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오후 7시. 서울 대한문 앞에 두터운 겨울옷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천막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언 바람에 목을 움츠리고 나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서울 기온 영하 13도,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밑도는 날씨가 차가운 노동현실을 반영하는 듯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종호 스님)는 이 날 ‘노동자와 함께하는 동사섭 법회’ 입재식을 봉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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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에서 봉행된 노동자와 함께하는 동사섭 법회 입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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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원장 종호 스님은 “부처님 같은 마음을 품고 정의를 실천하는 불자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은 “노동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노동자의 아픔을 내 몸처럼 느끼는 법회가 될 것”이라며 동사섭 법회의 시작을 알리고 “노동자들이 절망 속에서 결사항쟁으로 목숨을 버리려고 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처님 같은 마음을 품되 투쟁할 때는 약자와 정의의 편에 서서 종교인으로서 정의를 실천하는 불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입재를 시작으로 매월 2회씩 격주로 열리는 동사섭법회는 매회 <금강경>을 봉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노동위원 스님의 법문뿐만 아니라 현장의 노동자들이나 유명인을 ‘이야기 손님’으로 모셔 노동자, 시민, 불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법회로 꾸려질 예정이다. 또한 회향일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정기법회로, 종호 스님은 지난 4일 노동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노동문제가 해결되는 그 날까지 동사섭법회를 봉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동사섭 법회에 참석한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자 지부장은 “점점 꼬여가기만 하는 노동 현실 속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더더욱 살을 에는 하루하루가 아닌가 싶은데, 중생과 일심동체가 되어 희노애락을 함께하기 위해 나선 노동위원회 스님들께 감사한다”며 “가진 것 없고 힘없는 노동자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투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또 최일배 코오롱정리해고투쟁위원장은 “정리해고 노동자들 하루속히 원래 직장 찾아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고용불안 사라지고, 시내하청 노동자들 불법 파견 없어지고, 간접 고용 노동자들 직접 고용 다시 되고, 생명포기 노동자들 다시 다시 일어서기를 간절히 발원한다”며 노동과 자본의 대립을 뛰어넘어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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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섭 법회 참가자들이 정근을 하며 분향소 주위를 돌고 있다.

이날 동사섭 법회에는 조계종 노동위원 및 집행위원, 불교계시민사회단체, SJM 노동자,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회, KT노조, 철도노조, 공무원 노조,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 등 30여 명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한글금강경을 봉독하고, 정근을 하며 분향소 주위를 도는 등 노동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동자와 함께하는 동사섭 법회는 5월에는 부처님오신날 기념 노동자 초청법회로 진행되며, 9월에는 자살노동자, 현장 사망 노동자 등 희생 노동자를 위한 합동천도재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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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금강경을 봉독하는 참가자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