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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스님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잘 고치는 게 중요"

종단의 정중앙에서 대중 결사운동 ‘붓다로 살자’를 전개하고 있는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이 첫 발표자로 나섰다. 도법 스님은 먼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를 애도하며 불교의 역할부재를 꼬집었다.

도법 스님은 “우리 사회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는 현실이다. 생명과 죽음의 문제에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우리가 ‘생명’을 제1화두로 생각하고 충실하게 역할 했다면 세월호 참사 같은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교인으로서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사람이 본래 붓다이므로 지금 당장 붓다로 살아야 한다”며 “지금 당장 마음먹고 매 순간순간 전 존재를 바쳐 본래붓다의 동체대비행을 하자”고 제안했다.

현응스님 "각자가 부처…불법승 삼보 신앙과의 이분화는?"

도법 스님의 ‘붓다로 살자’ 대중결사에 대한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질의가 이어졌다. 현응 스님은 “본래 부처이기 때문에 각자가 부처가 된다면 2600년 넘게 진행돼 온 불법승 3보 신앙과 부처님에 대한 귀의와는 이분화되고 괴리된다. 두 지점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물었다.

도법 스님은 “신앙적 문제라고 해서 부처님이 저 멀리 있는 대상이어야만 신앙이 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고 설득력 있는 대답을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 준비된 대답은 없다”고 답했다. 또 “꼭 복잡한 교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눈 뜨게 하는 것이 현대불교가 천착해야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응 스님은 또 “‘붓다로 살자’에 따르면 고귀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상대를 고귀하게 대하면 그 자체로 내가 고귀한 사람이 된다고 하는데, 경제·사회적 조건에 의해 불행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행복하게 살아라, 고 하는 것으로 이들의 고민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도법 스님은 “그런 쪽으로 응답되도록 하는 작업을 이론적으로 확대·심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당신이 붓다'라고 어떻게 알려주나"…"그런 묘수 있다면 좋겠다"

교수아사리 벽공 스님은 “세월호 참사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당신이 붓다이다’라고 어떻게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 묘수가 있다면 좋겠다”고 운을 뗀 도법 스님은 “그들의 아픔에 함께하기도 하고 명복을 비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게 문제”라며 “소를 잃었더라도 외양간을 잘 고치는 게 중요하다. 외양간을 잘 고쳐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그분들의 희생을 값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이런 때 우리에게는 훨씬 근본적인 성찰과 모색이 필요하다. 생명가치의 문제를 성찰하고 일상에서 화두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은 현재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업의 연관성을 묻는 정각 스님의 질문에는 “전생의 업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 불교가 아니다. 세월호가 업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불교적 사유로 보면 인간이 지혜롭게 대처하고 노력하면 막을 수 있거나 희생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업을 그렇게 정의하면 불교의 많은 부분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법응 스님은 “가라앉은 배는 기원한다고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진정 불교라면 정부나 책임 있는 사람에게 조속히 사람을 구해오라고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붓다로 살자? '붓다의 행동'은 누가 결정하고 누가 인정하는가?"

법응 스님은 도법 스님에게 “부처가 되지 않고 어떻게 부처처럼 행동할 수 있으며, ‘부처의 행동’이란 누가 결정하고 누가 인정하는지”를 물었다.

