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야속하게 맑았고 햇살은 얄밉도록 따가웠다. 진도, 그 앞바다의 일은 저와 상관없다는 듯 4월 19일 전북 완주의 날씨는 ‘몹시 쾌청’이었다. 말을 삼키고 만경강 둘레길을 걷는 화쟁코리아100일순례단의 얼굴이 발갛게 익었다. 60여 명의 순례단이 한 줄로 늘어선 가운데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얼굴이 보였다.

자승 스님은 이날 전북 완주군에서 펼쳐진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에 동참,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를 애도하는 한편 순례 47일째를 맞는 순례단을 격려했다.

자승 스님은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에서 도법 스님과 순례단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자승 스님은 강한 어조로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통해하며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바랐다.

자승 스님은 “그동안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분노도 일어나고 화고 난다. 선장을 구속시키고 국토해양부 장관도 물러가라고 하고 싶지만 대립과 갈등을 내려놓는 화쟁 순례를 통해서 이겨나가자”며 “진도에서 세월호 여객선이 침몰해 생을 달리한 분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모두가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도법 스님은 화쟁 순례의 원만회향을 기원했다. 스님은 “3.1정신으로 화쟁 코리아의 새 길을 연다는 뜻으로 길을 걷고 있다”며 “오늘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직접 현장에 와서 그 뜻을 분명히 확인하고 마지막까지 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셔서 감사하다. 많은 분들의 뜻과 격려를 받아 마지막 회향날까지 순례를 잘 하겠다는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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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 19일 완주지역 화쟁 코리아 100일 순례단을 격려방문하고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만경강 둘레길을 걸었다.

한편 자승 스님은 지역경제순환센터에서 완주군 지역농업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송주진 완주군 부군수는 “어려운 농촌경제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대농가를 제외하고 다수의 소농을 위주로 교육해 직거래하는 ‘로컬푸드’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아무도 안 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1천여 농가가 참여해 신선한 농작물을 하루에 한 번 공급하고 직접 가격을 책정하는 직거래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송주진 부군수는 “완주군에서 로컬푸드를 시작한 후 전국에서 로컬푸드를 표방하는 곳이 우후죽순처럼 생겼지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곳이 많다”며 “완주군에서 인증제를 시행한 후 전라북도에서도 인증을 하고 있고, 현재는 국가 차원의 인증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승 스님은 지역경제순환제도에 관심을 보이며 “로컬푸드와 같이 신선한 식품을 판매하는 직판장을 조계사나 봉은사에도 도입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임경수 센터장은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은 모르겠지만 저장식품과 가공품은 얼마든지 수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며 “센터에서 수도권 학교급식 활로를 열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조계종단은 산과 땅이 많은 만큼 사찰과 지역사회를 위해 가치있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과 순례단은 전북 1호 완주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점심 공양을 한 후 만경강 둘레길 일대를 순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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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은 도법 스님을 만나 "링겔도 맞고 고생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물었고, 도법 스님은 "괜찮다"고 화답했다.

앞서 자승 스님은 완주 송광사 산하 정신보건시설 ‘송광 정심원’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요양 환자들을 위문했다. 정심원은 만성 정신 장애인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건강회복과 재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요양시설로 현재 220여 명의 장애인들이 입소 생활을 하고 있다.

정심원 방문은 4월 자비나눔 방문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자승 스님은 정심원의 발전과 안정적 운영을 기원하며 재단법인 아름다운동행의 자비나눔 기금 5백만 원을 전달했다.

정심원 대표이사 도영 스님은 “세월호 침몰에 국민들이 애통한 시기에 방문해줘서 감사하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들이 고쳐져서 이곳을 나서서 나가게 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보호하고 관리하면 사회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심원 자비나눔 방문에는 정심원 대표이사 도영 스님, 송광사 주지 법진 스님,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원경 스님,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 스님, 아름다운동행 사무총장 도공 스님,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총괄부장 덕산 스님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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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스님은 송광 정심원 요양시설을 둘러보며 환자들을 위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