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년 3월 1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 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 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 날을 길이 빛내자

3·1절,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94년 전 선열들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날이다. 이 날은 노래의 가사에서도 나왔듯이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며, 선열이 지켜보는 날이자, 동포가 길이 빛내야할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3·1절은 휴일이 되어버렸다. 정부나 독립유공자단체들이나 챙기는 날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의 3·1절은 달랐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3·1절을 기념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치러졌다. 일본의 우경화와 독도에 대한 도발이 간단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 되겠지만, 정작 독립운동을 하며 희생했던 독립운동가와 그의 후손들은 소외되어 찬밥신세로 떨어져 있고, 친일파가 득세하고 잘 사는 나라가 된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성찰이 시작된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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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기념식 참가자들이 민성진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의 선장으로 만세3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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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사 조실 월운스님이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4분 큰스님들 영전에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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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념식에는 200여 사부대중이 동참해 용성, 만해, 운허, 태허 선사의 투철한 애국애족의 삶을 기리고 그 정신을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임시정부기념관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거나 잊고 있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추모 열기가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불교계에서도 종립학교인 의정부 광동고등학교 법당에서 용성, 만해, 운허, 태허 스님 등 일제기 조국을 위해 항일운동을 벌였던 스님들을 추모하는 추모재가 열렸다. 같은 시간 전남 장수군 죽림정사에서도 백용성 스님을 기리는 3·1절 행사가 봉행됐다.

특히 의정부 광동고에서 열린 ‘제94주년 3·1절 기념식 및 용성·만해·운허·태허 선사 추모법회’는 해마다 행사의 크기와 격을 높이며 열리고 있어 불교계를 대표하는 3·1절 행사로 부상하고 있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이었던 용성 스님과 만해 스님을 기려왔던 광동고등학교의 3·1절 행사는 지난해부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벌였던 운허 스님과 중국 등지를 배경으로 임시정부의 핵심 요인으로 치열한 항일독립투쟁을 이끌었던 태허 스님을 함께 기리는 행사로 확대됐다.

역경사로 이미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운허 스님의 독립운동 참여사실이 알려지고 있고, 특히 태허 스님(운암 김성숙)의 항일독립투쟁은 우리 항일운동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정부와 서울시 차원에서 기념관 건립이 가시화하면서 행사의 격이 한결 높아지고 있다. 또한 두 스님은 봉선사를 배경으로 수행과 독립운동을 했거나 시작했으며, 광동고 설립과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 지방도시의 고등학교에서 치러지는 3·1절 행사의 격을 훌쩍 뛰어넘었다.

의정부시를 대표하는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행사장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봉선사 조실인 월운 스님, 광동학원 이사장 일면 스님, 의정부사암연랍회 회장 대흥 스님, 광동중고등학교 교장 및 지역 유지들도 대거 동참했다. 공휴일인데도 광동고 학생들이 다수 동참한 것도 눈에 띄었다.

내년부터는 광동고 3·1절 추모재를 국가보훈처가 후원하는 행사로 격상시키기로 국가보훈처와 국가보훈처의정부지청, 광동학원과 봉선사, 사암련 등의 의견이 모아진 상태여서 경기도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3·1절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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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를 하고 있는 조용기 광동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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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용 의정부시장이 기념식에 참여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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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학원 이사장 일면 스님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이날 광동고 조용기 교장은 기념사를 통해 “광동고 3·1절 추모재는 지난해부터 운허·태허 두 스님까지 함께 추모를 하게 되어 더 의미 있는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독립선언서 공약삼장의 정신이기도 한 정의, 인도, 생존, 공존번영의 가치를 드높여 민족화합과 조국통일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사사암연합회 회장 대홍 스님은 추모사에서 “용성·만해·운허·태허 네 분 큰스님들의 삶은 살아 있는 민족혼이며 우국충정의 꽃이었다”며 “큰스님들의 정신과 가르침을 이어받아 우리는 민족정신, 민족문화를 꽃피우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안병용 의정부시 시장은 “우리가 나라를 빼앗긴 원인은 백성들이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나라가 교육을 통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듯이 앞으로도 교육의 극일의 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시장은 또 “3·1절을 기리는 행사를 하는 단체가 아무 곳도 없는데 오직 광동고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4분 대선사를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우리 시의 자랑”이라며 “의정부 시장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한 동참자와 봉선사, 광동학원에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격려사를 한 광동학원 이사장 일면 스님은 “운허스님은 나라를 뺏긴 원인이 못배웠기 때문임을 직시하 봉선사의 정재를 끌어모아 이곳에 광동학원을 설립하셨다”며 “우리는 그 숭고한 뜻을 깊이 새겨서 이 나라가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되도록 정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봉선사 조실 월운 스님은 법문을 통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이는 자기이익을 위해, 어떤 이는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아간다. 오늘 우리가 추모하는 4분 큰스님들은 바로 대의의 길을 걸어온 스님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살아가야 할 것”이라며 “4분 큰스님들이 일생을 통해 보여주신 것처럼 당인불양(當仁不讓), 즉 인에 맞닥뜨려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살아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추모재는 민성진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의 선창으로 ‘대한독립만세’ 3창을 끝으로 회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