도법 스님은 “본래부처라는 말을 출가시부터 들었다. 한국불교는 본래부처라면서 부처가 되기를 강조하는 논리적 모순에 빠져있다”며 “구하는 마음 없이 공, 무상, 무원을 실천하는 것이 바라밀행이다. 바라는 마음 없이 어떻게 실천하느냐 하면 법이, 진리가 그러하기 때문에 실천해야 한다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교수아사리 원영 스님은 종합토론에서 “나는 내 안에 불성이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내가 부처라는 생각은 안 든다. 내가 부처로 보이지도 않고 도법 스님도 부처로 안 보인다. 중간단계가 빠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원영 스님은 또 “라디오를 진행할 때 실종자 가족들에게서 ‘누구를 찾아주세요’ ‘스님이라면 구해줄 수 있지요’ ‘부처님이 구해주세요’라는 문자가 온다.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눈물이 쏟아진다. 이 가슴아픈 시점에서 세상을 외면하고 불타관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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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포럼에 앞서 “병든 환자를 의사가 진료하듯 생로병사에 놓인 중생에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가장 필요할 것”이라며 “삶의 가장 큰 불행과 고통에 놓인 중생에게 붓다란 무엇인가를 논하는 포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묵 스님 "불교는 나고 죽는 근원적 문제 고민해야"

발표는 교수아사리 각묵 스님의 ‘초기불교에서 본 부처님의 의미’로 넘어갔다. 각묵 스님은 초기불전에 근거해 “부처님은 실존했던 분이고, 깨달은 분이고, 법을 설하신 분”이라며 “‘그대들은 내 법의 상속자가 되어야지 재물의 상속자가 되지 마라’는 초기불전의 말씀이 이 시대를 살면서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는 부처님 제자들이 명심해야 할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각묵 스님은 세월호 참사에 있어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고 물은 희철 스님의 질문에 “불교의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해 회의장을 술렁이게 했다. 각묵 스님은 “정부가 수습할 일이고 돈이 부족하다면 경제의 문제이다. 같이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봉사하러 가는 것도 좋지만 불교는 인간의 좀 더 근원적인 문제, 즉 나서 죽을 수밖에 없는 문제를 괴로워해야 한다”며 “내 말은 자조라고도 할 수 있다. 불교에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몰고 가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것이다. 왜 이런 괴로운 일이 자꾸 생기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석 스님은 대승불교에서 보는 붓다관을 설명했다. 스님은 “대승불교에서는 붓다를 절대평등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조선후기 연담유일의 관점에서는 그냥 이름이 붓다요, 중생인 차이 뿐 본래 차별에 없기에 본래붓다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현석 스님은 “세월호 참사 소식에 나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노보살님이 울면서 전화가 왔다. 타인에 아픔에 공감하는 이런 모습들이 대승불교에서의 불타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석 스님은 선불교의 관점으로 “간화선에서의 오(悟)와 수(修)는 조사선에서의 ‘체득’에 대하여 ‘화두참구’를 제시하고 있다”며 “간화선에서의 ‘성불’의 문제는 화두참구가 수행의 과정인지 깨달음의 실현인지의 논의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스님 "진도 현장서 많은 스님들이 봉사·기도하고 있어"

금강 스님은 참여불교의 시각으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붓다상을 고찰하기에 앞서 세월호 참사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금강 스님은 “세월호가 침몰한 날 자려고 누웠는데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진도로 가는 길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식사를 하지 못하는 가족들을 위해 쉽게 먹을 수 있는 떡을 준비했다. 말을 건넬 수도 없는 상황에서 떡을 받아드는 가족들의 손에서 오히려 내가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금강 스님은 “이어 해인사에서 잣죽을 쑤어와 죽을 나눠드렸고 닫혔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 대화가 오가고 상담도 진행됐다”며 “팽목항에서 스님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했고, 승가대와 동국대 석림회 스님 와서 기도를 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에게 진도에서 봉사를 할 스님을 찾는다고 했더니 정말 많은 스님들이 와주셨다”며 고통의 현장에서 참여하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을 전했다.

금강 스님은 “모든 참여불교운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교지도자가 오로지 연기법의 이치에 따라 고통에 빠진 중생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사부대중으로 구성된 조직적 활동을 전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참여불교에서 본 붓다의 의미는 깨달음에 이른 분일뿐만 아니라 깨달음 이후 중생 구제를 위해 노력하며 온 생을 바친 인류의 스승이며, 그 스승이란 현재의 스님들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