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구현하고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는 불교’를 만들기 위한 조계종 교육원의 승가교육 개혁불사는 2013년도에도 계속된다. 전년도 사업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올해에는 계획하고 추진해온 승가교육 개혁불사를 보다 더 내실화하고 공고히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 스님, 이하 교육원)은 1월 23일 불기2557(2013)년 교육원 주요사업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기조를 뼈대로 한 8개 항에 이르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교육원이 발표한 주요 사업은 승가대학원 다양회 및 활성화를 비롯하여 ▲기본·전문·특수교육기관 학사행정 표준화 ▲승가대학 ‘불교상용의례’ 정규 교과과정으로 시행 ▲청년·특수·단기 출가제도의 시행 ▲수행가풍 진작을 위한 다양한 안거제도 도입(삼장원·염불원 안거제도) ▲연수교육의 다양화 및 서비스 개선 ▲승가고시 개선 추진 ▲승가교육교재 제작 및 연찬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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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교육원 주요사업 설명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조계종 교육원 집행부. 왼쪽부터 불학연구소장 혜명스님, 교육원장 현응스님, 교육부장 법인스님.


이에 앞서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사미·사미니를 대상으로 하는 승가대학의 교육은 ‘신심고취’ ‘불교관 체득’ ‘자비원력 배양’에 필요한 내용으로 편성하였다”며 “도제양성식으로 진행되던 교육방식과 환경을 제도권 공교육 형태로 전환 하에 체계적으로 교육이 진행되도록 대폭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치문, 사집, 사교, 대교 과정을 ‘초기불교’, ‘선불교’, ‘계율과 윤리’, ‘불교사’ 등으로 대폭 개편하여 불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불교적 신심을 고양시키는 염불과 의례 과목을 도입하는 등 일상수행과정을 통해서 구세대비의 사명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응 스님은 이어 “구족계를 수지한 스님들을 위해서도 수행과 전법교화에 필요한 심화교육, 전문교육, 소양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교육기관(전문교육, 특수교육)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몇 개의 총림과 소수 사찰에서 운영하는 승가대학원은 2013년부터 율학, 선학, 화엄, 정토 등 8개 분야로 다양화시켜 전국의 모든 교구에 두루 설립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현응 스님은 “교육개혁불사는 한국불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종도들의 성원과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수평적 리더십서 나온 ‘개혁 드라이브’
교육원 집행부 4년차에 성과 낼까 관심 집중

<해설> 현응 스님을 수장으로 한 교육원 집행부를 일러 ‘오직 일로 승부를 거는 집행부’라는 평가를 한다. 승가교육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반발도 없지 않았지만 교육원 집행부는 누가 봐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알찬 ‘내용’으로 난관을 돌파해나가는 중이다. 내용이 부실하면 계획이나 제도, 재정과 조직이 아무리 튼튼해도 종도들의 공감과 이해를 얻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현응 스님과 교육부장 법인 스님들 중심으로 한 교육원 집행부의 일관된 신념이다.

지난 94년 조계종 종단개혁불사 당시 기획실장으로서 개혁종단의 큰 틀을 디자인했던 현응 스님의 거시적 안목에, 화엄학림 학장을 거치며 승가교육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체감한 현장 경험을 교육행정에 접목시키는 열정을 지닌 교육부장 법인 스님의 소신이 수백 년 내려오던 도제교육식의 승가교육 시스템을 4년 만에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체계로 환골탈태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교육부장 법인 스님은 현 교육원 집행부의 4년을, 초창기(2010)는 기본·연수교육 도입 및 시행에 중점을 둔 ‘도입기’, 2011~2012년은 기본·전문 교육의 틀, 즉 교육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를 추진한 ‘변혁기’, 2013년부터는 변화된 틀을 내실화하고 세분화하여 승가교육 개혁의 틀을 공고화하는 ‘완성기’로 분류해 설명했다.

특히 기본교육 만큼은 반드시 공교육화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일정한 교육시설, 훌륭한 교수진의 충분한 확보, 학인(사미·사미니)의 확보 등을 언급했다. 전통적인 도제양성식 승가교육도 나름의 가치가 있겠지만, 그 장점을 살리면서 현대 한국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즉 사회가 승가에 요구하는 사명에 부응하는 승려의 양성을 위해 기본교육의 공교육화를 최우선 과제로 반드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응 스님도 총림에서 설치하든, 일반 사찰에서 설치하든 기본교육기관은 공교육 체제로 확고하게 시행하겠다는 것이 교육원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총림은 향후 총림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수행 중심도량의 성격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될 개연성이 크다고 전제한 현응 스님은 “기본교육기관은 학사행정을 정비하고 표준화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런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정착될 때 승가대학 등에서 공부한 이력이 교계 안팎에서 공인을 받을 있을 것”이라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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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교육원의 8개 주요사업을 설명하고 있는 기자간담회 모습.



