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보성선원 주지 한북 스님. 스님이 중앙승가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오랜 인연을 가진 분이다. 스님은 언제나 맡은 일에 놀랄 정도로 열정적이어서 주변에서 우려를 하곤 하는 분이셨다. 해남 대흥사 관음암에서 사실 때도 그랬고, 미소당사람들이라는 온오프라인 모임을 주관하실 때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스님이 제주도 법화사에 있을 때에는 어린이법회를 맡아 어린이 포교의 신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그 뒤 한북 스님은 잠시 공부를 하기 위해 은해사 승가대학원에 입학을 했고 그 과정을 또한 훌륭하게 이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은 대구 보성선원 주지로 부임했고, 그곳에서 열정을 다해 도심포교당의 신화를 일궈가고 있다.

치밀한 기획과 정교한 구성으로 스님은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일궈가고 있다. 다른 절에서도 하는 불사는 물론이려니와, 스님의 풍부한 문화적 소양과 광폭의 인맥을 동원해 신선하고 수준 높으며, 중생들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격조 높은 포교의 전형을 일구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한북스님과 보성선원 불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는 어려운 형편에 있는 중학교 입학생들에게 교복을 나눠주는 보살행을 실천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좀 더 범위를 확대해 보성선원 주변의 4개 초등학교 졸업생들 중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60명에게 동·하복 교복을 선물했다. 제2회 ‘자비의 교복나누기’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이날 교복 선물식에서 한북 스님은 어린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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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스님은 대구 보성선원 인근의 초등학교를 방문, 중학교 입학을 앞둔 형편이 어려운 모범생 어린이들에게 교복을 선물하고 인생에 지침이 될 가르침을 전했다.


“형편이 어려워 교복 도움을 받지만, 가난은 여러분들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므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가난은 대물림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가난한 것은 여러분의 부모가 가난하기 때문이고, 부모님이 가난한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난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장차 결혼하여 자식을 낳게 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여러분의 자식들도 가난하게 될 것이다. 가난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지만 매우 불편한 것이다.”

스님은 이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며 독서카드 30장씩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성의 있게 30장을 다 써서 가져오면 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당당할 것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라는 가르침을 준 것이다.

이들에게 스님의 교복 선물과 말씀은 가장 기억에 남는,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한북 스님은 이 소식을 미디어붓다를 비롯한 교계 언론에 편지 형식의 보도자료로 알려왔다. 자꾸 어린저런 소식을 보도자료로 보내는 것이 일면 쑥스럽기도 하지만 보살행에 동참한 분들에게, 또 보성선원 불자들에게 자긍심과 뿌듯함을 줄 수 있기에 보낸다며 송구함도 함께 전했다. 스님의 이런 따뜻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그대로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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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한북입니다.

작년 이맘 때 일입니다. 어느 날 40대 중반의 여성 불자님 한 분이 절로 찾아오셔서 저를 보자고 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 보살님은 조심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에게 교복을 한 벌씩 해 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저는 그 보살님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이야기해 보라고 했습니다. 보살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큰아들이 살아 있었으면 내년에 중학교에 갈 나이인데 몇 년 전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보살님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이 고여 있었고 목이 메여오는지 순식간에 목소리까지 변하고 있었습니다. 터지는 눈물을 억지로 참느라고 보살님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기가 딱해 저는 시선을 딴 데로 돌렸지만, 눈물은 금세 전염되는 법이어서 저도 콧날이 시큰거리며 눈물이 맺혔습니다. 보살님은 말을 이었습니다.

“그 아이 보상금으로 받은 돈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온 식구가 먹고 사는데, 늘 그 아이 생각이 납니다. 그 아이의 중학교 교복을 해줘야 할 때인데 우리 아이는 가고 없으니, 그 아이 대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몇 명에게 교복을 해 주고 싶습니다. 제가 2백만 원을 내놓을테니 스님이 그 일을 추진해 줄 수 없겠습니까?”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이런 소망을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그래서 덮어놓고 그렇게 하자고 대답했습니다. 그 후, 인근의 대남·대서·대덕 초등학교에 연락하여 세 학교에 다니는 우리 동네 아이들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자녀가 몇 명이나 되는지 알아보았더니 34명이었습니다. 때마침 동네 부녀회에서 그 중 10명에게 동복을 해준다고 하였기 때문에 우리 절에서는 24명의 동복과 34명의 하복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비용은 총 706만 원. 그 가운데 5백만 원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어느 불자님이 내는 장학금으로 메꾸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불자님’의 사연을 잠깐 소개하지요. 서울에 사는 이 불자님은 두 딸을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3년 전에 대학교 1학년인 큰딸이 말을 잘 듣지 않아 꾸중을 하면서 “내 말을 안 들으려면 나가라!”고 소리쳤는데 집을 나간 이 아이가 밖에서 목을 매 자살해 버렸습니다.

