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가 계율을 어기는 문제가 심각하다. 계율을 어기면서 승려들이 고상한 채 살아간다. 재가종단인 진각종과 총지종의 정사들도 엄격하게 계율을 지키며 산다. 다른 것 다 집어치우고, 미국에서 결혼을 한 은해사의 D승려는 어떻게 할 것인가? 포교하려고 결혼을 했다? 그럼 숭산 스님 같은 분은, 또 많은 미국에서 포교하는 스님들은 뭔가? 이런 명백한 범계문제를 처리하지 않고 있으니 자성과 쇄신을 믿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 어떻게 할 건가? 자성과 쇄신을 한다면 이 문제부터 확실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 <서동석 사부대중연대회의 공동대표>

“자성과쇄신결사본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집행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나도 이 일을 어찌할지 고민이다. 현재 이 문제 처리를 호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성과쇄신결사본부는 종단의 제도나 여러 틀을 쇄신하고 제대로 갖추어가는 데 힘쓰고 있다.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80퍼센트 정도는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가 이루내고 있는 이런 성과들이 그런 증거가 분명한 범계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탓에 다 가려지고 있다. 이 문제 현재 호법부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도법 스님(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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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과쇄신결사본부 도법스님과 사부대중연대회의 대표들이 종단의 쇄신방안에 대하여 문답을 벌이고 있다.

자성과쇄신결사본부(본부장 도법 스님)와 사부대중연대회의(상임대표 이수덕)가 10월 24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반에 걸쳐 야단법석 자리를 빌어 첫 공개대화를 가졌다. 지난 부처님오신날 직전에 터져 나온 도박승려들의 생생한 도박장면이 몰래카메라에 담겨 세상에 폭로되면서 불거진 일련의 승려 범계행위와 관련한 종단 쇄신 및 개혁 방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졌던 두 단체 대표들의 만남은 사뭇 긴장감 속에 시작됐다.

이날 만남은 쇄신과 범계 문제 처리 방향을 주제로 해 불광연구원 서재영 박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범계행위를 한 승려들의 조사와 징계를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조계종 집행부가 거부한 이후 종단 집행부와 다소 불편한 관계에 있던 사부대중연대회의는 종단 집행부는 아니지만, 종단 내에서 자성과쇄신결사본부(이하 결사본부)를 이끌며 사실상 제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도법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종단 쇄신 방안에 대한 사부대중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방안에 대한 의견조율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날선 비판과 주문, 어려운 입장에서 자성과 쇄신에 힘쓰는 점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공방처럼 긴장 속에서 이어졌다.

결사본부를 대표해 도법 스님은 여는 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가 용광로와 같은 마당이면 좋겠다. 결사본부에 묻는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모든 문제를 다루고 서로 탁마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수덕 대표도 ‘여는 말’에서 “대한민국은 수행자에게 참 어려운 곳 같다. 유혹의 조건이 너무 많다. 부처님 당시 아난다도 여인 마등가의 유혹에서 고민했던 기록이 있다. 오늘 이 자리가 아난다를 구한 부처님의 마음이 이 시대에 실현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날 선 비판과 지적들, 그리고 도법 스님의 답변이 핑퐁처럼 이어졌다.

“도박 이후 4차례에 걸쳐 사부대중연대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총무원장 비롯한 여러 스님들의 범계에 대한 분명한 처리를 지적해왔다. 그러나 종단 집행부와 자성과쇄신결사본부는 이를 외면했다. 종회에서 마련했던 사찰운영위원회 법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도박사건 이외에도 표충사, 법주사 등에서 잇따라 문제가 터졌지만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 안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성과 쇄신을 할 수 있겠나?” <이남재 연대회의 홍보위원장>

“내 개인적 소신이라면 스님들이 사찰운영에서 손을 완전히 뗐으면 좋겠다. 좋은 안이 있으면 알려 주면 좋겠다. 종단운영에 사부대중 참여하는 쪽으로 법을 만들어 중앙종회를 통과했지만 원로회의에서 거부됐다. 현 집행부, 쇄신본부 단위에선 사찰운영을 사부대중이 함께 해야 한다는데 별 이견이 없다. 다만 올라갈수록 그런 것에 대한 수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도법 스님>

“지난 아쇼카 선언(종교평화선언) 때 당시 종정을 향해 추상같은 질타를 했던 도법 스님을 보고 감동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종단 멸빈자가 종정 원장 대선후보가 같은자리에 있는 뉴스를 보고 매우 놀랐다. 왜 이런 잘못된 문제에 대해 결사본부에서는 한 마디 안하고 있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총무원장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결사본부는 종단쇄신을 위한 다른 방법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침묵하는 것은 동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침묵하는 결사본부가 외려 권력을 보호하는 결과를 빚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희종 교수>

“내가 화쟁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결사본부장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칭찬받은 적이 없다. 그래도 여기(종단)에 온 것은 화쟁과 결사라는 것 때문이었다. 제도권의 수장(총무원장)이 이것(화쟁과 자성과쇄신결사)을 하겠다고 해서 내가 종단에 온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총무원장에게 이용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의지를 보인 총무원장을 이용해서 화쟁과 결사의 씨앗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한 가지 묻겠다. 여러분은 종교평화선언을 해야 한다고 보나? 지난 시절 불교가 어떤 일을 해서 한 번도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은 적이 있었나? 내 기억으로는 없었다. 나는 이런 맥락에서 종교평화선언이야말로 정말로 중요한 문제라고 믿고 있다. 그 흐름 내가 만들었을 때 여러분들, 재가의 지성들은 어떤 역할을 했나? 묻고 싶다. 그(종교평화선언이 좌절된) 이후 난 많은 걸 접었다. 우희종 교수가 지적한 종정스님과 총무원장이 여당후보를 만나는 자리에 멸빈자(의현 스님)이 동석한 문제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총무원장도 그 날의 일을 당혹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어른을 모셔야 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도법 스님>

