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직선제로 뽑을 것인가? 12월 3일, 총무원장 선출방법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조계종 종단쇄신위원회(위원장 밀운 스님, 이하 쇄신위)가 개최한 총무원장 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좌담회 자리다.

12월 3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는 지난 10월 24일 열린 ‘총무원장,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대중공의에 이은 좌담회로 직선·간선 확대·현행 유지로 나타나는 총무원장 선출제도 개선 방안 중 ‘직선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확대 간선제 및 현행제도 유지에 대한 좌담회는 12월 17일에 열린다.

강설스님 "전면적 직선제 시행이 대중 의견 수렴에 가장 부합"

크게보기첫 번째 발제는 선원수좌 강설 스님(왼쪽 사진)이 맡았다. 강설 스님은 “총무원장 선출제도로 직선제를 채택해야 한다”며 법계 중덕(법랍 10년 이상 비구), 정덕(법랍 10년 이상 비구니)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는 제1안 제한적 직선제와 견덕(비구계 수지자), 계덕(비구니계 수지자) 이상 즉 대중 100%가 참여하는 제2안 전면적 직선제를 제안했다. 강설 스님의 두 안에 따르면 제한적 직선제의 경우 전체 승려의 66%인 8,609명이, 전면적 직선제로 사실상 투표를 전면 개방할 경우 종단 전체 승려 13,116명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강설 스님은 직선제의 장점으로 ▲매표행위 등 금권선거의 원천적 차단 ▲현행 비구 중심 종단운영에서 사부대중의 폭넓은 공의 반영 및 자발적 관심과 참여 유도 ▲계파정치에 의한 권력의 소수 독점 한계 극복 ▲민주적 절차를 통한 종단수장으로서의 정당성 확보 ▲종도 다수의 폭넓은 지지를 통한 총무원장 임기 보장과 소신 있는 업무 처리 ▲불교계 미디어를 통한 종단발전 청사진 제시 등 후보자간 공약 검증을 통한 공개경쟁을 꼽았다.

이어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평등하고 전면적인 직선제 실시’를 주제로 “공화적 전통을 현대사회에 맞게 복원하는 것이 과제이지만 그 이전에는 비록 과도기적일지라도 전면적 직선제를 시행하는 것이 대중의 의견 수렴에 가장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대중이 직접 권력의 형성과정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공적 책임감을 높일 방법이 별로 없다”며 승가 일각의 직선제 반대 논거를 반박하며 의견을 개진했다.

정 위원장은 유권자가 많은 문중과 교구의 권력 독점 우려에 대해 “거대한 규모 교구본사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우려대로 된다 하더라도 이들의 표는 전체의 30%를 점유하는 정도”라고 일축했다. 또한 낮은 투표율에 대한 우려에는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시행 초기에는 높은 투표율을 나타내 종단 지도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 회복 대책을 강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종단은 투표시간 연장이나 상벌제도 등 사회보다 다양한 투표 독려 방법을 채택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이와 함께 비구니에게 비구와 동일한 선거권을 부여하고 재가자 선거인단의 투표 참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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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토론자 "직선제 찬성…비구니 확대-재가자 참종권 도입을"

종합토론은 법안 스님(불교사회연구소장)의 사회로 이뤄졌다. 먼저 직선제에 찬성한 원경 스님(종회의원)은 “현실불감증이 아니고서야 계파, 친소, 이해관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현행 투표제도의 문제를 모를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 간선제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직선제”라고 밝힌 원경 스님은 “영구 직선제라는 전제보다는 한시적으로 실행하면서 모색과 발전을 도모한다는 관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비구니 참종권에 대해서도 “부처님 당시에 비구니는 독립적 인격체로서 기능이 부족했지만 현시대에는 비구니 인권이 신장됐으며 종회의원으로 참종하고 있는 현실 감안할 때 비구니의 선거권 제약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형남 변호사는 “선거 후보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선거인단이 구성되는 것은 과연 누구의 의견을 반영한 선거인단인지 의문”이라며 “그럴 바에는 선거인단을 종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맞지, 현행은 부정행위 하라고 부추기는 것밖에는 안 된다”고 현행 간선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일한 비구니 토론자 지성 스님(비구니회)은 “직선제 시행 시 비구니가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며 개인의 의견을 밝히고 “시대의 흐름을 어른 스님들에게 이해·인식시켜 비구, 비구니가 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도 “종단이 미래를 내다보고 진보적으로 나가야지 비구, 비구니를 차별하는 남녀차별을 한다면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종단에 대한 불자들의 의견 피력도 종교활동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참종권 확대를 주장했다.

서동석 민중불교동지모임 대표는 “94년 간선제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지금의 문제”라며 “재가자의 선거 참여는 종단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지고 참여가 늘어나 불교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본사주지-종회의원-쇄신위 "직선제 반대…확대만이 능사 아냐"

반면 무상 스님(송광사 주지)은 “현행 선거제도도 제재가 어려워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참여인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라며 직선제를 반대했다. 무상 스님은 “(이상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좋지만) 본사와 문중과 은사 스님 다 다른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이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들이 과연 실제로 실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본사 주지회의에서는 현행 간선제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일관 스님(종회의원)도 “직선제 선거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신도들의 신심에 손상이 간다면 그것을 치유하는 대가가 너무나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교구본사주지 직접선거로 문중과 스님들 간의 반목이 생겨 4년 내내 보지 않는 어려움 생겨 교구행정 마비되는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일관 스님은 또 재가자 참여에 대해 “재가자의 선거 참여는 총무원장과 같이 큰 선거가 아니라 작은 선거부터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명 스님(쇄신위 사무총장)은 “간선제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선거인단을 구성해야지 사람이 많아진다고 해서 질적으로 나아질 것 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