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전기철도’ 복원을 불교계가 선도적으로 추진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견은 불교생명윤리협회, 불교인권위원회, 정의평화불교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가 참여하는 가칭 ‘한반도평화실천기획단’이 지난 1월 8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개최한 ‘남북철도 연결과 불교’에 관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불교계가 금강산철도 복원 및 연결을 제안하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했고, 토론회를 주관한 4개 단체 대표자들이 이 제안을 적극적으로 찬동함에 따라 이른 시일 내에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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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단절되어 있는 금강산전기철도 노선. 사진은 지난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금강산전기철도교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크게보기이종석 전 장관(왼쪽 사진)은 “기존의 경의선과 경원선 복원 및 연결 문제는 남북의 정치적 문제와 연계되어 쉽게 진전을 보지 못하는 있지만, 금강산 철도는 금강산으로 가는 최단거리의 철도이며, 금강산 자체가 불교의 성지인 만큼 불교계가 금강산전기철도(이하 금강산철도)의 복원 및 연결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전 장관은 또 “불교가 중생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자비로 받아들이고, 철도문제를 한반도 평화와 연결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라며 “불교계에서 북으로 연결된 철도 가운데, 내금강으로 이어지는 금강산철도를 장안사, 유점사 등 금강산내 유명 절들의 복원과 함께 다시 연결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강산철도는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와 갈말읍 정연리 경계에 위치한 철도로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건설되어 개통됐다. 당시 철원역을 시발로 종착역인 내금강까지 총연장 116.6킬로미터이며 일일 8회 운영하였고 내금강까지 총 4시간 반이 걸렸으며, 요금은 당시 쌀 한가마 값인 7원56전으로, 1936년 당시 이용객은 연간 15만4천여 명에 이르렀다. 금강산 관광객이 이 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몰려들어 당시에는 서울역보다 더 붐볐다는 이야기도 전해질 정도로 이용객이 많았던 철도이다.

일제는 금강산철도를 당시 창도의 풍부한 지하자원인 유화철을 홍암을 경유하여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지하자원 수탈 및 금강산 관광용으로 운행하였고, 해방이후 한국전쟁 당시에는 북한이 군수물자 수송에 사용하였다. 현재 남북분단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금강산 전기철도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이 금강산전기철도교량이 남아 있으며, 이 교량은 2004년 9월 4일 등록문화재 112호로 지정되었다. 금강산철도는 철원을 기점으로 동철원, 양지, 정연, 김화, 금성, 창도, 현리, 화개, 단발령, 내금강 등 11개 경유 역이 있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발표한 ‘한반도평화번영과 남북철도 연결’ 주제의 발제에서 “남북철도 연결은 산업, 지하자원 협력,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을 통한 국익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와도 연결되어 한국 경제의 대륙진출을 완성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장관은 “우리가 북한 철도 체계의 복구와 발전에 기여해 한반도 철도시대를 개막하는 것은 어려운 한반도 경제의 기회의 창을 여는 것”이라며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민영화 문제 등으로 현재 최악의 갈등을 빚고 있는 철도공사가 흑자기관이 되어 공사와 노조가 상생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현 정전상태는 한반도를 넘어서 전반적인 동북아 평화증진에도 지속적으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증진은 동북아 정세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따라서 6자회담을 재개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6자회담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로의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은 “NLL의 평화수역화가 이루어지면 황해 경제권 형성을 통한 남북한, 중국 황해연안 지역의 공동발전을 이룰 수 있고,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남북경제 협력과 이를 확장한 북방 경제협력권 형성을 통해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공동 발전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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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실천기획단이 1월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주최한 '남북철도 토론회' 장면.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 스님은 기조발제에서 ‘남북합작 철도회사’의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남북이 함께 철도회사를 설립해 철도 연결 및 철도를 통한 경제발전, 세계 진출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정의평화연대 이도흠 교수는 “북한의 희토류만 3경8천억 수준이라고 하니, 남북 철도만 이어도 평화가 저절로 보장되는 셈”이라며 “진관 스님이 공식 제안한 남북합작철도회사의 설립은 경제는 물론 정치적 안정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생명윤리협회 법응 스님은 “7100만 남북 동표의 분단으로 인한 고통을 해소시키는 것이 한국불교가 지향하고 있는 대승불교 책무 중의 하나”라며 “조계종은 남북이 한마음임을 깨닫게 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응 스님은 “실크로드를 통해 많은 문화와 사상이 융섭하고 융화했듯이 철도를 통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와 세계평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며 “화쟁 등 훌륭한 사상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불교가 역할할 때”가라고 거듭 강조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정윤선 총장은 ‘철도연구개발센터 소장’을 역임했던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제안과 설명으로 눈길을 끌었다. “최근 악화일로에 있는 남북관계를 볼 때 자칫 남북관계는 잃어버린 5년을 넘어 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문을 연 정 총장은 “제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불교계부터 아우성을 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남북 철도 연결이 갖는 중요성을 러시아와 중국, 몽골 등의 철도 계획 등과 연계해 자세히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한반도평화실천기획단은 지난해(2013년) 정전 60주년 맞아 조계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던 세미나와 대형 행사 등 남북 평화에 대한 의지 및 염원의 대외적 표명 동력을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아울러 민간차원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서 한반도평화를 위한 실천프로그램을 만들어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출범한 단체이다. 즉 한반도 문제를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절박감이 단체 출범의 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일어난 철도민영화 관련 철도의 부채해소 및 경영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남북철도의 연결이 시급성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날 남북철도 연결 문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다. 한반도평화실천기획단은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관 스님을 중심으로 정의평화불교연대 이도흠 한양대 교수, 참여불교재가연대 이수덕 대표, 불교생명윤리협회 법응스님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단체 발족 및 프로그램 개발의 실무책임자는 이원영 교수(수원대)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