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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내륙관광 1번지 분천역 코앞 ‘약수암’<br>전설·영험 깃든 기도사찰 요건 갖췄지만…

이학종기자 | urubella@naver.com | 2013-11-19 (화) 10:58

경상북도 봉화군의 오지 분천(汾川)은 불과 몇 달 전만해도 활기를 잃은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비록 간이역이 있기는 했지만, 폐광이 속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분천이 새롭게 활기를 찾고 있다. 코레일이 야심차게 마련한 중부내륙관광열차의 순환열차(O트레인)과 협곡열차(V트레인)의 교차역이 되면서부터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은 활기를 되찾았고, 이제는 생동감마저 솟아오르고 있다.

인근에 기암괴석의 산세와 해 뜨면 황금물결을 자랑하는 낙동강 상류에 해당하는 계곡이 흐르고 있어 천혜의 경관이 압권이다. 게다가 차로 한 시간 이내 거리에 울진 불영사와 불영계곡이 있어 분천은 졸지에 새로운 중부내륙의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이다.

간이역의 위상마저 흔들리던 분천역은 중부내륙관광열차 개통과 함께 스위스의 체르마트 역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그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초라하기 그지없던 분천역이 이렇게 천지개벽을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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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에서 바라본 약수암의 모습. 산 정상에 부처님이 좌선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한 바위가 보인다. 예로부터 마을사람들은 이 바위를 미륵불로 여겨 치성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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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에 위치한 전형적인 작은 암자의 모습을 한 약수암 모습. 대웅전과 산신각, 그 사이에 미륵불로 치성을 받은 큰 바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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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암에서 내려다본 분천역과 분천마을, 분천마을 앞을 흐르는 계곡(낙동강 상류)이 보인다. 분천제일의 천혜의 조망이다.


그런데 이 작은 마을 분천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있으니, 바로 약수암(藥水庵, 주지 해담 스님)이라는 작은 암자이다. 약수암은 분천역 바로 앞산인 비룡산 자락에 자리한 작은 절로 분천역 역사(驛舍)와 마을, 계곡을 한 눈에 파노라마처럼 내려다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역에서 도보로 불과 5분 거리, 코앞에 있으니 접근성 또한 최고 수준이다.

분천역이 분주해지고, 분천마을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약수암에 대한 관심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농번기에는 찾는 이조차 없던 이 작은 암자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따금씩 이어지고 있다. 철로가 가로질러 암자로 연결되는 길이 없는 탓에 아직 찾는 이는 많지 않지만 약수암의 범상치 않은 경관을 관심 있게 바라본 이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이 이 암자에 살고 있는 혜원 보살님의 전언이다.

한국불교 태고종 소속인 약수암의 현판도 달려 있지 않은 대웅전에는 ‘摩訶大法王(마하대법왕) 無短亦無長(무단역무장) 本來非皂白(본래비조백) 隨處現靑黃(수처현청황)’이라는 야부스님의 게송이 주련으로 달려 있다. 그 뜻은 ‘크고 위대하신 진리의 왕이시여/ 짧은 것도 아니며 긴 것도 아니고/ 본래 희거나 검지도 않으며/ 곳에 따라 푸르고 노랗게 나타나시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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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암의 창건주 학운 스님의 공덕비.


주지 해담(海潭) 스님이 이 절로 부임해오기 전 약수암은 창건주 학운(鶴雲)스님에 의해 50여년 전에 창건됐다. 창건주 학운 스님 공덕비에는 약수암 창건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대저 태백산맥 비룡산(飛龍山)은 산중에 명산이요, 한국불교 약수암은 이 지역의 명찰이다. 예로부터 관동8경 삼척 땅이 불원한 이웃이요, 영암선 철마왕래 교통 또한 편리하다. 절 뒤의 절벽아래 유명한 약수샘은 명산 정기 솟아나고 그 옆에 앉아 있는 미륵불이 영험하여 누구나 소원 빌면 소원대로 다 된다고 예로부터 전해온다.

산문을 열고 보면 앞산 경계가 기특하여 만고광명 일월산이 등대처럼 향해 있고, 사시(四時) 청류(淸流) 낙동강이 중생시름 씻어간다. 가히 이 자리가 전법광생(傳法廣生)할 만년성지(萬年聖地)임이 예칙(禮飭)함에 족하도다.

학운대사는 이곳에 행장을 풀고 목수업으로 평생 모은 재산을 통틀어 바치고 아울러 신도님들의 다소의 시주로서…(후략)“

공덕비의 내용에 따르면 나르는 용의 모습을 한 산에 한 마리 학이 구름 속에서 내려 앉아 암자를 일군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학운스님은 하필 이곳에 암자를 지었을까.

공덕비의 내용처럼 산신각 옆 ‘앉아 있는 부처(坐像佛)’를 닮은 예사롭지 않은 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바위는 멀리 분천마을에서 바라보면 부처님이 앉아서 좌선을 하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때때로 이곳에서 신이한 빛이 번쩍이곤 해서 마을 사람들이 예로부터 신성하게 여겨왔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미륵부처님으로 숭배하며, 그 앞에 엎드려 절하고 기도하며 각자의 애환을 털어놓고 부처님의 가피를 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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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갖은 고난에 찌든 중생에게 위안이 되었던 좌상미륵불 바위 아래에서 샘솟는 약수. 치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절 이름 또한 약수암이 되었다.


