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행복한 별명의 소유자. 프랑스 출신의 세포유전공학자인 동시에 티벳 로종으로 출가한 승려 마티유 리카르 스님(사진)이 방한했다. 11월 1일, 마티유 리카르 스님은 한국행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를 기다리는 불자들을 만나기 위해 고려대학교를 찾았다. 200여 명의 불자가 고려대학교 운초관 강의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행복한 명상, 티벳 로종 자비명상의 과학’을 주제로 2시간여 동안 펼쳐진 마티유 리카르 스님의 생생한 법문을 미디어붓다에 옮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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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수행자는 자비를 닦아 구현해야… ‘명상’, 자비 닦는 수행

대승불교의 핵심은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는 자비행이다. 따라서 대승불교의 목적은 부처가 되는 그 자체가 아니라 부처가 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중생을 구제함에 있다. 이런 삶의 태도는 모든 중생이 행복을 찾고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중생이 행복할 때 같이 행복하고 모든 중생에게 공평하게 자비를 펼치는 마음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비와 자애로 구현될 때 가능하다.

우리가 가지는 자비심은 인지적 측면과 감정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감정적 측면은 고통 받는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 똑같이 느끼는 것이다. 이런 감정적 공감이 커질 때 큰 자비 베풀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인 경우 감정적 공감을 할 때 그 사람의 고통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만 깊게 생각하지 그 사람의 고통 자체에 대해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경우에는 타인의 고통을 이타적 사랑으로 발전시키지 못한다.

자비의 인지적 측면은 ‘고통이 고통인 줄 아는 것’이다. 사성제 중 첫 번째인 고성제에 해당하며 이는 자비로 가는 첫 단계이다. 부처님께서 ‘고통이 있다.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을 때의 ‘고’는 단순한 ‘괴로움’이 아니다. 평소 우리가 고통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 이것들은 무지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가장 깊은 차원의 고통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지(無知)는 것은 ‘정보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현실을 왜곡되게 인식’하는 것이다. 즉 무상한 것을 영원하다 여기는 것, 세상 모든 것은 연기적인데 독립적 자아 있다고 여기는 것, 역동적인 의식의 흐름 있을 뿐인데 나라는 사람이 탄탄하게 존재한다 믿는 것이 고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비의 인지적 측면은 근본적인 무지를 향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비와 자애를 체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어떤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자비의 마음을 갈고닦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물론 모성애와 같이 자비의 마음이 자연·생물학적으로 발현되는 때도 있지만 이런 사랑은 한 쪽으로 치우쳐있고 일부 몇 사람에게 제한돼있다. 자비는 어떤 사람이 선행을 한다고 보상하는 것도 아니고 악행을 했다고 벌을 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비는 그 대상이 언제 어디에 있든 그들의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줄 따름이다.

2500년의 전통을 지닌 불교의 수행자라면 누구나 자애심과 자비심을 닦아 모든 중생에게 연장해 펼쳐야 한다. 이런 마음공부, 마음을 닦는 것 자체를 우리는 ‘명상’이라 부른다. 산스크리트어로 명상은 ‘바바나’, 즉 새롭게 인식하는 것을 닦는다는 뜻이다. 티벳어로는 ‘곰’, 어떤 것에 친숙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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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RI 등 과학 기술로 명상수행의 효과 입증

금세기에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과학’을 매우 신뢰하게 됐다. 또한 불자와 비불자를 떠나 많은 이들이 마음공부와 영적 수행을 하고 있다. 이런 자애와 자비심을 닦는 수행이 유익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면 더 넓은 층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마음에서 비롯해 25년 전, 달라이라마의 주도와 뇌과학자의 지도하에 ‘마음과 삶 연구소’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양자물리학자, 뇌과학자, 심리학자 등이 모여 마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아주 작은 모임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말 연구소에서 주최한 세미나를 계기로 명상이 인간의 생리, 뇌, 건강에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연구해보자는 진지한 움직임이 일었다.

