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뛰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주셨습니다. 그 분들에게 내가 하는 일을 말씀드리면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이주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철인3종 경기에 나서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절 대신 길 위를, 목탁 대신 운동화를 선택한 이유였다.

최근 〈혼자만 깨우치면 뭣 하겠는가〉(리더스북)를 발간한 ‘달리는 스님’ 진오 스님(구미 대둔사)이 5월 19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했다.

북콘서트에는 2백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사회는 진오 스님의 도반인 정목 스님이 맡았다. ‘한사람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랑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기에 세상의 고통을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고 한 마더 테레사의 말을 인용한 정목 스님은 진오 스님을 “고통을 나누고자 정진하는 관세음보살”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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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오 스님(오른쪽) 북콘서트는 도반인 정목 스님의 사회로 진행됐다.

사람들은 진오 스님에게 왜 달리는지를 자주 묻는다. 승복을 입고 깊은 산중에 있어야 할 스님이 속세로 나와 달리기를 하니 궁금한 것이다. 최초의 계기는 2010년, 베트남 청년 토안과의 만남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뇌수술을 받고 머리 한 쪽을 잘라내야 했지만 합의금 7백만 원이 보상의 전부였던 토안을 위해 스님은 달리기에 나섰다.

“한국에 건너와 어렵게 살다가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반쪽 가까이 되는 뇌를 잘라낸 토안을 보면서 미안함을 느꼈어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이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 돈을 모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님은 토안을 위해 108Km 마라톤에 나섰고, 그 결과 1천만 원의 후원금이 마련됐다. 그렇게 스님의 달리기는 이주노동자, 다문화여성, 통일(탈북)아이들, 일본 쓰나미 수재민, 베트남 해우소 설치 등의 공익사업으로 이어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달린 거리는 모두 2200km. 1킬로미터당, 100원, 200원의 후원금이 십시일반 모여 관세음보살의 천수천안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다.

왜 달리기였을까. 진오 스님은 “가진 게 없어 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염불에도 소질이 없다. 이런 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이슈를 만들고 기금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육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었다”며 “스님이 달리기를 한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분들에게 안타까운 사연을 말씀드리고 그렇게 후원금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달리기가 모금으로 이어지게 된 또 다른 배경에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있었다. 진오 스님은 박원순 시장이 시장이 되기 전에 운영했던 모금 전문가 학교 프로그램에 동참해 모금의 의미를 배웠다.

“박원순 시장님의 모금 프로그램 첫 말씀이 ‘모금은 돈을 모으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라는 것이었어요. 나는 돈을 모으려고만 했지 마음을 모으려고 하지는 않았구나. 진심으로 달려야겠다. 내가 왜 달려야하는지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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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에 참석한 2백여 명의 사부대중이 진오 스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