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불교석학으로 알려진 기무라 기요타카 츠루미대학 총장(도쿄대 명예교수)이 4월 10일 오후 2시 동국대학교 문화관 덕암세미나실에서 ‘불교학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이 특강은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HK연구단과 불교대학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현대적 관점에서 세계에 퍼진 여러 국가의 불교의 지역적 정의를 어떻게 획정할 지와 문헌학적 연구방법이 갖는 한계’에 대한 우리시대 불교석학의 발표에 교계에서 공부하는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강 시간이 한낮인데도 특강이 열린 동국대 문화관 덕암세미나실은 빼곡이 청중들로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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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교수는 화엄학자로서 학문을 갈마함과 동시에 일본 조동종 승려로 수행해온 일본 최고의 불교학자로 평가받는다. 일본 최고의 불교학자라면, 곧 세계 최고급 학자를 의미한다. 일본의 불교학이 세계 불교학의 거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기무라 교수는 1940년 구마모토현에서 태어나 도쿄교육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75년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오랜 기간 도쿄대 교수로 봉직했다.

화엄학 연구에서는 1977년 <</span>초기 중국불교사상사의 연구>를 간행하여 화엄경의 한역, 화엄경류의 이역 및 위경, 지론, 섭론, 삼론 등의 화엄경의 연구사를 배경으로 하는 지엄 스님의 화엄학 연구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된다.

1992년에는 중국초기부터 요(遼)와 명(明)에 이르는 <</span>중국화엄사상사>를 저술했으며, 최근에는 화엄경별행본들에 대한 주석 작업을 간행하여 화엄학 연구에 완성도를 더했다.

지엄 스님을 연구하면서 지엄의 제자 의상 스님에게 관심을 가졌고, 특히 고 김지견 교수와의 만남을 계기로 의상뿐아니라, 원효, 균여 등 한국불교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연구 성과를 남겼다.

기무라 교수는 이날 특강의 첫 마디를 불교학에 대한 관심이, 특히 젊은이들 가운데서 시들해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뒤, 이번 특강은 불교학이 매우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 그러니 젊은이들이 한 번 일생을 도전해봄직한 공부라는 점을 권하기 위한 뜻이 있다는 것으로 표현했다.

그는 또한 의상, 원효, 균여, 지눌 등 한국의 고승들에 대한 관심도 매우 컸고, 이 분들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한국불교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세계의 불교학 연구 흐름을 두루 살핀 기무라 교수는 불교의 정의, 불교연구의 방법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 밝힌 뒤, ‘지금 불교연구에 요청되는 것들’을 상세하게 나열했다. 즉 불교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나름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정리한 것이다.

기무라 교수는 첫째 불교연구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책상 위에서 문헌이나 뒤지는 시대가 아니라 불교가 인문과학의 한 부분임을 직시하고 연구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컴퓨터 이용의 공과(功過)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컴퓨터 시대의 표피적 불교연구 가능성을 우려했다.

셋째로는 불교학 연구의 정확한 관점을 정하고 이에 따라 연구방향을 정하라고 요구했다. 넷째 요즘 활성화하고 있는 학제간 연구는 주위의 연구결과에 대한 광범위하고 깊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다섯째로 정확하고 세밀하게 자료를 읽어오독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섯째는 논리의 명석함, 일곱째는 명확한 표현을 강조한 기무라 교수는 “학술논문을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해 논문이 완성된 후 어디에든 장식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덟 번째로 결론의 명시를, 아홉 번째로 학문적 성과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학문적 연구로 얻은 ‘지혜’를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무라 교수는 이것을 ‘공성(共成)’, 즉 함께 성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