“도법 스님이 결사본부에 있는게 쇄신에 좋은가? 혹여 나중에 총무원장을 비호했다는 비난만 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나와서 우리와 함께 쇄신의 힘을 보태면 어떤가? 그리고 종단의 호법 기능이 비정상적이다. 호법 기능이 우선 정상화돼야 한다.”<정윤선 연대회의 집행위원장>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자승 총무원장 앞잡이 하다 끝났다는 평가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그러나 그런 평가에 개의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의 스님들도 다 종단에서 나오라고 한다. 나와서 함께 힘을 모아 총무원장을 밀어내고 종단을 새롭게 하자고 한다. 그래서 뭔가 좋은 방법이 있느냐, 있다면 보여줘 보라고 했다. 좋은 방안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방안을 보여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론적으로 종단을 안정적으로 가도록 해 현 종헌기구를 잘 유지시키면서 안에서 쇄신의 원칙을 세워 추진해가기로 결정했다. 일이라는 것은 그렇게 원론적인 것으로 되지 않는다. 승려의 범계부분은 사실 어찌해야할 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일일이 조사해서 징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무슨 능력으로 범계 조사를 할 수 있겠나? 난 안 된다고 본다.” <도법 스님>

“종단 안에서 쇄신이 어렵다고 본다. 쇄신 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되지 않았나? 우리는 호법부에서 조사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호법부에서 실질적으로 조사를 해서 징계할 확율은 10퍼센트도 안 된다고 본다. 그리고 재정과 권력의 분리가 쇄신과 개혁의 초점이라고 본다. 또 자승 총무원장이 연주암을 내놓는다고 했는데, 언제 내놓는다는 것인가? 결사본부는 도대체 무엇하고 있나? 정치와의 관계도 그렇다. 스님들은 정치인들에게 불교적으로 정치하라고 요구해야 하고, 신도들에게는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거꾸로 하고 있다. 정치인들에게는 끌려 다니고 신도들에게는 누구를 찍으라고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총무원장의 이름으로 정치적 중립 선언할 수는 없는가?” <이도흠 교수>

“총무원장 스님이 기자회견을 통해 연임은 않기로 했고, 연주암은 적절한 시기에 공찰로 정리하기로 했다. 시기는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대선에서 중립을 선언하는 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총무원장 이름으로 안 되면 결사본부장 이름으로라도 할 수도 있다. 호법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현재 주요 쇄신안으로 다루고 있다.” <도법 스님>

“아쇼카 선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그 때 많은 것을 접었다고 하면서 지금 그 자리(결사본부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내겐 스님의 말씀이 그 자리에 더 있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어디든 정답은 없다. 따라서 정답을 가져오라는 말씀은 맞지 않다. 정답 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한 오히려 문제를 가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답을 가져오면 언제든지 나가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은 평소 도법 스님의 소신과 다른 것 같다. 정답이 있어야 나간다는 것, 납득하기 어렵다.” <우희종 교수>

“나는 오늘과 같은 이런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불교가 대화와 토론의 문화를 더 확대시켜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는 외롭게 이 자리(결사본부장)를 지키고 있다. 엄청난 압력 받고 있다. 승가사회에서 주는 압력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재가자 사회에서조차 나에 대해 섣부른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매우 가슴 아팠다. 내 나이 이제 64살이다. 나가서 쉬고 싶다. 그러나 잘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경스님과도 지금 나온 것과 같은 이야기를 다 했다. 여러분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받을 수가 없다. 쇄신은 제도보다 문화를 바꾸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 풍토를 바꾸기 위해 만든 판이 지금과 같은 이 판이다. 먼저 조계사부터 변화의 무대로 삼자고 생각했다. 그것이 여기서 내가 선택한 길이다. 시민초청무차대회와 같은 행사도 이런 것도 고민의 결과다.” <도법 스님>

“나는 스님의 평소 지론이 여실지견이었다고 알 고 있다. 여실지견의 뜻처럼 잘 보면 그 답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대안이 있다면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에 의지하고 수평적 사고가 필요하다. 총무원장이 범계하면 그 또한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남재 위원장>

“쇄신의 전제가 자정 아닌가? 쇄신은 시간이 걸려서 하는 것이라고 해도 자정은 당장 필요한 것이다. 사안별로 처리해야 한다.” <서동석 대표>

“곰팡이는 열어야 한다. 그런데 혹시 조계종이라는 거대한 곰팡이를 스님이 덮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윤선 사무총장>

“화쟁이란 쟁을 통해 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님은 지금 지나치게 화에 방점을 두고 계신 것 같다.” <이도흠 교수>

“이런 자리 자주 열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매주 만나자.” <도법 스님>

10월 24일의 첫 만남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한 자리였다. 생각의 방향과 종단을 새롭게 하는 방법론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그러나 서로의 생각과 종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점을 확인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로 보인다.

*이 글은 만남의 현장에서 나눈 대화를 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대화의 요지를 간추려 가능한 객관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세세한 발언내용(워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혀둔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