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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고<br>차악 선택해서라도 최악 막아라

김진호기자 | zeenokim@naver.com | 2012-11-30 (금) 14:16

11월 29일 저녁 7시.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 로비가 시끌벅적하다. 다소 산만하기는 하지만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입장권을 발부 받으려는 사람들이 게 줄지어 서 있다.

모두 법륜 스님의 300회 마지막 회 청춘콘서트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다.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굉장히 순조로운 진행되고 있었다. 별 다른 잡음 없이 방청객들이 차례로 객석을 채웠다.

2층 객석으로 들어서니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1, 2, 3층 객석이 모두 차 있었다. 단일 문화공간으로는 동양 최대를 자랑한다는 경희대의 평화의전당은 객석의 숫자 만도 무려 4,500석에 이르는데 벌써 모든 객석이 거의 차 있으니 역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인기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강연 중간 쯤에는 객석이 모자라 통로 계단에 까지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스님의 300회 마지막 공연은 최소한 5,000명이 넘는 관객들로 대성황을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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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회 희망콘서트에서 마지막 강연을 하는 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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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이 만든 특수. 이동포장마차가 나타날 정도로 법륜스님 희망콘서트의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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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석을 가득 채운 청중석의 모습. 잠시후 복도까지 청중들로 가득 찼다.

피아노 연주가 끝나고 조명이 꺼지더니 스크린을 통해 다큐멘터리 한 편이 상영된다. ‘법륜스님의 외출’이란 제목으로 2012년 2월 6일 포항에서부터 시작한 희망콘서트가 2012년 11월 29일 마지막 서울에서까지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법륜 스님의 희망콘서트 300회는 장장 298일 동안 이어져 왔고 스님이 이동한 거리는 79,000km로 지구 두 바퀴를 도는 거리에 가까우며 300회 동안 총 참가자는 21만 6천명을 기록했다. 법륜 스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강연 내내 감동에 벅찬 방청객들의 박수가 끊이질 않는다.

다큐멘터리 상영이 끝나고 지난 참가자의 인사말과 성악가의 성악 공연이 끝나자 희망콘서트 1부가 본격적으로 진행이 된다. 배우 김여진 씨가 사회를 맡고 법륜 스님을 주인공으로 방송인 김제동 씨, 소설가 김홍신 씨가 패널이 되어 진행하는 토크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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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법륜스님이 298일, 300회의 희망콘서트를 위해 달려온 거리가 상징처럼 화면에 새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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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 감사를 드리기 위해 연단에 올라선 전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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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토크쇼의 모습. 왼쪽부터 김제동, 법륜스님, 김홍신 소설가, 김여진 씨.

법륜 스님과의 인연과 법륜 스님을 스승님으로 모시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기독교 신자인 김제동은 삼 일간 미국 강연을 스님과 함께 했는데 3일 내내 법당에서 잤던 이야기를 폭로하자 금방 폭소의 바다가 된다. 또한 소설가 김홍신 씨는 스님과 함께 외국 강연을 갔는데 스님의 비행기 예약이 잘 못되어 혼자서 두 번의 강연을 했다며 볼멘소리를 해 또 다시 웃음바다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한 결 같이 하는 말의 끝에는 스님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과 두세 시간을 자고 또 그 다음 일정을 소화해 내는 것을 보고 있으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란다. 그래서 스님은 사람이 아니라 요즘 한창 유행하는 ‘갸루상’이라는 것이다.

법륜 스님이 말씀하신다. “아니, 놀러 다니는데 뭐가 힘들어요. 이렇게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장내는 또 다시 폭소의 바다가 된다. 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데 스님의 말씀은 이상하게도 웃음을 터뜨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스님은 아무래도 청중들에게 웃음을 이끌어내는 강령한 마성이라도 갖고 계시는 모양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스님의 웃기는 말씀에는 마치 지뢰를 묻어 놓듯이 그 말씀 안에는 진리 하나씩을 매설해 놓았다. 세상의 어떤 일이든 마치 놀러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다는 말씀은 평상심이 도라는 것을 의미하는 가르침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런 웃음 뒤에는 반듯이 감동이 함께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장내가 쩌렁쩌렁 울리는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1부 토크쇼의 끝맺음으로 패널들의 인사말이 시작된다. 김제동 씨가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2015년에는 기차역에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면 기차를 타고 북한을 지나서 유럽으로 가는 수학여행이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통일을 기원하는 김제동 씨의 마지막 인사말에 박수갈채 터져 나온다. 이어 김홍신 작가는 스님 덕분에 다시 글을 쓰게 되어서 정말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했다. 정치 그만하고 다시 글을 쓰라는 스님의 권유에 10권이나 되는 대하소설 ‘대발해’를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려 줄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스님의 말씀에 집필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향기로운 사람으로 거듭났음에 스님께 큰 감사를 느끼고 있다는 말에 또 한 번 감동의 박수갈채가 울려 퍼진다.

참으로 그 스승에 그 제자들이다. 이들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제지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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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질문으로 법륜스님의 칭찬을 들은 한 여고생의 질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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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에 펼쳐진 김영동 씨의 공연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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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즉문즉설을 하고 있는 법륜스님의 모습.

