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 마치고 석달 만에 나와 보니 국가가 폭력집단 돼 있어”

꼭 석 달 만에 여러분 다시 뵙게 됐습니다. 반갑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나오자마자 안에 들어있을 때는 몰랐던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겁기가 천근같아요. 우선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입니다. 국가기관이, 검찰이 국정원이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했습니다. 개인도 아니고 국가기관이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 그것도 권력이 제일 강한 검찰과 국정원이 같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을 했습니다. 이미 이건 국가가 아닙니다. 폭력집단이 돼버린 겁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대한민국은 1950년 전쟁 이후 그 전부터 사상문제로 억지로 간첩이 된 사람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재판을 통해서 요즘 무죄선고를 받고 그분들이 모여서 ‘진실의 힘’이라는 법인을 만들고 본인같이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서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초대 이사장을 지내다가 작년에 직접 간첩단으로 몰려서 고생했던 사람들에게 직접 맡도록 하고 나왔습니다만, 그걸 보면서 참 한국사회가 어디까지 얼마만큼 더 타락하고 기가 막힌 세상으로 가야하는가 끝없이 무거운. 봉암사에서 석 달 동안 지낸 것 이상으로 무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길 가운데 똥 누는 아이 야단 안치는 건 나아질 가능성 없기 때문”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제 들어갈 때는 국정원 선거개입문제로 한참 시끄러울 때 들어갔습니다. 국가정보원 지하문서보관소에 있어야할 대통령 정상회담 기록물이 ‘찌라시’로 변해서 김무성이라는 의원의 손에 들어가서 대통령 선거 때 이용했으니, 불법집단이죠. 국가변란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날 선거를 이삼일 앞두고 서울시경찰청장이 국정원 직원 댓글사건을 무혐의로 발표하고 있는, 이런 여타 사건들이 전부 국가기관이 동원된 불법선거라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그런 사실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석 달 지나고 나오니까 그런 일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전부다 잊어먹고 있는 걸 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 내가 니가 잘했냐 못했냐 정권이 잘했냐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구나 생각이 듭니다. 개를 보고 짖지 말라고 욕하는 사람이 미친 사람이지 개는 짖을 수밖에 없는데 개를 보고 뭐라 하는 사람이 약간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냐.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얘기를 좀 안해야겠다는 생각을 앞으로 안 하겠습니다.

공자가 길을 가다가 길 가에 대변을 보는 놈은 꾸짖으면서 길 가운데 똥을 누는 놈을 보더니 비켜지나가자, (어떤 이가) 어째서 그냥 지나가냐고 물으니까 길가에 누는 놈은 눈치를 보면서 누는 놈이니까 뭐라고 하면 고치겠지만 갈 가운데 누는 놈은 말을 안들을 놈이고, 나만 진 빠질거니까 그냥 지나간다, 했답니다. 온 마을 주민이 몽둥이를 들고 나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야 된다고 얘기하는데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도덕과 가치기준이 이제는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봐도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제가 봉은사에서 4년을 지내고 봉암사 결제 들어갔다가 나와서 봉은사 떠난 날이 3월 6일입니다. 저희 두산위브 사무실하고 남산에 사무실이 있을 때 들어가는 문 비밀번호가 0306이었습니다. 봉은사에서 짐 싸 나온 날이랍니다. 그날에 대한 기억을 잊지 말자는 거였던 거죠. 그때 다들 울면서 길을 가로막았었고 남산 노천에서 7,800명이 모여서 법회를 볼 때 단지불회라 이름을 붙이고 봉은사에서 못 이뤘던 한국불교의 새로운 희망을 이렇게라도 해보겠다는 간절한 염원들, 이 사회가 올바른 쪽으로 가기를 바라는 염원들이 모여서 사춘기 출판기념회를 1천여 명 이상이 모여서 축하를 해서 그 열기가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도 했고 반대 입장 사람들은 굉장히 두려워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리고 동국대 법회, 총무원에서 방해를 해서 정각원 법당을 빌려놓고도 이틀 전에 사용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고 동대 느티나무 이래서 법회를 하는데 관계자가 나와서 여기도 동대 땅이니까 딴 데로 가라면서 받았던 수모, 설움 이런 것들. 그리고 호법부에서 저를 징계하겠다고 출두 요구를 했을 때 맞 징계하자 했을 때 그쪽에서 제가 무슨 짓을 할지모르니까 징계를 철회했습니다. 그 뒤에 조선왕조실록 반환 기념행사를 조계사에서 하는데 축사를 해달라고 합니다. 당일 아침에 총무원에서 (내가 축사를 한다는 이유로) 행사를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내가 안가고 그 행사를 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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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없어 성동구청 수련관 빌려 법회 봤던 시간들 보람 있었다”