특히 좌상불 바위 아래에는 작은 샘이 있는데, 이 샘물이 영험하여 온갖 중생들을 병마로부터 구하였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 병든 아버지를 둔 한 나무꾼이 있었다. 효성이 지극하던 이 나무꾼은 나무를 하면서도 늘 아버지 걱정이었다. 어느 날 나무꾼은 나무를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에 산신이 나타나 옆에 있는 샘물을 떠나 아버지에게 드리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깜짝 놀라 깬 나무꾼이 꿈속에서 산신님이 일러준 곳을 찾아보니 정말로 작은 굴에서 샘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 물을 떠다가 아버지에게 봉양하니 아버지의 병이 씻은 듯 나았다.

약수암은 이 약수물을 받아 대웅전 아래에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놓았다. 분천역 인근을 관광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은 반드시 짬을 내어 약수암에 올라 부처님 전에 예배하고, 약수물을 마셔볼 일이다. 약수암은 나무꾼에게 약샘을 일러준 산신님이 나타난 곳에 산신각도 잘 지어 놓았다. 아직은 사세가 넉넉지 못해 산신각은 물론 대웅전에도 현판조차 달지 못했지만, 영험한 전설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도량이니 허투루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절에 머물며 암자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혜원 보살에 따르면 특히 아기를 갖지 못하는 이들이 찾아와 약수를 마시고 산신각에서 기도하면 반드시 영험을 얻는다고 알려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살던 이 보살님은 처음에는 자신도 믿지 않았지만, 정말로 아이를 갖는 사람들이 잇따르는 것을 보며 희한한 마음이 든다고 귀띔했다.

현재 약수암에는 신도가 그리 많지 않다. 마을 노인들이 몇 십 세대 있지만 농번기에는 거의 절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주로 서울, 부산, 창원, 대구, 울산, 영주 쪽에서 찾아오는 신도들의 시주로 절 살림을 근근이 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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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보살님의 푸근한 미소가 후덕한 절집인심을 상징해주고 있다.


그러나 예로부터 절집 인심은 후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어서, 누구든 약수암을 찾아와 부처님께 예경을 하는 이 있으면 푸근한 엄마 같은 인상의 혜원 보살님이 반갑게 맞는다.

“대웅전에 들어가서 절을 하는 분들은 대개 불자님들이시죠. 그러면 반가와서 제가 커피 한 잔 타 드리기도 하고, 공양 때애 오시는 분들이 있으면 공양을 드리기도 합니다. 물론 종교가 달라도 차별을 하지 않지요.”

그러나 관광객들은 혼자 여행을 온 분이 아니면 대부분 단체관광이어서 시간에 쫒기다보니, 절에 머무는 시간이 매우 짧단다. 혜원 보살님은 말만 잘하면 주무시고 갈 수도 있다며, 활짝 웃는다. 그래도 관광객 중에서 절이 참 좋다며 백일기도를 부치고 가는 분도 더러 있고, 초파일 전에 찾아오는 분들 가운데에는 연등도 다는 분도 있단다.

“절에 오시는 분들 가운데 사업하는 분들, 건설업이나 수출업을 하는 분들이 이 절에서 기도하면 잘 된다고 말씀들을 하세요. 진짜로 잘 된다는 거예요. 저야 뭐야 알 수 있나요.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애기 못 놓는 사람들이요. 여기서 기도하면 희한하게 잘 되어요. 시험관 아기 몇 번씩 해도 안 되는 분들이 와서 기도하면 금새 애가 들어선다니까요. 제가 봐도 신기하다니까요. 제가 여기에 온 지 2년이 되었는데요. 그동안 결혼한 지 9~10년이 되도록 아기를 갖지 못한 울산 신도분이 처음으로 아이를 가졌고요. 그 뒤로 대구분이 임신을 했고요. 또 한분은 어디 사시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임신이 안 되던 분인데 기도하니까 금새 임신이 되어서 현재 임신 4개월입니다. 천도재를 한 후에 자연적으로 임신이 되었다고 그래요.”

주지 스님은 출타해 내일이나 오신다고 전하는 혜원 보살의 표정이 이내 어두워진다. 연유를 물으니, 약수암으로 올라오는 길이 없어서이다. 분천역 철길을 가로질러 건너지 않으면 절에 접근할 수가 없어 신도들이나 찾아오는 분들이 불편을 느낀다는 것이다. 철길을 건너는 것은 우선 법위반이어서 고민이고, 무엇보다도 안전이 걱정이다. 절에 오는 길을 코레일이나 군에서 내 주었으면 좋으련만, 와서 조사만 하고 가서는 정부는 군에, 군은 코레일로 서로 떠미는 것 같더란다.

분천역이 한산할 때만 해도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었지만, 갈수록 교통량과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약수암의 불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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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암은 그러나 철길로 진입로가 막혀 있어 철길을 횡단하는 위법을 저지르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갈수록 관광객과 참배객이 늘어나고 있어 관계기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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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암 혜원 보살님이 정성껏 차려준 점심밥상. 이보다 더 맛난 공양은 없을 듯싶다.


분천역은 물론 분천마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위치인데다가, 예로부터 주민들이 미륵부처님으로 모신 신이한 형상의 바위, 그리고 난치병 치료의 전설이 깃든 약샘까지 있는 약수암이 분천역 관광의 첫 관문의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음에도 접근하는 길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절을 떠나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안전한 출입로를 가질 권리가 있을 것이다. 코레일과 봉화군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보살님께서 차려준 절밥을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정갈한 음식에 깃든 보살님의 정성에 몸과 마음을 다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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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불자 2013-11-30 16: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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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암공양은 최고였어요. 절이 너무예뻐서 그냥들린건데 부처님께 올렸던 공양이 있으시다고 굳이 먹고가라하여 앉았는데 지짜 맞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담에 들리면 절에서 묵을려고요. 그때 친절하신 보살님 다시 뵈야지요. 철길아래로 굴길을 만들면 된다는데 빨리 길이 만들어져 안전한 통행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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