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현기자
momojh89@gmail.com 2012-10-12 (금) 17:53“인간은 사회를 형성하면서 타인과 협력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더욱 많이 남길 수 있는 길임을 인식했다. 이타가 이기임을 깨달은 것이다. 이런 진화론적 선택으로 발달한 것이 거울신경세포다. 오근(五根)과 오경(五境)에 얽매인 인식을 벗어나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게 하는 거울신경세포는 곧 불성과 연결된다. 인지공학적으로 말하면 불성은 거울신경세포 안에 있는 것이다.”
크게보기불교생명학을 과학에 접목시키려는 시도에서 한 발 나아가 ‘거울신경세포’에 불성(佛性)이 내재한다는 색다른 주장이 나왔다. 이도흠 한양대학교 교수(국문학과, 오른쪽 사진)는 10월 1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공연장에서 열린 불교생명윤리협회 추계 학술토론회 ‘불교생명학의 원리와 탈핵의 길’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 교수는 ‘불교 생명학의 원리와 지향점’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불교의 생명학이 서양의 진화론, 생물학 등 자연과학과 결합해야 하며 거울신경세포가 그 매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간은 거울신경세포를 통해 타인의 행위를 모방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타인과 협력하면서 이를 발달시키게 된다. 거울뉴런은 기존의 감각․연합․운동뉴런이 수행하지 못하던 일을 수행하며 이는 곧 오근과 오경에 얽매인 인식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생존과 번식의 욕망에 들끓던 인간이 이를 중지하고 선을 지향하는 것은 거울뉴런이 타인의 고통을 알아채고 이를 자신의 고통으로 삼을 때”라며 “불성은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거울신경세포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론이 잇따랐다. 박경준 동국대 교수(불교학과)는 “거울 신경이 없는 사람도 있다. 과연 불성을 그렇게 이해해도 되는 것이냐”며 의문을 표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과) 역시 “거울신경세포가 공감능력의 생물학적 토대의 가능성을 가진 것은 맞지만 과학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므로 지금 시점에서 ‘불성이 거울신경세포 안에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거울신경세포의 공감능력에 강약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거울신경세포가 없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불성과 연결고리를 가진 거울신경세포의 ‘공감능력’에 주목해 다소 과감하고 비약적으로 불교와 연결시켰다”고 답했다. 크게보기
불교생명윤리협회가 12일 '불교생명학의 원리와 탈핵의 길'을 주제로 추계학술토론회를 열었다.
이밖에도 이 교수는 불교 교리를 통한 불교 생명학의 체계화를 시도했다. 불교의 연기론과 무아론, 무상론, 동체대비의 자비론, 업설과 윤회론 등이 불교 생명학을 더욱 체계화시킬 뿐만 아니라 불살생과 비폭력의 생명윤리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원전과 탈핵, 4대강사업과 새만금, 제주 강정마을,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등 우리가 마주치고 있는 생명 문제에 대해 불교 생명학은 마땅히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교 생명학이 입으로만 당위적 윤리를 외칠 것이 아니라 죽음의 세력에 맞서서 죽어가는 생명을 지켜내는 실천운동을 펼 때 정당성을 가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발표를 마치며 “이제는 실체론과 이분법의 무명에서 벗어나 연기론적 패러다임으로 전환, 지혜의 눈으로 타자를 바라보고 배려하여 죽어가는 생명에 대해 자비행을 실천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불교생명윤리협회 추계 학술토론회에서는 이 교수의 발제를 비롯해 △우희종 서울대 교수의 ‘21세기 현실에서 불교 생명 윤리의 과제’ △양형진 고려대 교수의 지구 생명의 위기와 핵의 사용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의 ‘불교적 관점에서 본 탈핵․탈원전’ 등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