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문제를 자각하자며 결성된 ‘전국 푸른수행자회’가 4월 23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기념법회 및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창립법회는 상임대표 해월 스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3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푸른수행자회 출범…“정치집단 아닌 지혜 모으는 모임”

푸른수행자회는 창립 기념법회에서 푸른수행자회가 정치집단이 아닌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지혜를 모으는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푸른수행자회 상임대표 해월 스님은 정학 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모임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해월 스님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자각이다. 종단의 구성원인 젊은 수행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보자는 것”이라며 “이 모임은 수행자 각자의 자각운동이지 종권을 얻고자 하는 정치단체가 아니”라고 말했다. 스님은 “지금 우리 정신을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물음으로 인사말을 마쳤다.

선원 수좌 강설 스님은 “푸른수행자회는 선과 교와 율이 21세기 현대사회의 포교에 어떻게 역할 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미래 중생들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 마련된 모임”이라며 “준비를 하다 보니 정치적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도 있고 여러 가지 파장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우리의 발원이 이뤄질 수 있게 함께 기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푸른수행자회는 공동대표 반산 스님의 창립 고불문 낭독에 이어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는 발원문을 낭독했다. 푸른수행자회 창립법회에 참석한 대중은 “아직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을 촛불이 몸을 태워 빛을 내듯이, 향이 몸을 사루어 향기를 내듯이 부디 무사생환하게 해달라”며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간절한 마음으로 거듭 발원한다”고 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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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푸른수행자회는 23일 창립법회를 봉행했다. 공동대표 반산 스님이 합장을 하고 있다.

포럼 ‘수행자를 묻는다’

‘수행자를 묻는다’를 주제로 한 창립 기념 포럼은 이학종 미디어붓다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대표는 진행에 앞서 푸른수행자회가 어려운 종단 현실의 한 줄기 맑은 샘물이 되기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연못 안의 물고기가 싸워 한 마리가 죽으면 연못 전체가 부패하게 된다는 양희은 씨의 ‘작은 연못’ 노래처럼 지금 조계종이 작은 연못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를 돌이켜보게 된다”며 “오늘 이 자리에 대표 스님과 여러 회원 스님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쉽지만, 소박하게 시작했으나 결과는 대박이 날 수 있게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출가자 위의는 ‘기본’ 갖추면 저절로”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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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은 출가자의 위의는 ‘기본’을 지키는 것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재가자가 바라본 수행자의 위의’를 주제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은 출가자의 위의는 ‘기본’을 지키는 것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불교의 문제에 대한 여러 소리 가운데 가장 크게 공감을 얻는 의견은 ‘스님이 스님다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불교의 위기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자기 성찰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스님이 스님답지 못한 최대 원인으로 ‘독살이’를 꼽았다. 그는 “지금의 한국불교처럼 저마다 ‘토굴’을 만들고 나홀로 주지하면서 독살이 하는 것은 대중이 함께 살면서 절차탁마하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났다”며 “세속적 삶의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은 이들이 스님들의 생활모습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전통을 재해석하고 계승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행자의 입장에서 수행자의 역할과 위상을 되짚은 봉암사 선원수좌 원근 스님의 발제도 김 이사장과 궤를 같이 했다. 원근 스님은 “현재 한국불교의 출가수행자는 수행이력과 인격이 일치하지 못하고 깨달음과 실천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는 기형적 신앙형태를 연출하고 있다”며 “수행자가 수행자로서의 종교적 근본적 역할을 찾아서 제대로 실천만 한다면 수행자의 위상은 저절로 높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근 스님은 “갈등하고 방황하는 이웃들을 어루만지고 같이 아파해주는 갈등의 조정자로서, 그리고 청빈과 검소, 깨끗한 맑음을 지닌 수행자로서의 모습을 보인다면 수행자의 역할과 위상은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며 “수행자인 우리 스스로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때 수행자의 위상 또한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반산스님 “수행자 식문화 재정립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