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장사상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친 이평래 교수(충남대 철학과 명예교수, 사진)가 선종의 사상적 바탕인 여래장 사상이 담긴 책 <대승기신론 강설>(민족사)을 펴냈다.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소>부터 숱한 이들이 대승기신론에 대해 논했지만, 특히나 이 책은 동국대 불교학과에서부터 일본 고마자와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여래장 사상에 대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많은 시간 강단에서 강연해온 일흔 다섯 노장의 평생 공부가 오롯이 담겨있는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2월 17일 주옥같은 신간을 발표한 이 교수를 만나 ‘대승기신론’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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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기신론은 대승불교 3대 논서 중 하나입니다. 유식사상과 중관사상을 잘 조화시켜 인간의 정신세계를 체계적이고 논리적이고 조직적으로 서술했어요. 대승기신론은 ‘왜 내가 부처인가’를 논증하고, 내가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왜 고뇌하는가 하는 현실을 설명합니다.”

이 교수는 “오뉴월 땡감이 동지섣달 홍시 되는 것처럼, 시대가 발전하더라도 대승기신론은 수행에 중요한 경전”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사상이 담긴 것만 아니라 수행지침서이기도 한 것이다.

“땡감이 없이는 홍시가 나올 수 없듯 중생이 없으면 부처님도 없습니다다. 중생의 마음이나 부처님의 마음이나 마음이라는 것은 공통적인 것이다. 하지만 저절로 부처가 되는 일은 없지요. 스스로 수행해야만 부처가 되는 것이고, 대승기신론은 고뇌로부터 벗어나는 수행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평생을 불교공부에 천착해온 그가 말하는 기신론의 핵심어는 ‘여래장’이다. 중생의 마음이 곧 붓다 마음이요, 어리석은 중생이 곧 붓다의 씨앗이라는 여래장사상은 이 교수의 발언 곳곳에도 스며있다.

“내가 부처다, 할 때는 마음이 순수하고 깨끗한데, 중생이라고 하면 부처님 마음과 평범한 범부의 마음을 섞어놓은 것이 비빔밥이랑 똑아요. 대승기신론은 부처를 멀리 가서 찾을 필요가 없구나, 내가 바로 부처구나를 알 수 있게 합니다.”

크게보기그렇다면 이 교수의 <대승기신론>이 기존의 그것들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의역’과 ‘인도논리학’이다.

이 교수는 “대승기신론은 산스크리트 원본이 없고 한문본만 있는데, 한문은 불완전한 문장이어서 해석에 어려움이 많다. 이제까지는 주로 원문에 조사를 달아서 축역하는 식의 번역이어서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저는 완전히 의역해서 한글을 아는 사람은 보면 알 수 있도록 했다”고 자신했다.

또한 “불교의 본래 모습이 중국을 거치면서 변질된 상태로 우리나라에 수용됐기 때문에 왜곡된 중국불교를 떨어내려고 노력했다”며 “가능하면 인도의 사유체계를 그대로 전달하려고 했다. 인도인들은 인도논리학에 바탕을 두고 글을 쓰기 때문에 글의 분석이 가능하다. 인도논리학의 관점에서 경전을 해석했고, 일부 중요한 내용은 도표화해서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6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중 <대승기신론>의 핵심을 다루고 있는 챕터는 단연 ‘심진여문’과 ‘심생멸문’이다. 제1장 1절 ‘마음 그대로의 모습을 관찰하는 부문’은 붓다의 마음을 보여줌과 함께 극락세계, 언어를 초월한 세계를 이야기 하고, 제1장 2절 ‘마음의 현상적인 모습을 관찰하는 부문’은 중생의 마음을 보여주며 윤회의 세계를 보여준다.

한편 책 출판을 기념하며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특별강좌도 마련됐다. 이 교수는 3월 7일부터 10개월간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불교여성개발원 2교육관에서 대승기신론 강좌를 실시한다. <대승기신론>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원하는 사부대중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수강료는 3개월 15만 원.

홍시가 되고 싶은 땡감, 부처가 되고 싶은 중생이라면 이 책 <이평래 교수의 대승기신론 강설>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621쪽, 29500원.

수강신청 및 문의 : 민족사 (02) 732-2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