참 세상이 어떻게 가는지. 그런 과정들을 성동구청 수련관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웃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슬퍼하면서 많은 시간들을 보내다가 이번에 봉암사를 들어가서 결제를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번 철 봉암사에서 살았던 안거가 그동안 40여년 선방 다니면서 했던 것보다 힘이 났고 나름대로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젊은 후배스님들이 끝없이 제방에 틈만 나면 찾아와서 묻기도 하고 요구도 했었고. 결제하고 나면 중간에 한 달 반 지나면 반철이라고 해서 등산을 합니다. A코스 등산을 하면서 밧줄에 매달려 한 30분 실랑이를 하다가 발 디딜 곳을 못 찾아 밑에 앉아 차를 한잔 따라 마시면서 생각한 게, 내가 늙었구나. 그러고 생각해보니까 내가 육십 다섯이더라고요. 내가 처음 육십 다섯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돌아 내려오는데 정말 늙었구나. 예전 같으면 밧줄에서 떨어져 다치더라도 올라갔을 텐데 내가 이제는 포기하고 내려가는 걸 보니까 정말 늙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내려오는데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과연 정말 나는 부처님 말씀에 의지해서 부처님 말씀대로 정진했는가, 게으름만 부렸는가, 신도들의 시주물을 가벼이 여기고 함부로 쓰지는 않았는가.

“단지불회 한계 온 것 같아…모든 것은 내 원력과 능력 모자란 탓”

단지불회를 봉은사에서 나와서 2년간은 한남동 사무실 중심으로, 1년은 여러분들이 잘 수행해서 법회하고 뭔가 재가자 중심의 한국불교를 만들어보도록 합시다. 삭발염의 한 중의 행동으로는 한계가 온 것 같아서 재가자 중심의 단체를 만들고자 했으나. 그것도 제가 능력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혹은 원력이 없었던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차제 간에 여러 가지 갈등도 있었고 안 맞는 부분도 있었지만 너무 일방적으로 잘했다 잘못했다 얘기가 아니고 저의 수행과 가르침이 여러분에게 잘못 전달됐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히말라야 산을 황금으로 만들어서 두 배로 늘려 준대도 개인의 욕심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탐내는 마음은 물질적 욕망뿐만 아니라 무엇인가를 내 뜻대로 하고자 하는 그것도 역시 탐심으로 들어갑니다. 맘대로 안 되니까 화가 납니다. 화가 벌컥 나니까 이성을 잃고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해야 할 판단도, 내가 옳은데, 내가 잘했는데 하는 아상만 남습니다. 이러면서 갈등관계가 커지고 탐진치 번뇌심으로 말미암아 나를 옭아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거기로부터 벗어날 생각을 못 하는 게 중생의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죽고 나면 어느 누구도 가져가는 것 없습니다. 다만 내가 살아생전 행했던 업보는 틀림없이 가져갑니다. 성내는 마음 화내는 어리석은 마음 탐진치 업보. 선한 이는 선한 이대로 연민 자비의 마음대로 또 내가 안고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착한 업은 그림자처럼 악한 업은 메아리처럼 따라다닌다. 화합하고 마주보면서 나누면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행복한 세상 속에서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을 통해서 철학적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어내는 게 정치지도자가 가져야 될 미래에 대한 비전입니다.

