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일요일 낮 12시경 태릉. 아이들과 부모들까지 관람객들이 출입이 제한된 능침 안까지 들어가 돌아다니거나, 놀이터처럼 뛰놀고 있었다. 제지하는 사람도 없고,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의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준 광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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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이곳은 놀이터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모두가 잘 보존관리해야할 조선왕릉 태릉이다. 왕릉의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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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의 능침 금줄을 넘어 봉분까지 오르내리고 있는 사람들. 순례일행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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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부부들도 많았다. 이들이 들어가지 말라는 태릉관리소의 표지를 아랑곳 하지 않고 능침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태릉의 능침 안으로 관람객들이 마치 순례행렬처럼 능을 오르고 내리고 있었다. 능침의 경계에 금줄까지 쳐놓고 홍살 울타리에 능침 보호를 위해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까지 걸어 놓았지만,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았다. 마치 문맹자처럼 이들은 거침없이 금줄을 넘어 봉분을 향해 걸어 오르내렸다.

심각한 것은 아이들까지 대동한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봉분 앞의 석물 등 능침 여기저기서 뛰어놀고 있는 모습은 놀이터를 방불케 했다. 아이들에게 문화재 사랑을 가르쳐야 할 부모들은 외려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봉분을 향해 오르기도 했다.

국보1호인 숭례문이 불이 타 울고불고 하던 국민들의 모습을 이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저들 중에도 숭례문 화재 때 문화재 방재 시스템의 매뉴얼 조차 준비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던 이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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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침 안 봉분 주위는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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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소중함을 망각한 사람들. 이들에게는 숭례문 화재의 교훈이 오래 전에 사라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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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왕릉에서 놀이터처럼 뛰노는 모습은 태릉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름철 동구릉에서 어린이들이 문화재 시설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이다.

조선왕릉은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더 소중히 여겨야 할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방치하고, 이를 제지하는 관리자나 경고 방송 한 번 없으니 왕릉 관리의 허술함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게 한다.

관리자에게 관리의 허술함을 항의하자, CCTV모니터를 보여주며 능침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 없는데 왜 그러느냐는 표정이다. 애들을 능침 보호선 밖으로 나오게 하라고 소리를 질러 아이들이 능침과 봉분에서 나오게 한 후의 모니터 장면을 가리키며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기자가 아이들이 봉분 등에서 노는 장면을 찍은 카메라 촬영장면을 보여주자 화들짝 놀란 표정이다. 기자가 소리를 쳐서 사람들이 능침에서 전부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하니, 그제서야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상황실 안도 지켜봐야 하고 밖의 안내업무도 함께 해야 하니 모니터를 줄곧 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하나 소중한 문화재가 훼손이라도 되면 어쩔 것인가. 숭례문 화재의 교훈이 어느새 망각 속으로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운 일요일 정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