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총동창회 홍보담당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는 문병호입니다.

갑오년 새해 동문 선후배 여러분 하시는 일마다 잘 풀려 뜻대로 다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위원장을 겸하는 홍보분과위원회의 가장 큰 업무는 동창회보 발행입니다.

회보를 내야할 시점이 되었지만 연말연시에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점과 무엇보다 후임회장 선출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을 감안해 제작을 미루고 있음을 보고 드립니다.

그래도 많은 동문들이 궁금해 하실 것으로 생각되어 저간의 경위와 주요 현안을 홍보위원장 자격으로 전 동문들에게 대강 만이라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 등 현 회장에게 일임

먼저 후임회장 선출문제는 선거 후보등록 기간(2013.10.4∼25)에 등록자가 없어 추대위원회가 구성되고 추대위원회가 8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추대를 못해 현 이연택 회장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자진해산을 결의했음을 총동창회 사이트를 통해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후임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현 회장이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총동창회 회칙(제13조 3항)에 따라 현 이연택 회장이 회장 직무를 연장 수행하면서 후임자 선정 절차를 시행하는 권한을 행사하게 됩니다.

추대위원회가 8차례 회의를 하고도 후임 추대를 포기하고 자진 해산키로 한 것은 상황이 ‘추대’와는 다른 ‘경합’으로 갑자기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1, 2차에 걸쳐 모두 12명이 대상자로 추천 되었지만 추대위원회 차원의 접촉에서는 4차 회의 때까지 단 한사람도 수락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4차 회의에서는 “추대위원회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동창회장과 추대위원장이 직접 나서 12명 가운데 누구든, 아니면 12명 외의 적임자든 수락을 받아내면 추대하자”고 전원합의로 결의했습니다.

추대위원회 간사인 동창회 사무총장이 이런 결의를 회장에게 공식 전달했고 김동정 추대위원장과 이연택 회장이 함께 접촉한 끝에 12명 중 류수택 동문(60학번)의 수락을 받아낸 것입니다.

추대위원회 차원에서공식 추대대상이 된 사람은 류수택 동문 단 한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재형 추대위원이 송석환 수석부회장(64학번)도 추대수락 의사가 있으니 송 동문까지 후보로 놓고 논의하자고 만장일치 ‘추대’에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송석환 수석의 경우 선거공고 기간에 등록 했다면 무투표 당선이었고, 4차 회의 때까지 수락의사를 밝혔다면 역시 경합이 없는 추대 대상자였습니다.

그러나 추대위원회와의 접촉에서 “회장직을 맡을 생각이 없다. 할 사람이 없어서 동창회가 문을 닫을 상황이 된다면 수석부회장의 책임으로 그때나 맡겠다”고 한사코 고사했습니다.

4차 회의 이후 김동정 추대위원장과의 접촉에서도 “맡을 생각이 없고, 맡더라도 이연택 회장의 동의를 전제로 맡을 것이며, 그렇더라도 재단, 종단, 학교 측과 현안을 놓고 대립하는 관계는 이어갈 수 없으니 양해를 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송석환 수석은 공식적으로 추대 후보가 되지 못했으므로 추대위원회는 류수택 동문을 추대하면 끝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강조 드린 대로 추대위원회가 추대가 아닌 투표로 결론을 내는 것은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투표를 하지 말고 이 회장에게 권한을 넘기자”는 이재형 위원의 제의를 받아들여 표결 대신 해산을 결의한 것입니다.

과거 동창회가 둘로 갈라진 불미스런 선례도 감안한 오로지 화합 차원의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취지는 회장이 동문 사회의 중지를 모아 새로운 추대위원회를 구성하고, 말 그대로의 ‘추대’ 후보를 후임으로 선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은 류수택, 송석환 두 분 중 한 분이 양보해 ‘단일화’가 되거나, 누구를 추대하기로 결정된 바가 전혀 없습니다.

추대위원회 해산은 화합 위한 대승적 결단

지금은 선거기간이 아닙니다. 선거기간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1차 추대위원회가 실패해 회장께 일임하기로 한 이후, 회장의 결단을 기다리는 상황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다시 선거를 해서 회장을 뽑자는 의견이라면 그동안 진행해온 회칙의 선거관련 규정과 절차를 우롱하고 동창회 업무를 방해하는 일이 됩니다.

누구에게 그런 권한이 있습니까. 회칙과 상식에 어긋나고 동문사회의 화합과 단결을 깨는 자해행위일 뿐 입니다.

그동안 수석부회장 직책을 수행하면서 겸손하고 성실한 인품으로 동문사회의 신뢰를 받았던 송석환 동문이 왜 회장직을 고사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는지는 모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연택 회장이 재단이사로 참여한 뒤 재단과 학교 운영의 정상화, 투명화를 요구하는 활동을 계속하자 재단, 종단, 학교 측이 매우 불편해 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송 동문 본인도 이 회장의 그런 노선에 거부감을 나타내 자신은 따를 수 없음을 밝혔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후반기 임기 중 절반가량은 동창회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 회장이 송 동문 대신 류수택 동문을 수락 설득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로 짐작됩니다.

이같은 종단, 재단의 태도와 송 동문의 입장 표명, 학교 책임자가 추대위원회 활동 기간 중 일부 추대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송 동문 지지를 부탁한 일 등의 부적절한 행태, 송 동문과 동기인 64학번 학생회 간부 출신 등 일부 동문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송 동문의 태도 변화와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류수택 동문이 추대를 수락한 다음 송 동문은 이연택 회장과 전화 통화에서 “그러면 저는 회장직을 맡지 않지 않겠습니다”고 말했다가 24시간도 안되어 “회장에 나서겠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져 납득할 수 없는 처신에 의아심이 큽니다.