1부 토크쇼가 끝나고 막간을 이용하여 김영동의 공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2부 법륜스님의 특기인 즉문즉설이 시작된다. 마치 참가자와 만담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한 마디 한 마디는 끊임없이 웃음바다를 만들었고 한 사람 한 사람 끝맺음을 할 때 마다 대단하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결론.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스님과의 대화는 웃으면서 시작해서 감동으로 끝맺음을 한다. 이래서 그 산골짜기 할머니들 할아버지들이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구나, 이래서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처녀 총각들이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구나, 이래서 아줌마 아저씨들이 몰려오고 이래서 과부 홀아비들도 사연을 들고 찾는 것이로구나.

법륜 스님은 즉문즉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고 또, 그 물음에 즉답을 내려주고 있다. 그런데, 한 주부가 요즘 가장 민감한 주제인 안철수 대선 후보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스님은 안철수 후보의 멘토였으니 예상된 질문일 수 있다.

2012년 대선의 주요 이슈는 경제 살리기와 경제민주화 넘어서 한민족의 통일을 위한 평화 리더십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스님의 강력한 멘토링이 필요한데 어떤 강력한 리더십과 각오가 있느냐는 질문이다.

스님은 머뭇거림 없이 그 질문에 말문을 연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때 그 원하는 것이 이뤄질 때도 있고 안 이뤄질 때도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 질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럼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그때 괴로워만 하고 있다면 아무 소득이 없다. 그러니까 벌떡 일어나서 다시 도전을 해야한다.” 안철수 후보를 향한 멘토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도 귀감이 되는 말씀이었다.

포기를 할 수도 있지만 다시 도전 할 때 앞의 잘못을 발견하기 때문에 다음 성공의 좋은 밑거름이 된다는 말씀과 함께 실패가 있음으로 그 실패를 경험으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발돋움이 된다는 답에 질문자는 환한 미소로 만족감을 표한다.

또한 “동학혁명, 3.1운동, 4.19 의거가 성공 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성공과 동시에 실패한 운동들”이라고 답한다. “당시에는 실패했던 것처럼 보인 역사도 긴 역사 속에서 보면 성공한 역사임을 알 수 있다”며, “동학혁명과 일제 식민지에서의 3.1운동, 독재정권하의 4.19혁명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모두 민족적 자긍심과 자부심을 일깨워 준 자랑스런 성공의 역사”라는 것이다. “촛불시위가 끝나 촛불이 다 꺼져버린 것 같지만 그것이 다시 일어나고 또 이번에 일어난 국민들의 열망도 꺼져 버린 것 같지만 그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씀이다. 그 변화는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가 정착이 되어야만 하고 그 평화를 기반으로 통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이제 전 국민이 공감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사회의 심해진 양극화 해소와 관련해 이번 대선 후보에 관해 에둘러 언급을 하신다. “양극화의 해소에 대한 의지가 어떤 사람이 더 강한가 하는 것을 봐야 하는데 그 사람이 행적에 대한 신뢰도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역사는 지금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어떤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뀐다는 생각을 버리고 조금 더 길게 보아 달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차선이 아니면 차악를 선택해서 최악을 막아야 한다”고 대선에서의 선택의 기준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한다면 역사는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다가 실패를 하면 단기간에 보면 좌절과 실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패를 통해 많은 경험을 얻게 되고 부족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래서 실패야 말로 더 큰 실패를 미연에 막아주는 좋은 교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역사를 좀 더 긴 호흡으로 보자는 것이다.

이 역시 안철수 후보가 떠올려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동학혁명은 훗날 노비문서와 여성의 재혼 금지법이 철폐되게 하였고 3.1운동도 실패했지만 일본이 문화정책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고 또 4.19의거도 실패했지만 그것이 훗날 다시 일어나서 87년에 민주화운동이 되고 군사독재로부터 벗어났으니 역사를 좀 긴 호흡으로 보자는 말씀이었던 것이다. 안 후보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들렸다.

1960년대는 군인이 총을 들고 나와서 변화를 주도했고, 1980년대는 학생들이 돌멩이를 들고 나와서 변화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손가락을 들고 나서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은 선거의 중요성에 대한 간절한 호소에 다름 아니었다.

“향후 양극화며 평화와 통일과 복지가 변화하려면 이 손가락을 잘 놀려서 좋은 사람을 뽑아 야 하는데 머리로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다시 한 번 장내가 웃음바다로 변했다. “괜히 손가락 잘못 놀리고 손목 탓하지 말고 잘 보고 생각을 많이 해서 결정하라”는 말씀에 선거의 중요성에 대한 모든 당위가 다 포함되어 있었다.

스님은 또 이제 연말이 가까워졌으니 주변을 돌아 봐 달라는 말씀과 함께 나 보다 어려운 사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십시일반 작은 보시도 당부하시며 3시간 동안의 300회 마지막 강연의 끝을 맺었다. 강연을 마친 스님에게 꽃비 대신 꽃보다 아름다운 존경의 박수갈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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