올해 추진될 8개 주요사업들은 이 같은 교육원 집행부의 승가교육개혁 로드맵을 현실화하는 구체적인 과정에 해당된다.

먼저 ‘승가대학원 다양화 및 활성화’ 사업은 전문교육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교구별로 다양한 승가대학원을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교육원은 승가대학원의 유형을 8개로 세분화했는데, 구체적으로는 선학승가대학원, 율학승가대학원, 한문불전승가대학원, 초기불전승가대학원, 화엄학승가대학원, 반야중관승가대학원, 유식여래장승가대학원, 정토학승가대학원 등이다. 물론 승가대학원의 명칭 및 과목은 교육원과의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

둘째 ‘기본·전문·특수교육기관 학사행정 표준화’ 작업은 각 교육기관의 각종 행정 서식, 서류철 등을 표준화함으로써 종단 승가교육이 체계적으로 관리되며, 이에 따른 교육효과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 교육원은 지난 해 전국을 순회하며 교육기관에 서류철을 배포하고 적극적인 홍보 및 활용을 당부했다. 교육원은 학사행정 표준화 작업이 정착되면 종무교육행정의 통계화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셋째 승가대학 ‘불교상용의례’ 정규 교과과정 시행은 종단 출범 이후 처음으로 모든 기본교육기관에 교과목 편성을 의무화했다는 역사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태고종 등 다른 종단에 비해 뒤쳐진 것으로 평가되던 조계종 소속 승려들의 염불수행과 의례집전 능력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청년·특수·단기 출가제도의 시행’은 오는 3월 임시종회에서 청년·특수·단기 출가제도에 대한 입법이 추진되는 대로 주요 사업으로 적극 추진될 전망이다. 이는 출가제도를 다양화하자는 취지와 함께 단순히 출가자의 숫자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다양한 인재들을 엄선해 적극적으로 영입하자는 의미라고 법인 스님은 설명했다.

특수출가는 50세 이상으로 출가연령 제한에 걸려 수행자의 길이 막힌 신심과 실력이 검증된 인사들을 엄선해 출가의 기회를 열어주자는 취지의 제도에 해당된다. 청년출가제도는 20대 청년들의 출가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이며, 단기출가제도는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처럼 일정한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는 프로그램을 종단적으로 제도화하여 단기출가제도를 통해 정식 출가자를 배출할 수도 있고, 정식출가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어주는 제도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즉 출가제도의 다변화를 통해 지나치게 경직된 출가제도에 대해 융통성을 부여하고, 태국 등에서 시행되는 ‘환계제도’처럼 사회적으로도 출가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계기도 될 수 있다는 것이 교육원의 설명이다.

다섯째 수행가풍 진작을 위한 다양한 안거제도 도입도 주목되는 사업으로 꼽힌다. 삼장원·염불원 안거제도 시행을 통해 그동안 선원의 안거만 인정되던 틀에서 벗어나 경률론 삼장을 연찬하고(삼장원), 정토염불을 수행하는(염불원) 안거제도를 병행함으로써 수행가풍을 진작시킬 수 있다고 교육원은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종법은 오는 3월 임시중앙종회에서 입법화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해마다 인원이 급증하는 연수교육의 강화와 함께 온라인 강좌 서비스, 연수교육비 지원, 전문가 참여를 통한 각급 승가고시의 전면적인 개선작업, 영어 오디오 교재 등 승가교육교재 제작 등도 교육원의 주요사업으로 포함됐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수평적 리더십과 거시적인 승가교육 개혁방향 제시와 전문성을 갖춘 집행부의 헌신과 소신으로, 때로는 설득과 설명, 때로는 과감한 개혁드라이브 시동으로 진행되는 조계종의 승가교육 개혁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둬들일 수 있을까. 2013년도는 그 성과가 하나 둘, 제도의 정착과 함께 나타날 시기라는 점에서 조계종 교육원의 행보에 교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