우리는 △장기명상과 단기명상의 효과는 다른가 △명상의 종류가 다르면 뇌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는가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는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성자기공명영상) 기법을 통해 이뤄졌다. 내가 fMRI 장치 속에서 뇌를 촬영한 시간만 해도 150시간은 된다. 이런 것을 보여주는 이유는 명상수행을 오래한 수행자로서 자비와 자애심이 늘어났는가를 보고 싶기도 했고, 명상을 사회 교육·의료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0년 명상과학 연구를 시작하면서 연구 대상으로 통상 1만에서 6만 시간 이상 수행한 장기명상수행자로 정했다. 실험에 임한 대상자는 주로 딜고 켄체 린포체의 제자들이었다. fMRI 장치 안은 어둡고 춥고 좁고 시끄러워 명상에 아주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자비명상 하는 동안 ‘긍정’부분 관련 뇌 부위 활성화

연구 결과 자비명상을 할 때 뇌에서 대단한 변화가 일어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비명상을 하는 동안 긍정적인 부분과 관련된 뇌 부위가 활성화된 것이다. 자비명상의 강도를 30, 60, 90%로 조절해 fMRI 촬영했을 때도 자비명상의 강도에 비례해 뇌 부위의 활성이 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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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쪽에 나타난 노란색 부분이 명상수행 시 활성화된 '긍정'과 관련된 뇌 부위이다.

장기 명상자와 단기 명상자의 주의력을 측정하는 실험도 수행했다. 이 실험은 매우 간단한 방식으로,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숫자 중 ‘0’이 지나갈 때마다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실험은 10분에서 45분간 진행되며 15분에 1,000번 정도 버튼을 누르게 돼있다. 실험 결과 장기 명상자의 경우는 실험 내내 집중력의 변화가 없지만 비숙련자의 경우는 금방 지쳐 지간이 지날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얻었다. (아래 표) 이를 통해 우리는 주의력과 집중력이 훈련(혹은 마음수행)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 것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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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가 비숙련자, 아래 그래프가 명상수행자를 나타낸다.

자애명상에 관한 실험도 진행됐다. 2주간 자애명상을 한 사람은 친사회적 행동과 관련된 뇌 부위에 변화가 일어나는 등 친사회적 행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명상수행은 어린이들도 가능하다. 리처드 데이비슨 박사는 가난한 지역의 4세 아동을 대상으로 10주간 명상수행을 실시했다. 5주간은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는 ‘알아차림’ 명상, 나머지 5주간은 남들을 돌보게 하는 자애명상을 실시한 결과 아이들은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실험 전 내집단과 외집단을 확실히 구분했던 아이들이 그 내집단과 외집단의 경계를 허문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연구결과는 명상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적 연계성을 증진시키는 것을 입증한다. 타인과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고 사회적 연대감을 가지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이다.

이타와 배려, 자비행 실천하면 행복한 사회 될 것

나는 위 실험들을 통해 가장 단순한 개념들을 보여줬다. 이제 여러분도 불교명상과 현대과학의 접점에 밝은 전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우리 삶에서는 수행뿐만 아니라 자비의 실천 역시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지난 12년간 110여 개의 인도주의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네팔, 북인도, 티벳 등지에 이동클리닉과 학교, 병원 등을 만들고 티벳에만 18개의 다리를 놨다. 요즘은 티벳 전통장인의 직조기술을 복원하는데 힘쓰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 가치는 높아지고 행복감은 줄어들었다. 제도를 바꾸는데 자비명상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받았다. 현대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이타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타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다.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면 조화롭게 해결하지 못한다. 내가 아는 프랑스인 철학자도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문화를 바꾸고 사회와 제도 바꿔야해. 하지만 제도를 바꾸는 데에 너의 자비명상은 아무런 힘이 없어.” 하지만 개인과 문화는 두 개의 칼날이 서로를 예리하게 하는 것처럼 영향 주고받는 것이다. 개인이 변하지 않으면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개인의 변화가 충분히 일어났을 때 문화적 진화가 일어난다. 친사회적 교육 받은 아동이 자랐을 때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문화는 세대를 거쳐 누적되는 것이다. 인간과 문화는 같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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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가 알다시피 자비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자비는 타인과 공감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친절한 일을 하는 것은 이기적인 일 아닌가?”라고 묻는다. 하지만 자비행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보너스’다. 자비롭고 이타적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고통을 벗고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