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한반도 평화통일 운동에 한반도평화통일불교실천기획단(상임단장 진관 스님, 이하 기획단)과 조계종 봉은사(주지 원학 스님)가 의기투합했다. 3월 28일 오후 1시 서울 봉은사에서 한반도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천도재 및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먼저 봉은사 법왕루에서 주지 원학 스님의 집전으로 한국전쟁 전사자와 희생자를 위한 천도재가 봉행됐다. 기획단 자문위원인 원학 스님은 기획단 관계자 및 봉은사 신도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전쟁 과정에서 희생된 각국 군인과 국민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천도의식을 거행했다.

기획단 공동대표 법응 스님은 “6.25전쟁 당시 사망한 국군과 유엔군, 북한군은 적이 되어 싸웠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식이고 형제였다”며 “오늘 천도재는 이념과 국적을 초월해 사망한 영가를 천도하는 대자대비의 발로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를 발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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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이 28일 봉은사 법왕루에서 봉행된 한국전쟁 희생자 천도재를 집전하고 있다.

김태창 소장 “문명사는 무(武) 아닌 문(文)의 역사”

크게보기김태창 공공철학공동연구소장(사진)은 ‘한반도 통일의 문명사적 의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공권력이나 사재력이 아닌 공공담론으로 갈등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문명사는 무(武)가 아닌 문(文)으로 새로운 상황과 지평을 열어가는 과정”이라며 군사적 통합이 곧 종교적·경제적·정치적·문화적 통합과 연결됐다고 한 이전 문명사의 주류 관점을 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명화는 곧 공동(共動)의 폭을 넓히고 어느 한쪽에만 편향되지 않는 공복(共福)의 누리를 새롭게 열어가는 과정”이라 정의하며, 일본의 근대국민국가형성이나 서구의 제국주의 팽창 등 식민화의 정당화 논리로 차용되거나 악용된 종전의 ‘문명화’ 한반도에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획단 상임단장 진관 스님은 ‘한국 불교계 통일운동의 사상적 기초’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통해 <정토삼부경>에서 남북의 동질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관 스님은 “분단조국을 하나의 국토로 장엄하기 위한 불교계의 통일운동은 국토의 청정성과 국민의 평등성을 통한 일심사상으로 전개돼야 한다”며 “통일운동을 전개하기에 앞서 아미타불의 청정국토를 염원했던 고대 불교의 정토사상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관 스님은 거듭 “남과 북의 불교계 모두가 거부감 없이 수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상적 배경은 바로 아미타불의 정토신앙”이라며 “이를 위해 법장 비구의 48대 서원에 남겨있는 정신을 되새기고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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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획단의 한반도평화통일 운동에 대한 조계종단의 지지 발언도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세미나에 앞서 총무부장 종훈 스님이 대독한 치사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통일에 필요한 가르침들을 발굴해서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는 일에 다 같이 분발할 것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원학 스님은 중도사상을 바탕으로 평화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모두 다 평화통일을 말하지만 나는 중도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편견 없는 사고가 남북 갈등을 무너뜨리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