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불교는 석가모니 붓다 이외에도 수많은 불보살을 신앙하는 반면 기독교는 여호와라는 유일신을 신앙한다. 예수가 신으로 인정받는 것은 그가 여호와의 유일한 아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불교가 팔만사천이라는 숫자로 비유되는 수많은 책들을 경전으로 인정하는 것과 달리 기독교는 성경이라는 단 한 권의 경전만을 인정한다.

이처럼 유일한 신과 유일한 경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모든 것들이 이단, 외도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중세라는 신의 시대를 거치면서 중세 기독교인들은 수많은 외도들과 이단들을 처형했고, 예수와 여호와의 역사는 신약성경이라는 단 한권의 책으로만 전해져왔다.

그런데 1945년 12월 경천동지(驚天動地) 할 사건이 발생했다. 이해 12월, 나일 강 상류지역의 나그함마디(Nag Hammadi) 마을 근처의 산에서 어느 이집트 농부가 흙을 파던 중 높이가 1m나 되는 붉은색 토기를 발견했다. 항아리 속에 있던 것은 13권짜리 오래된 파피루스. 4세기경의 콥트어(2∼3세기에 성립된 이집트 토착 기독교인의 언어)로 기록된 52종의 기독교 텍스트였다. 그동안 정통 기독교에서 ‘끔찍한 이단’이라고 정죄한 영지주의(靈知主義·Gnosticism)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이었다.

나그함마디 문서의 발견 이후 정통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신의 아들, 유일한 독생자라고 신격화한 반면, 영지주의 기독교인들은 모든 인간에게 신성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영지주의자들이 인간의 신성을 깨닫기 위한 ‘영적 지혜(gnosis)’를 추구한 반면, 정통파 기독교인은 인간의 원죄를 강조하며, 예수를 통한 구원만이 유일한 구원방법임을 주장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외경서에는 최근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도마복음서, Q복음서, 비밀의 요한복음서, 빌립복음서 등이 포함돼 있다.

1945년 나그함마디 문고의 발견으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기독교 외경서들이 왜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지를 밝힌 놀라운 책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성서학자 바트 D. 어만의 『잃어버린 기독교의 비밀』. 원명은 Lost Christianities(잃어버린 기독교들)이다. 이 책이 출간된 직후 타임즈를 비롯한 언론에 소개되면서 이 책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현재 서구의 신학도들 사이에서는 신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이 외경서들의 핵심사상과 그것들이 신약성경의 목록에 끼지 못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를 속 시원히 밝혀 준다.

그 이유를 수천 수만가지가 되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가장 초기 기독교 교파들의 싸움에서 원정통 기독교가 승리했고, 원정통 기독교는 모든 기독교 교리들을 자신들의 주장만으로 채웠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부터 원정통 기독교와 영지주의 기독교가 피터지는 싸움을 벌였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논쟁 차원에서 시작된 두 파의 관계는 나중에는 서로를 이단으로 몰아붙이는 싸움으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패배자의 ‘사악한 행위에 대한 응징’으로 이어졌다.

이 전투에서 원정통 기독교가 최종 승리함에 따라 서구 기독교는 원정통 기독교 교리로 채워졌고, 영지주의 기독교를 비롯한 비(非) 원정통 기독교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원제목이 잃어버린 기독교(Christianiy)이 아닌 기독교(Christianities)라는 점 또한 주의 깊게 들여다볼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여러 교파로 나뉘어 있는 현대 기독교가 사실은 모두 한 갈래 즉 정통 기독교의 후예이며, 또 정통 기독교는 그 이전에 존재했던 원정통 기독교의 후예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런데 원정통 기독교는 초기 기독교에 존재했던 수많은 기독교 공동체들 중 한 형태에 불과하며, 또 기독교의 역사는 초기 기독교계에서 벌어진 주도권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원정통 기독교 저술가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기술되었다는 것이다.

원정통 기독교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후 신약 27권을 창안함에 따라 나머지 수많은 경전들과 수많은 교파들은 불 태워지고 땅에 묻힌 채 역사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점은 원정통 기독교가 예수의 신성을 강조하기 위해 성경의 일부를 변조했다는 작가의 주장이다.

한 예로, 요한일서라는 신약의 한 편지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으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 예수를 시인하지 아니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니 이것이 곧 적그리스도의 영이니라”는 구절은 후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으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 예수를 놓친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 아니니 이것이 곧 적그리스도의 영이니라”로 변조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 유다의 배신과 예수의 체포 장면, 예수의 부활 이후 활동 등도 원정통 기독교가 후대에 변조했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이 책은 기독교가 배타성을 가지게 된 역사적 배경을 관찰함으로서 배타성이 기독교의 본질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직 예수’만을 강조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이 책은 커다란 경책이 될 것이며, 종교전쟁을 목전에 앞둔 한국 종교계에게도 ‘타자의 존재’를 설명하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출판사/19800원

저자 바트D. 어만은

세계적인 성서학자로 현재 미국 노스캘로라이나 주 체플힐소재 미국 노스캘로라이나 주립대학 종교학과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근래에 보기 드문 학자로서 신약성경의 역사, 초기교회사, 예수의 생애와 관련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언론에 공개되어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던 《유다복음서The Gospel of Judas》의 공동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특히 기독교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 저술들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2006년에 출간된 바이블의 필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와 수정의 배후에 감춰진 이야기를 다룬《성경 왜곡의 역사Misquoting Jesus》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국내에도 번역 소개되었다. 이외에도《잃어버린 기독교의 비밀》의 자매서인《잃어버린 경전들Lost scriptures》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