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 중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박태만 수석부위원장과 노조원 3명이 12월 24일 오후 8시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로 피신했다.

조계사 극락전에서 밤을 보낸 이들은 이튿날인 25일 오후 6시 30분 조계사 경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승적 차원의 종교계 중재를 호소했다.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사전 허락 없이 조계사에 머물게 돼 조계사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오직 조계사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조계사를 피신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종교시설이기 때문에 공권력의 무력진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박 부위원장은 “종교계 어른들이 중재에 나서달라는 생각으로 간곡한 마음으로 들어오게 됐다. 종교계가 나서서 파국으로 치닫는 철도민영화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겠느냐”며 “불편을 느끼는 분들 있겠지만 기댈 곳이 여기밖에 없다”고 읍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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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원의 조계사 피신 이튿날인 25일 경찰 병력이 조계사 주변을 삼엄하게 감시하고 있다.

앞서 철도노조는 25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국민 대다수의 철도민영화 반대 여론을 경청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조계종이 철도노조의 파업과 정부의 일방적 탄압,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중재 등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하고 감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사흘 째 철도노조 조합원을 품고 있는 조계종은 26일 오전 중 종단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계종은 노조원의 조계사 피신 이후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상대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취해왔다.

경찰은 철도 노조원의 조계사 피신 사실이 알려진 이후 조계사 일대에 병력을 배치해 경비를 강화하고 사복경찰을 동원해 검거를 시도했지만 지지자들에 의해 저지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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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 4명이 피신하고 있는 조계사 극락전.

KTX 수서발 운영회사 설립을 철도민영화의 준비 수순으로 보고 정부에 민영화를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 것을 촉구하며 파업 18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철도노조는 26일 오후 4시 ‘전국 동시다발 지역별 규탄집회’와 28일 오후 3시 서울시청광장에서 ‘100만 시민 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