존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문화유산지구지정은 합리적 조정에 근원적 목적이 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아울러 “사찰의 경우 이미 자연공원법, 문화재보호법, 산림법, 건축법 등으로 중복규제 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원 내 전통사찰들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문화재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받는 만큼 무분별한 불사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교는 근원적으로 숲의 종교이고 청정한 수행가풍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생명존중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한 사찰환경보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정하고 수행환경보존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오늘날 공원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공원지역이 무분별하게 관리되고 개발위주의 관리가 추진된다면 감내할 상황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연공원의 정책결정과 관리는 국가, 국민, 유산적 가치에 의해 통시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특히 안전과 같이 환경규제도 단순한 경제적 잣대가 아니라 공익적 측면에서 오히려 규제강화가 바람직한 일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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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계종 환경위원장 장명 스님은 토론회에 앞서 “사회적 공론을 모아야 하는 케이블카 문제나 환경 문제가 선거 때나 언급되는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며 “최근 규제완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세월호의 가르침에서 보듯 보다 신중한 논의가 있어야 하며 공공의 이익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토론회에서는 이밖에도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협력처장이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현황과 문제점’을, 유태철 환경부 공원생태과장이 ‘국립공원 현황 및 정책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