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의 거장 석정 스님(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이 12월 20일 오후 11시 52분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원적했다. 세수 84세, 법납 72세.

석정 스님의 유지에 따라 법구는 해부학 연구용으로 기증된다. 또 유지에 따라 일체의 장례절차를 밟지 않는다. 이에 따라 빈소도 차리지 않는다. 석정 스님 문도회는 12월 21일 모여 스님의 유지를 그대로 따르기로 하고 법구를 이날 오전 경주 동국대병원으로 이송했다.

다만 석정 스님의 상좌가 운영하는 마산 청평원에서 초재부터 6재까지 제사를 지내고, 마지막 49재는 송광사에서 봉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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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 제자들과 함께 장기기증 서약을 할 때의 석정 스님(왼쪽에서 네번째) 모습. 사진=미디어붓다 자료사진

석정 스님은 지난 1월 25일 불교계 장기기증 기관인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장기·안구(각막)·시신을 모두 기증한다는 장기기증 희망등록 신청서에 서명한 바 있다.

석정 스님은 당시 장기 및 시신 기증 서약 후 인터뷰에서 “우리 신체는 부모에게 받은 유일한 재산이다. 재물은 생전에 다 쓰고 마지막 남는 것이 신체”라며 “부모에게서 받은 소중한 내 몸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하고 돌아가는 것은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절실한 효도”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의대생들이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실험용 시신을 외국에서 수입한다는 얘기를 듣고 부끄러웠다”며 “그래서 의학 발전을 위해서 시신도 기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석정 스님은 자신의 약속을 입적하면서 지킨 것이다.

석정 스님은 “죽은 후 장례식을 아무리 잘하면 뭐하나 결국 몸을 태우거나 흙 속에 묻게 된다”면서 그러나 터럭 하나, 피 한 방울, 뼈 한 조각이라도 남을 위해 베풀면 얼마나 좋은가? 경전에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신체 보시 이야기가 나온다. 장기기증은 최후의 숭고한 보시“라고 강조했다.

조계종의 고승이 입적과 함께 시신을 기증한 것은 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에 이어 석정 스님이 2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