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현기자
momojh89@gmail.com 2014-02-25 (화) 20:05어제(2월 24일) 오전 동국대 불교학술원 조교수들의 퇴진 요구 기자회견으로 주목 받은 불교학술원장 현각 스님이 2월 25일 오후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이종수, 박인석 조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해명 기자회견 직후 이종수 집성팀장, 박인석 역주팀장이 현각 스님의 기자회견 내용을 즉각 재반박하는 등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불교학술원을 둘러싼 잡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정리했다.
불교학술원장 퇴진 요구, 원인은
현각 스님은 해명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일은 기존의 잘못된 관행과 방만한 사업운영 형태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며 “팀장 등 실무자들이 자율이라는 미명 하에 기본적인 보고·결재도 무시하고 전횡하던 일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에 있다”고 밝혔다.
현각 스님은 “연구지원금·공금을 나눠 먹기식으로 부적절하고 방만하게 지출해온 행태에 기관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교수 측은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사업(이하 ABC사업)의 당연직 단장인 현각 스님의 정본화(定本化) 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갈등이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정본화 문제를 가로막은 것은 ABC사업의 본질을 가리는 것으로 이 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이 사업을 절대 망가뜨릴 수 없기 때문에 기자회견 등을 감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측근인사와 문화재청이 발주한 중요기록유산번역사업, 일본 해외문헌조사 등 정본화 작업 차질 등으로 갈등이 고조됐다고 설명했다.
해외문헌조사를 위한 일본 출장
현각 스님은 “이종수 집성팀장이 두 차례에 걸쳐 다녀온 일본 출장에서 복사해온 자료 가운데 신라시대 태현 스님 자료를 제외한 자료는 동국대 중앙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자료로, 국내 고서 소장기관 자료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으나 2013년 10월 학술원장 승인 없이 무단으로 3차 해외 출장을 했고, 귀국 후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팀장의 주장대로 정본화 작업이 필요하고 학술원장이 문헌 비전문가라면 실무자로서 기관책임자인 본인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어야 한다”며 “정본화 작업 중 시급한 문제가 없었는데 방만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일본에서 복사해온 자료는 국내에 없는 자료로 동국대 도서관에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작년에 조사, 복사해온 자료 가운데 28종은 <한국불교전서>의 저본이 됐던 <신수대장경>과 <만속장경>의 저본 및 대교본이 됐던 목판본 및 필사본이므로 국내에서는 집성팀에서만 가지고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 출장과 관련해서는 ABC사업단 기획위원회(위원장 김종욱 교수)에 보고했으며, 사업단장으로부터 직접 와서 보고하라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 학술원장이 10월 23일 모든 업무 내용을 사전 보고하고 결재를 득하라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지만, 일본 출장은 그 전에 진행됐다”고 말했다.크게보기
이종수, 박인석 조교수는 2월 14일 불교학술원장 현각 스님의 용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눠 먹기식 역주·증의
현각 스님은 “1월 22일 역주팀으로부터 역주자·정의자 선정을 보고 받았고, 박인석 팀장에게 역주자·증의자 이름을 호명하며 청탁을 지시했으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고 2월 11일 경위서만 제출했다”며 “역주자·증의자에 대한 불투명한 선정은 지금까지 박 팀장이 해왔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백진순 교수의 <해심밀경소>를 예로 “여태까지 시역고를 통했다고 하나, 학술원장은 한 번도 시역고를 보고받은 바 없으며, 박인석 팀장이 시역고를 통해 선정한 번역·증의자가 검증된 학자라는데 학문적으로 중대한 오류 등이 이미 책으로 간행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박인석 팀장은 “1월 역주의뢰 기준에 근거한 추천을 대부분 무시하고 직접 인력을 교체한 뒤 이를 역주팀장에게 의뢰하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했다”며 “검증절차를 거친 적이 없는 이들에게 원고비를 바로 집행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또 “학술원장이 추천한 역주자 두 명은 이미 <조선불교통사> 편찬에 앞서 동국대출판부와 외부 역주 전문가에게 번역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는 등 불교학술원의 공신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크게보기
측근인사 선임
현각 스님은 조교수 측이 제기한 측근인사 선임 주장에 대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적임자를 채용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님은 “살면서 비불외곡(臂不外曲)을 한 바가 없다. 현직 교수로 있을 때도 내 제자를 혜택 받는 조교를 시키지도 않았다”며 “학술원장 부임 후 채용한 전임연구원 3명 가운데 내 지도제자는 단 한 명도 없으며, 측근인사라기엔 십만 팔천 리 떨어진 얘기”라고 말했다.
스님은 “문제은행 출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퇴원 후 전형 일정에 맞춰 급작스레 문제를 출제할 수밖에 없어 내가 문제를 제출했고, 채점도 내가 했다. 시험지는 캐비닛 안에 있어 누구든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면접은 김종욱 교수와 함께 진행했다”고 말했다.
조교수들은 “전임연구원 결원이 생기고 전임연구원 임용 시험을 치기 전인 5월부터 일부 인사들의 왕래가 있었다”며 “임용 전 근무 일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내정자에 대한 짐작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불교학술원 내홍…어디로?
현각 스님은 해명 기자회견에서 “ABC사업을 볼모로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언론플레이까지 한 두 신진학자들에게 다시 한 번 이성을 찾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는 2월 말 이종수, 박인석 조교수에 대한 팀장 직위 해제를 시사했다.
그러나 조교수 임용은 동국대 이사장 소관으로 조교수 임용계약서에 “‘을’은 ABC사업단 집성(역주)팀장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기돼, 최악의 경우 양측이 모두 임기만료 되는 2015년 2월까지 ABC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한편 불교학술원 ABC사업 기획위원장 김종욱 교수는 지난해 10월 현각 스님의 용퇴를 요구하며 동국대 총장에게 사표를 제출한 바 있으며, 사퇴의사가 반려된 이후로는 학술원장과 접촉하는 기획위원장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업단 4개 팀장은 지난해 10월 현각 스님의 용퇴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총장에게 전달한 바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현재까지 일부 팀장들과 학술원장과의 대화 창구는 닫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교학술원이 이 같은 내부 갈등을 겪는 가운데 지난해 ABC사업 국고 예산 20억 중 8천만 원이 불용예산으로 처리돼 향후 ABC사업이 원활하게 전개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