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단청에서 시작된 문제는 목재수급, 기와의 흡수율과 강도 문제, 석축 공사의 크레인 사용 등 총체적인 문제로 번져가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문화재 보수공사의 고질적 문제인 면허증 대여가 큰 문제로 대두됐다.

우리나라는 한 해 수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문화재 보수와 수리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잡음과 비리가 형성돼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종사하는 관계자와 앞으로 문화재 수리, 보수업계에 진출을 원하는 지원자에게 실망과 더불어 의욕 상실까지 주고 있다.

문화재청장의 경질 배경은?

숭례문에서 시작된 문화재 관리문제는 석굴암, 팔만대장경으로 번져갔다. 대통령은 해외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첫 일성으로 문화재관리 및 비리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화재의 비리척결을 나선 경우는 처음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대통령이 문화재에 가지는 애정과 열정은 대단하다고 본다.

대통령은 후속조치로 문화재 부실관리 책임을 물어 문화재청장을 경질했다. 임명권자가 경질하는 것에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경질을 할 때는 대상자의 입장도 존중되어야한다. 본인한테 해명할 기회가 주어졌어야 했다는 안타까운 의견이 주변에서 들리는 이유는 문화재청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고위관료와의 부조화를 드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카이네틱 댐 때문에 청와대 내에서 고성이 오고갔다는 설이 있다. 필자는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이 토론하다가 의견 충돌은 있을 수 있고, 고성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이점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그 조직이 건강하고 살아있다는 것이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관해서 정부(문화재청)와 지자체(울산)간 갈등이 커지자 이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카이네틱댐(변화가능한 유리막 댐)이 설치되는 방안이 준비되었고, 준비 과정에서도 문화재청과 정부 고위당국자 간에 갈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 발굴괴정에서 공룡발자국이 발견되었다. 공룡발자국과 선사시대인의 암각화!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이런 문화유적과 자연유적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는 없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카이네틱 댐의 길이를 40m에서 80m로 늘리는 주장을 했고, 문화재청장은 안된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사람 다 국정수행과 문화재보호를 위해 고민하고 의견이 대립된 것이지만, 이것이 경질의 사유가 되어서는 곤란다고 본다.

또 국보 반가사유상이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하는 과정에, 문화재위원회에서 결정한 내용에 대해 문화재청장과 문화부 유진룡 장관이 서로 해석을 달리하며, 청장은 못나간다. 장관은 나가야한다. 하며 갈등이 있었고 장관은 스스로 나가게 했다고 압력설을 시인한 샘이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청와대의 한 비서관도 자리를 물러나게 되었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잘못된 보고가 대통령께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금요일 날 오후에 갑자기 사표를 위장해서 경질을 한 것이다. 주말동안 여론을 잠재우자는 계산도 들어갔을 것이다.

그 다음, 숭례문 복원은 전 청장시절 다한 것이다. 변 청장은 3월에 임명이 되었고 이미 3월이면 숭례문의 주요공사는 다 끝났고 주변의 조경공사만 하고 있었다.

실제로 숭례문 복원의 문제라기보다는 모 일간지에 숭례문의 후속보도로 문화재보수에 관련되어 석굴암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도가 계속 나갔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장이 봉합을 하고 대안을 내놨어야 하는데 오히려 문화재청장이 더 언론에 나오게끔 묵인한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관료사회에서 개혁은 조용하게, 일이 소문이 안 나게끔 해야 되는 것이고, 외부에서 간 문화재청장은 문화재 제도개혁이 내부의 역량만으로 안 되니까 외부충격요법이라도 해서 개혁을 해 보려했는데 이 충격요법이 부메랑이 되어버렸다.

이 중에는 문화재청 내부의 기득권 세력과 일부 업자와 이를 비호하는 언론권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서라면, 문화재 보수면허 대여업자 같은 사회적 악인을 비호해주기도 하고, 이념과 사상이 다른 자들과 합종연행하며 개혁 세력을 끊임없이 깍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특정집단 보수·관리 독식 문제 키워

특히 다음세대까지 잘 보존돼 물려줘야 할 문화재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만의 독식과 그들만의 카르텔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문화재 관리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관심 있는 학생과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계에 비밀주의가 난무하고 '문화재 마피아'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마피아 집단에 들어가야 참여할 수 있고 이익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서로 보호하고 특정집단의 비호도 받는다.

이런 식이라면 문화재의 원형 보존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제대로 남아 있을 문화재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보수와 보존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에게 종속돼 있다. 특히 보수기술자 자격증을 고액으로 임대하고 있으며 일부는 자격증을 처음부터 부업형태로 빌려주기 위해서 취득한다. 일부 사업자들은 현행법을 피해 편법을 동원, 자격도 갖추지 않고 나라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수ㆍ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우리나라 문화재 보수기간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짧은 것도 문제를 낳고 있다. 문화재보수 공사에 공사 기간을 두는 것은 문화재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자료와 문헌이 남아 있지 않은 문화재 공사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완벽하게 보수 공사를 진행하려다 보면 공사기간과 공사비 때문에 대충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현실성 없는 공사 기간으로 부실을 야기하고 있다.

국가가 직접관리 검은 고리 끊어야

훼손된 문화재를 보수하기 위해서는 원인조사와 관련 기관끼리 공문을 주고받는 데 몇 달 걸리고 여름에 설계하면 가을에 확정되고 찬바람 불기 시작할 때 공사를 시작
해 연말에 공사를 마쳐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산판에서 좋은 육송을 구입할 시기는 지나가고 결국 수입목재를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된다. 또한 목재와 흙을 크게보기
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로 볼 때 찬바람 부는 시기에 문화재 공사를 해서 이로울 것이 없다.

따라서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서 문화재 보수는 국가가 직영 또는 관리공단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수기술자들을 팀으로 구성해 문제가 있는 문화재에 국가(문화재청)에서 직접 한 팀을 파견해 처음부터 끝까지 그 팀 책임하에 공사를 진행시킨다. 팀의 구성은 오래된 경험자와 신참으로 구성한다. 국가가 직영하면 입찰의 비리와 소수 업체의 독식, 자격증 대여 비리는 없어질 것이다.

또한 팀으로 구성되면 공사 실명제가 자연스럽게 정착되며 오래된 경험자들로부터 기술 전수도 쉬워질 것이다. 문화재계 병이 너무 깊다. 지금 개혁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번에는 반드시 문화재 마피아를 뿌리 뽑아야 한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육의전박물관 관장, 문화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