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복받는 그림전’를 연다. 세계적 불경기와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들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그림인 세화를 통해 힘을 보태드리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전시회다.

‘아시아 세화 판화의 세계 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2월 6일 개막하여 6월 30일까지 이어진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으로, 2013년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생생문화재’ 사업의 일환으로 열린다.

이번 전시회 기간 동안에 신년을 맞이하는 세시 풍습과 관련된 전시연계교육 프로그램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지정사찰인 명주사 템플스테이로 연결하여, 세화 판화 만들기 숲속판화학교로 실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세화는 조선조 말까지의 풍속으로 설날 도화서(圖畵署:그림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서)에서 수성(壽星) 선녀와 직일신장(直日神將)을 그려서 임금에게 드리고, 또 서로 선물로 주기도 하는데서 연유한 그림으로, 이를 ‘설그림(歲畵)’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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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살소멸만복부' 목판 원판.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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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헌 작 '경산원소' 양류청 연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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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채색' (일본) 메이지 유신 이전시기 작품.


축수(祝壽)하는 뜻을 표시하는 이 그림에서, 수성이란 장수를 맡은 노인성(老人星)을 말하는 것이고, 직일신장은 그날을 담당한 신을 말하는데, 모두 도교의 신들이다. 한 사람은 도끼를, 한 사람은 절월(節鉞)을 들고 황금 갑옷을 입은 두 장군의 화상(畵像)을 한자 남짓 되게 그려서 대궐문 양쪽에 붙이는데, 이것을 ‘문배(門排)’ 또는 ‘설그림’이라고 한다. 또한 붉은 도포와 검은 사모를 쓴 형상을 그려 대궐의 겹대문에 붙이기도 하며, 종규(鐘馗)가 귀신 잡는 형상을 그려서 문에 붙이고, 또 귀신의 머리를 그려 문설주에 붙이니, 이것들은 다 사기(邪氣) 와 역신을 물리치는 뜻이다. 그러므로 모든 궁가(宮家)와 척리(戚里:임금의 內戚·外戚) 집 문짝에도 붙이니, 여염집에서도 이를 본받아 그림을 문에 붙였던 것이다.

이번 전시회 전시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새해 설날을 맞이하여 연초에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 각 나라에서 대문이나 집안에 붙여 놓고 집안에 불행을 막아주고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붙였던 복 받는 그림인 세화들 중에 재신과 관련 있는 유물들과 신년 세시 풍습과 관련된 자료 100여점을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중에서 엄선한 명품들이다.

대표적인 전시작품으로는 한국의 ‘부귀다남 수복강령’ 보판(문양판)을 비롯하여, 천도교에서 1923년 계해년 신년에 사용되었던 세화 2점과 관련 유물 3점을 포함하여 이 최초로 공개된다. 특히 헝겊과 공단에 찍혀진 세화는 가채판화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보기 드문 아름다운 채색판화이며, 다색 목판화 기법이 정교하게 발전되지 않고 가채 판화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채색판화의 전통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가채판화란 판화를 밑그림 선을 찍고 그 위에 붓으로 채색을 올린 채색판화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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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류청 연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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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 세화' (한국)


신년에 사용되었던 목판화 월력으로 가경 10년(1802) 한글이 병행본 월력도 눈에 띄는 자료이다. 이 밖에도 호작도 판화와 삼재부적 등이 전시되며, 부적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백살소멸만복부 목판 원판도 전시 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세화를 연화(年畵)라 하며 중국에서는 많이 생산될 때는 7억장 까지 생산될 정도로 당시대 이후 송. 명시대를 거쳐 청시대, 민국 을 거쳐 공산당 정권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국 문화의 원형 중에 하나이다. 중국 연화에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가 재신이며, 집안에 재물이 많이 들어와 한 해가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양한 소재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대작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청나라 시대의 유명한 화가인 고동헌과 왕소전이 경상원소와 재신진보 두 대작이 눈에 띠며, 경상원소(庆赏元宵)는 보름날 세시풍속을 표현하고 있고, 재신진보(財神進寶)는 집안에 재물이 가득차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장면을 각각 100㎝의 대작으로 표현되고 있다.

중국 연화의 대가인 북경주앙비술학훤 보송년 교수가 극찬하고 있는 고판화박물관의 중국 연화 작품인 ‘구구소한도’ 목판과 인출 작품도 110㎝가 넘는 작품으로 당당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또 하나의 대작은 발재환가(發財還家: 부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다)라는 작품으로 가채판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재신들인 관우와 조공명 등의 다양한 재신의 모습을 볼 수 도 있다.

일본의 세화로는 한중일 삼국에서 다 같이 사용하는 종규의 모습을 유명한 우키요에 화가인 영천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종규 판화와 일본의 재신의 모습도 소개되며, 33관음성지순례 목판도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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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복재신'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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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다남 수복강령'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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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재부' (한국)


이번 전시회에서는 세시 풍습 중에 신년에 즐기는 각국의 오락 게임과 관련된 자료도 소개되고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설날이 되면 흩어졌던 가족들과 친척들이 모여 윷놀이나 화투를 즐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200여 년 전 일본 에도시대에 만들어진 화투의 원판 목판이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의 화투는 일본인 상인들에 의해 19세기 말엽에 들려왔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48장의 모습은 에도시대에 이르러서 정립되었으며, 이 원판에는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12월 ‘비’에 나타나는 일본인 서예가의 모습이 없고 버들가지와 제비의 모습과 우산을 뒤집어쓰고 가는 사람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비에 나타나는 선비의 모습은 메이지 유신 이후에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선비가 쓰고 있는 일본 모자를 갓으로 바꾸고, 나막신을 고무신으로 달리 표현했다. 일본 화투 원판을 비롯하여 중국의 오락놀이 패인 마조패(馬弔牌) 원판과 오락 게임용 목판화 말판을 비롯하여, 승경도(陞卿圖) 판이 소개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절에서 신년을 맞이하여 성불하는 놀이인 성불도 목판본이 소개된다.

티베트 전시품으로는 타르초(기도 깃발이라고 하며 발원하는 사람의 소원을 바람 말(風馬)이 실고 하늘의 신에게 올라가 그 소원을 받아 내려와서 발원자에게 가져다준다는 깃발. 롱다라고도 함)가 다양하게 소개될 예정이다.

개관 10주년 특별전을 준비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이번 아시아 세화 판화의 세계 특별전은 전 세계적으로 닥쳐온 불경기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아시아 각국의 국민들의 소망을 담아 만들어진 복 받는 그림인 세화들을 통해 따뜻한 훈풍이 우리들의 꽁꽁 언 마음을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전시회를 마련하였다”고 전시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