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에 매진해온 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종호 스님)가 노동자를 위한 상설공간인 ‘노동자 법당’ 마련을 추진하는 한편, 노동 사각지대에 놓인 불교계 내부 노동문제를 직시하기 위해 사찰 근로실태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은 2월 10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노동위원회 운영기조와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종호 스님은 먼저 “오랫동안 공들였던 쌍차 문제에 좋은 판결이 났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올해 사업도 양적·질적인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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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

노동자 공동체 상설공간 ‘노동자 법당’ 추진

노동위원회는 올 하반기 ‘노동자 법당 추진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노동자 공동체 상설 공간 마련에 착수한다. 노동자 법당은 지난해 6차례에 걸쳐 실시된 노동위원회 회의에서 꾸준히 제안된 사업으로, 영등포나 구로 등 노동자 밀집지역에 임대 형태로 소박하게 시작해 노동자 심리상담, 명상, 경전 공부 등 특화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종호 스님은 “노동자 법당이 장기적인 과제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편안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불교계 내부 ‘노동환경 실태파악’ 나선다

불교계 바깥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내부로 돌려 불교계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된다. 종호 스님은 “우리 내부에서도 공양주, 처사님 등의 이름으로 노동 사각지대에 놓인 곳의 실태를 확인하고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라며 “사찰에서 일할 때 신심으로 따르고 적은 보수에도 만족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대보험 등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진행되는 게 어떨까 싶다”고 피력했다.

불교계 노동 실태파악은 모집단을 통한 근로지역, 근로수당, 근로시간, 사대보험 여부 조사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신앙의 공간이자 근로, 주거의 공간이기도 한 사찰의 특수성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노동위원회는 산업재해와 같은 기초적인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노동환경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종호 스님은 “노동위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내부혁신이 있어야 한다”며 “내부 성찰을 하는 것이 종단과 사회, 내외가 같이 발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회원’ 확보 통한 조직 확장

한편 노동위원회는 올 한 해 ‘노동자 회원’ 확보를 통한 조직 확장을 꾀한다. 현재 노동위원회 집행체계는 노동위원 11명, 집행위원 13명이다. 하지만 올해 1백 명 이상의 일반 회원을 확충해 노동자 법당 추진의 동력으로 삼는 한편 노동자 포교활동에도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노동위가 처음 발족할 당시 ‘설마설마’ 하던 사람들이 스님들의 십만배 기도 등을 통해 진정성을 느낀 것 같다”며 “지난 1년간 규모가 작더라도 기초 하층 노동자들을 만나고 위로하고 부딪쳐 노동위의 진심을 알렸다고 자평하는 만큼 일반 회원 확보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종호 스님은 “뿌리에서부터 올라오는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며 “노동현장에서 스님들이 역할을 해서 포교 저변을 확대하면 노동위가 유무형의 포교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자와 함께하는 현장 활동도 계속

현장에서 부딪치는 활동도 계속된다. 노사분규 현장 방문과 긴급 구호지원은 매월 1회 이상 실시되며, 노동자를 위한 동사섭 법회는 사안에 따라 수시로 진행될 예정이다.

부처님 오신 날 기념 노동자 초청법회와 함께 산재 및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합동 천도재가 세계 산재 노동자 추모기간에 맞춰 4월 마지막 주에 봉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설립된 노동자 심리치유센터 ‘도반’은 집단명상과 노동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확대되며, 하반기에는 노동자 1백명 이상이 참가하는 ‘숲길 걷기 명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문제의 불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정책 토론회는 ▲동남아 한국기업의 노사갈등 ▲복지와 양극화를 주제로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