가난과 불행은 결국 비교에 의해 일어납니다. 배고파도 전부다 똑같이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픈 고통은 있지만 불행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옆에서 맛난 걸 먹으면 나는 불행합니다. 행불행은 타인에 비해서. 프라다 가방에서 상표를 떼고 마트에 가져다놓으면 왜 저렇게 촌스러워 하던 사람들이 상표를 붙여 갤러리에 유리를 씌워 전시해놓으면 신상품이가보다 하면서 몇 백 만원을 주고 덜컥 사버립니다. 가방의 실용성보다 상품의 가치, 이미지를 더 생각합니다.

“거짓과 꾸밈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절집도 다르지 않아”

지금 시대가 진실보다 거짓을, 내용보다 꾸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꾸밈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화장을 하고 화장도 안 되면 성형을 하고. 내 내면의 수행과 내면의 아름다움으로써 사람들에게 다가가야지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전부다 바깥을 향하다보니까 그걸 위해서 바깥의 치장과 범죄행위도 서슴없이 하게 됩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10억을 주면 감옥 가겠냐 하니까 감옥 간다는 대답이 많이 나와 회자가 된 적이 있었죠. 무슨 나쁜 짓을 하더라도 돈이 생기면 감옥을 가도 괜찮다. 가치관이 이렇게 전도된 세상이 됐습니다.

이게 첫 번째는 정치인들. 우리는 해방 이후부터 가치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는 사회였습니다. 가치가 잘살아보세, 부자 되세요, 내 집 갖기. 물질에 대한 가치에만 생각하고 정신적 가치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인가. 끝없는 경쟁을 통해서 학교, 직장, 회사도 마찬가지죠. 태어나 죽을 때까지 경쟁을 하다가 가야되는 이런 세상, 가치를 못 만들어 낸 거죠. 교육이라는 것이 어떤 가르침 속에서 인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이것에 대해 끝없이 고민해야 하는 게 선생인데 몇 명이나 원서 넣고 그래야 학교에서 인정받고 이런 게, 이건 거의 망하는 나라로 가는 길입니다.

이런 세상에 살면서 그래도 맑은 샘물 같은 소리. 불의에 대해 잘못된 것에 대해 비판도 하고 끝없이 고민하는,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모여서 얼굴 보고 반가워하고 절이 없어 구청 강당을 빌려서 하는 법회라도 법회 날 여러분 얼굴 보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겨울을 살면서 후배 스님들하고 여러 가지 상의를 하다가 그 스님들은 대체적으로 한국불교가 자랑스럽게 내놓는 간화선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그래서 초기경전으로 가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돌리는 사람들. 왜 간화선을 한 종정스님이, 간화선을 한 누가, 다, 어째서 이 모양이냐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부처님 초기에 어땠는가 초기 공부를 한다고 해서 저하고 엄청난 토론도 많이 했고 대화도 많이 했습니다.

때 아닌 때 먹지 마라 이런 게 나오고 사중에서는 봉암사가 공양물로 운영되니까 가난한데다 먹을 거 들어온 거 가르는 와중에 갈등이 생겼어요. 그러다보니까 봉암사 어른 스님이 그럼 밥 세끼 외에는 일체 없애라 했어요. 그건 좀 잘못한 거예요. 자발적으로 왔지만 열 시간씩 벽을 쳐다보고 갇혀 있는 거예요. 아무리 내가 열심히 좌선해서 깨달아서 대도인이 돼야지 하고 들어왔지만 앉아있다 보면 왜 시끄럽고 왜 졸아 합니다. 방귀, 코 고는 것, 기상하는 것. 선방이 집단적으로 사니까 여러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했느냐 물어보면 초기경전 얘기를 합니다. 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부처님이 작은 계는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그럼 어디까지가 작은 계냐 갑론을박 난리가 나서 가섭 존자가 아난존자에게 작은 계가 어디까지인지 부처님께 물어봐야지 혼을 냅니다. 그러다가 가섭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 다 지킨다 해서 비구250계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겁니다. 만약 아난이 부처님께 물었다면 부처님은 틀림없이 살, 도, 음, 망, 살인 도둑질 음란함 거짓말은 범하지 말아라, 그리고 나머지는 알아서 지범개차(持犯開遮) 해라, 지키고 범하고 열고 닫아라. 부처님은 꼭 지켜라 안 하셨어요. 그럼 살생은 어디까지냐. 요즘에는 에프킬라 뿌리고 모기 몰살시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