그녀가 받은 충격과 죄책감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녀는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고 하였습니다. 1년이 넘도록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그녀는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딸아이가 살아 있었으면 등록금과 생활비를 포함해서 많은 돈을 썼을 텐데, 그 중에 제가 1년에 5백만 원씩을 장학금으로 내놓겠습니다. 스님이 알아서 써주세요.” 그 이후로 그 불자님은 자신이 정한 액수를 송금해 오고 있는데, 올해가 두 번째였습니다. 그가 보낸 그 돈을 보태 작년에 처음으로 ‘교복나누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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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 스님은 어린이들에게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만 불편할 수 있으므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으라며 독서카드를 나눠주었다.


올해는 장학기금이 좀 많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올해는 대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았더니 대남초등학교 13명, 대서초 3명, 대덕초 11명 총 27명이었습니다. 대상을 좀 더 늘여도 될 것 같아서 옆 동네에 있는 송현초등학교에 물어보았더니 무려 30명이라고 하였습니다. 게다가 어린이법회 회원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아이 3명을 더해 딱 60명이 되었습니다.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남아 있는 장학기금이 1,860만원이었기 때문에 이 가운데 1,800만원을 지출하고 나면 내년 초파일 때 지급할 장학금이 부족할 것 같았습니다. 우리 절은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에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는데, 2011년과 2012년에는 600만원씩 주었기 때문에 최소한 그 정도는 확보해 두어야 했습니다. 고민 끝에 일단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내년 일은 내년에 걱정하자! 설령 장학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부처님오신날 수입금액에서 지출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60명에게 동·하복 교복을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올해 장학기금 1,860만원이 모인 데는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의 사연 외에도 몇몇 사연이 더 녹아 있습니다만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순 없으니 생략하기로 하지요.

어제 오전 9시 가장 먼저 대남 초등학교에 갔었습니다. 대남초등학교의 아이들은 도서관에 모여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격려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보성선원에 다니는 불자님들이 우리 동네에 사는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성금을 모았다. 나는 불자님들을 대신해서 여러분에게 교복을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여러분의 집안 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것이지만, 가난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므로 부끄러워하거나 불편해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가난은 대물림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가난한 것은 여러분의 부모가 가난하기 때문이고, 부모님이 가난한 것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난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장차 결혼하여 자식을 낳게 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여러분의 자식들도 가난하게 될 것이다. 가난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지만 매우 불편한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싶어도 마음껏 먹을 수 없고, 좋은 집에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좋은 차를 타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좋은 걸 많이 가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여러분이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책에는 인생을 잘 살 수 있는 길이 있다. 인격적으로도 성숙될 수 있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많이 읽을수록 여러분의 인생은 풍요로워질 것이고, 수입도 많아지게 될 것이다. 지식이 경쟁력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책을 읽고, 읽은 책은 반드시 독서카드에 기록하기 바란다.”

나는 아이들에게 임성미 씨가 지은 <중학생의 책읽기> 한 권씩과 독서카드 30장씩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독서카드 30장을 성의 있게 다 써서 내게 가져오면 상을 줄 것이다. 여러분이 쓴 독서카드가 100장이 넘고 1000장이 넘게 된다면, 여러분은 그만큼 성장하게 될 것이고 가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저는 오후에 송현초등학교와 대덕·대서초등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송현과 대덕에서도 아이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였고, 대서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에는 대상자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없었기 때문에 교장 선생님께 대신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고 올해 교복나누기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저는 우리 절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도심 사찰이라면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행할 때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치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이렇게 ‘보도자료’라는 걸 쓰고 사진을 골라 언론사에 보내는 게 무척 쑥스럽고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우리 절에서 행하는 일들이 저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불자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보니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그분들을 기쁘게 하고 자긍심을 느끼게 합니다. 게다가 부수적으로 절 홍보가 많이 됩니다. 그 덕분에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모이기도 하지요. 기자님들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크리스마스입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2012년 12월 25일
대구 보성선원 주지 한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