제 목소리 내는 동창회 정체성의 갈림길

태도변화에 배경이 있었다면 이는 동창회 미래와 직결된 노선의 대립일 것입니다.

지난 4년간 이연택 회장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모교 재단과 학교 운영의 합법, 정상, 투명화 실현을 목표로 제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인 동창회 활동을 이어갈 것인가, 모교의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협조하는데 만족하는 옛 동창회로 돌아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동문 여러분, 동국인이라면 다 아는 모교 문제의 핵심이 무엇입니까.

능력이 부족한 일부 스님들이 대학운영을 좌지우지 하면서 불법, 불투명을 관행으로 반복하는데도 학교 당국은 눈치나 보는 구조가 발전에 가장 큰 ‘원초적 걸림돌’ 아닌가요.

종단, 재단 측의 집요하고 무리한 이사 선임, 정관변경 시도가 발단이 돼 지난해 하반기에 불이 붙었던 ‘준법정관 채택 범 동국인 10만인 서명운동’에 25만 동문사회와 불자들이 전폭 호응해 나선 이유도 바로 그런 문제인식과 공감대가 바탕에 있었던 것 아닙니까.

반세기 넘도록 못 푼 이 숙제를 이제 부터 학교, 재단측과의 ‘좋은 관계’ 회복을 통해 풀어갈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진정 그렇게 믿는 동문이 과연 몇 분이나 될까요.

동국의 위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실은 자승 총무원장이 재선에 성공한 후 최근 조계종단 산하 ‘종립학교관리위원회’는 1년여를 끌어온 재단 이사선임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오려 합니다. 이미 부결된 안건을 살려내 무리수를 강행할 기미입니다. 끝난 줄 알았던 논란이 원점에서 재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한마디로 ‘동국의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모처럼 결속된 동문, 불자들의 힘으로 시대착오의 정관개악 시도를 막아내지 못하면 동국은 영원히 ‘2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종단의 일부 스님들이야 자신들이 멋대로 할 수 있는 2류 학교가 내심 더 바람직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동문들은 결코 아닙니다. 한국불교,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더욱 이대로 가서 안 됩니다.

지난해 ‘준법정관 채택 서명운동 선언’에서도 밝혔듯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불법, 편법, 변칙을 관행이란 이름으로 반복할 수 있는 때가 아닙니다. 몇몇 개인이나 소그룹이 밀실에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정보기관이 학원공작을 하던 시절은 예전에 지났습니다.

원칙과 정도만이 학교-재단-종단-동창회가 사는 길

원칙과 정도를 추구하는 사회 변화의 흐름을 타야만 학교, 종단, 동창회 모두가 삽니다. 총동창회는 종단, 재단, 학교와의 관계에서 먼저 갈등을 일으킨 일은 한 번도 없습니다.

법규와 상식에 어긋나는 업무처리 시도나 의도적인 동창회 무시 행태에 최소한의 대응을 해 왔습니다. 동창회가 언급해온 소송 등도 실무적 검토는 마쳤지만 실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변화의 기미가 보인다면 소송을 누가, 왜 합니까.

이 회장은 취임 이후 모교 발전에 기여하는 동창회 역할을 강조해왔고 역대 어느 회장보다 많은 실적을 쌓았습니다. 대부분 동문들이 알고 계시고 인정하시는 내용일 것입니다.

동창회는 근본에서 동문들이 모교사랑의 한마음으로 참여하는 사회공헌 활동의 한 영역입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을, 시간이 있는 사람은 시간을 내놓아 사심 없는 기여를 해야 합니다. 돈이 중요하지만 돈만이 기여는 아닙니다.

통 크게 기여를 하고도 보상을 기대하거나 자랑 삼지 않는 것이 명문 동창회원의 품위이고 긍지 아닐까요.

동창회는 모교 사랑 한마음으로 참여하는 사회공헌 활동

지혜와 소신과 재력을 함께 갖춘 동문이 회장을 맡는다면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그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모교, 동창회 상황이 과연 어떤 능력의 리더를 필요로 하는지 모든 동문들께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문모두가 염원하는 ‘일류동국’은 동창회 활동 또한 그에 걸맞을 것을 요구합니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구시대의 행태가 추대위원회 활동 기간 중 일부 재연된 일들은 이 점에서 아쉽고 부끄러웠습니다. 진솔한 반성과 상응한 책임 규명 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회칙 규정의 불비나 허점도 함께 손을 보아야 합니다. 신정아 사건, 로스쿨 탈락 등에 대한 재단 감사들의 조사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들도 동창회의 관심사입니다.

3월 정기총회 전까지 마무리해야 할 동창회의 현안이 많습니다. 모든 동문들의 관심과 격려, 그리고 참여가 필요합니다.

동창회 명운 가리는 노선 선택은 동문들의 몫

동창회의 노선은 최종적으로는 동문들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일부 정당 등의 사례처럼 소집단의 조직적인 활동이 전체의 의사로 포장되는 구조는 더 이상 통용 될 수 없습니다. 25만 동문과 전국의 불자들이 지켜볼 것이고 끝까지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사심 없이 순리를 따른다면 화합과 단결은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이번 추대위원회 해산 결정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동문 여러분과 함께 기대하며 3월 이전에 동창회보를 통해 다시 소상하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신년인사를 올립니다.

2014년 1월15일

동국대총동창회 홍보담당 상임부회장 문 병 호(전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