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룸비니 무우수 나무 아래에서 고타마 싯다르타(석가모니 부처님)를 출산하고 난 직후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 청동인물상이 국내 최초로 발굴됐다.

이 청동인물상은 높이 6㎝, 폭 2.5㎝의 소형이며, 마야부인이 고타마 싯다르타를 출산하고 난 후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한 독특한 자세를 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고개를 살짝 들고 있고 표정도 고통과 기쁨이 교차하는 듯한 모습이어서 마야부인 출산상이 확실해 보인다. 또한 발밑까지 내려오는 얇은 주름치마를 입고 있는 복식은 국내에서 출토된 사례가 없으며, 불보살상에서 나타나는 복식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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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부인이 고타마싯다르타(석가모니 부처님)을 출산하고 난 직후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청동인물상이 부여 왕흥사지에서 출토됐다고 국립문화재연구소 부여문화재연구소가 20일 공개설명회를 통해 발표했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이 청동인물상은 부여 왕흥사지 강당지 동측기단에서 11미터 서측으로 떨어진 지점의 고려문화층에서 수습됐다. 제작기법은 주조상이며, 도상은 나뭇가지를 붙잡위해 오른손을 올리고 왼손으로는 사리(옷)을 말아 쥐고 있으며, 발밑까지 내려오는 주름치마를 입고 있고, 허리를 약간 비튼 자세를 하고 있다. 이 자세는 마야부인이 고타마 싯다르타를 출산할 당시 나뭇가지(무우수)를 잡고 출산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백제시대 사찰지에서 출토되었고, 두부가 몸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모습으로 볼때, 삼국시대, 즉 백제시대 작품으로 일단 추정된다. 출토지역이 고려층이기는 하지만, 이 층에서 백제시대 제작 출토품이 출토된 바 있어 큰 의미는 없다. 고려층의 아래가 바로 백제층이며 사실상 두 층간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기도 하다. 또한 바닥에 닿은 치마의 선이 좌우로 퍼지게 조각된 것도 전형적인 삼국시대 복식 양식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에서 이 청동인물상에 대한 비파괴분석을 수행한 결과 성분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판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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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흥사지 출토 마야부인 출산상 추정 청동인물상의 전후측면 모습. 오른손으로 무우수 나뭇가지를 잡고, 왼손으로는 옷가지를 붙잡고 있는 모습이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배병선)는 2월 20일 ‘부여 왕흥사지 출토 소형 청동인물상’을 공개하고 왕흥사지 강당지에서 출토된 소형 청동인물상과 최신 발굴성과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강순형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은 “왕흥사지에서 출토된 청동인물상의 양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출토된 것으로 전례가 없으나, 간다라 라호르 박물관에 소재한 마야부인 탄생상(2~3세기)이나 중국 북위 운강 제6굴의 마야부인 출산상(5세기 무렵), 그리고 백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일본 호류지(7세기)에 출토된 마야부인 출산상(도쿄박물관 소장)의 예를 볼 때 마야왕비의 고타마 싯다르타 탄생상에 가깝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청동인물상의 얼굴 표정이 출산의 고통과 기쁨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등 작품성도 뛰어나다”며 “삼국시대의 전형적인 복식 양식으로 왕흥사지에서 출토된 명문 사리기와 같은 577년도 즈음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특히 “탄생하는 석가모니상이 함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지만 출산 직후의 모습을 표현한 상이 독립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더구나 이 상은 부조가 아닌 독립상이기 때문에 싯다르타 탄생 모습이나 무우수 등의 배경 표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출토된 형식의 조각상이라는 점에서 마야부인 출산의 모습으로 볼 경우, 종교사적,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이어 “매우 작지만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아주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이러한 형식의 싯다르타태자출산 마야부인(왕비)상은 국제적인 유래가 없는 조각상이며, 같은 절의 목탑지에서 2007년에 출토된 사리기 명문의 577년 편년에 맞춰지고 있어 삼국시대 나아가 백제조각상의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병선 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은 “부식이 심해서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외국의 마야부인상의 사례를 수집 검토한 결과 본생경에 나오는 싯다르타 출산 장면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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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카라치 박물관 소장 AD 3세기 마야부인 출산상. 무우수 나무 잎을 잡고 있는 마야부인의 좌측 하단에 아기 부처님이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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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국립박물관 소장 AD 5세기 마야부인 출산상.

이 청동인물상이 마야부인의 싯다르타 출산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한국불교계로서는 더 없는 경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여 왕흥사지는 577년 백제 위덕왕(위덕왕, 554~598)이 봉안한 사리장엄(사리장엄)이 출토된 사비기 사찰유적으로 최근 강당지와 동, 서 건물지, 강당 좌우에 배치된 건물지, 사역 서편 건물지 등의 규모와 내부구조, 축조과정 등이 확인되었다.

국내에 이 청동인물상과 유사한 사례가 없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청동인물상의 존명(존명)과 제작연대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