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이뤄지는 도량’ 서울 돈암동 흥천사(주지 정념 스님)엔 일신우일신, 괄목상대라는 찬사가 결코 어색하지 않다. 오랜 세월 동안 조계종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던 터라, 사찰의 기능이 거의 정지되었던 절이라는 기존 느낌은 이제 이 도량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따금씩 절을 찾을 때마다 달라지고 있는 흥천사를 지켜보는 것은, 절 인근에 사는 불자로서 큰 기쁨 중의 하나다.

그러나 흥천사의 변신의 참 가치는 건축 및 도량정비 불사에만 있지 않다. 정념 스님이 주지로 부임해온 이후 흥천사가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절로 변신한 ‘비결’은 무엇일까.

정념 스님은 흥천사 주지로 부임한 후, 조선 제1의 왕릉인 정릉의 능침사찰 위상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도량 정비를 추진하는 것과 함께, 사찰이 가진 모든 것을 가능한 주민들에게 회향하는 절을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지역 어르신을 초청해 공양을 대접하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자비의 손길을 보냈다. 사랑나눔성품 전달식을 개최하고, 지역 불우이웃에게 자비의 쌀을 나누어 주고, 라면과 김장김치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지역 중고생을 위한 장학금을 성북구청에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주문 바로 앞에 위치해 있는 동사무소를 찾는 이들을 위해 절의 주차장을 흔쾌히 무상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도량을 가로질러 산책하거나 이동하는 주민들에게는 신선한 생수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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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경내 노른자위! 땅에 들어설 예정인 흥천사 구립어린이집의 모습. 최초로 지어지는 한옥형식의 어린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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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봄색 완연한 지절에 시삽식을 가진 흥천사 구립어린이집 기공식 장면. 정념스님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김영배 성북구청장, 이미성 서울시의원, 김춘례 성북구의원이 시삽식을 하고 있다.

특히 3월 25일 오전 11시 진행된 흥천사 내 구립 어린이집 기공식은 모든 것을 주민들을 위해 내어주는 정념 스님의 사찰운영 철학의 정점을 보여준 것이었다. 서울시에서는 최초로 한옥으로 짓는 구립어린이집의 터를 정념 스님은 흥천사 경내의 아주 좋은 위치에 선뜻 제공한 것이다. 이 지역의 어린이들이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리는 흥천사 도량에서 뛰어놀고 공부하는 자체가 최고의 포교이자 복지라는 스님의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기공식 행사에는 김영배 성북구청장을 비롯해 서울시의회 이미성 의원, 성북구의회 김춘례 의원, 김영수 돈암2동장 등 지역 유지와 주민대표들, 흥천사 신도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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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오른편에 지역 어르신을 모셔 공양대접을 한다는 안내 플레카드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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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열린 기공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흥천사주지 정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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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입구에 있는 동사무소 옆에 '차를 가져온 민원인을 위해 흥천사 내의 주차장을 1시간 무료로 제공한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흥천사 삼각선원 아래 널찍한 터에 지어지는 구립어린이집은 민선5기 서울시의 ‘1동 2구립어린이집 설치’ 정책과, 성북구청장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공약, 흥천사 주지 정념 스님의 토지 무상 제공 등의 삼각협업으로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이웃을 부처님처럼 섬기는 것이 곧 포교’라고 믿는 주지 정념 스님의 포교에 대한 지론이 아니었다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불사였다. 정념 스님은 평소 포교에 대해 “사람들은 뭔가 큰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포교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진정한 포교는 이웃들이 잘될 수 있도록 돕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기쁨과 행복을 찾으면 그 따뜻함이 저절로 사찰로 돌아온다는 게 정념 스님의 생각이다.

이런 스님의 원력은 흥천사 신도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돼 매월 1만원을 보시하는 불자들이 500여 명을 넘어섰고, 노인잔치를 개최할 때면 신도회가 솔선수범해 봉사활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매일 108배를 실천하며 신도들이 적립한 보시금의 40%는 불우이웃돕기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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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 맞은편에 야산처럼 방치되어 있던 공간에 7층 석탑을 옮겨놓으면서 흥천사도량은 명성에 걸맞는 사격을 갖추어 가고 있다.

정념 스님은 “더 많이 가지려고 욕심을 내면 결국 스스로를 옭아매 괴롭지만, 더불어 살겠다는 생각으로 가진 것을 덜어내고 이웃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가지면 곧 행복이 돌아온다”며 “이런 따뜻한 정이 모이면 우리가 머무는 사바세계도 결국 극락정토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날 흥천사 구립 어린이집 기공식에서 정념 스님은 성북구청장 등 지역 유지와 주민들을 향해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여러분, 흥천사를 불교의 사찰, 불자들의 도량이라고만 생각하지 마십시오. 흥천사는 우리 지역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들이 흥천사의 주인입니다. 앞으로 흥천사를 더 자주 찾아와서 새소리, 바람소리도 듣고,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소리도 들어주십시오.”

기공식에 참석한 김영배 성북구청장을 비롯한 지역 유지들은 이구동성으로 흥천사가 우리 지역에 있어 너무나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부처님의 자비와 가피, 정념 스님의 덕화로 지역 어린이들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게 됐다”는 김영배 구청장의 말처럼 흥천사는 종교의 같고 다름을 떠나 지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절로 말 그대로 천지개벽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흥천사 경내에 지어지는 구립어린이집의 설치예산은 서울시 90%, 성북구 10% 등 총 19억5,30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국토교통부의 한옥보급 확대 관련 예산 1억7,000만 원이 포함돼 있다.

지난 2012년 5월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심의위원회에 민관공동연대 참여신청서가 제출돼 7월 승인됐고, 작년 2월 조계종 승인 후 6월 설계용역을 실시한 후 10월 자연채광과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자연 속 전통 한옥의 미를 반영한 건축물로 설계됐다. 겨울 공사를 할 경우 필연적으로 초래되는 부실시공 등을 피하기 위해 봄날인 이날 기공식을 거행한 흥천사 구립어린이집은 오는 9월께 개원한다. 규모는 지상2층 연면적 493㎡ 규모. 1층에는 원장실, 조리실, 영아반 보육실이 설치되고 2층은 교사실, 유아반 보육실로 운영된다. 보육교사, 조리사, 보조교사 등 15명이 근무하며, 만0세~5세까지 9개 반 85명 정원이다.

흥천사 구립 어린이집 기공식이 있었던 날, 아침부터 정념 스님은 공사가 한창인 도량 구석구석을 살폈다. 화마에 휩싸였던 낙산사를 원형 그대로 복원해낸 스님의 불사에 대한 원력이 서울 흥천사에서도 번뜩번뜩 빛나고 있는 것이다.

부도를 도량 위쪽으로 옮긴 후 그 자리에 지역민을 위한 주차장을 확장하고, 탑을 대방의 맞은 편 언덕 위에 옮겨세우면서 도량의 면적을 크게 확장시킨 것은 정념 스님의 안목이 아니면 이뤄질 수 없는 불사였다. 이 과정에서 신도수도 가파르게 증가해 이미 등록신도가 수천 세대를 넘어섰다. 최근 근대문화재로 지정된 대방과 주전인 극락보전을 보수하고, 도량의 조경공사를 마무리하면 흥천사는 도선사와 더불어 강북을 대표하는 사찰로 우뚝 설 것이 확실하다.

물질과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 이웃에 봉사하고 지역의 어르신과 어려운 이웃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것이 최선의 포교라는 것을 흥천사와 정념스님은 웅변으로 보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