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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단순하게, 감사하며 먹기”<br>불영사 일운스님이 전하는 ‘음식 힐링’ 이야기

모지현기자 | momojh89@gmail.com | 2012-10-09 (화) 21:19

너도 나도 아파 죽겠다는 아우성의 시대, 그리하여 역설적으로 ‘힐링’이 대세인 시대, 음식 역시 사람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힐링이라고 이야기하는 이가 있다. 경북 울진 첩첩산중에 자리한 불영사에서 20년째 ‘음식 힐링’을 실천하고 있는 불영사 주지 일운 스님이다.

천년고찰 불영사만의 사찰음식 비법을 담은 <불영이 감춘 스님의 비밀 레시피>에 이어 <불영이 버무린 절집김치 이야기, 김치나무에 핀 행복>(담앤북스)를 출간한 일운 스님. 그에게 사찰 음식 이야기를 들기 위해 10월 8일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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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에 담아놓은 작년 김치를 꺼내보이며 설명하는 일운 스님

“더 드세요. 부족하지 않으세요? 많이 드세요. 이것도 좀 드셔보세요.”

저녁나절 도착한 기자들을 위해 손수 저녁을 준비한 일운 스님은 정식으로 인사를 하기도 전에 연신 ‘더 먹으라’는 말을 쏟아낸다. 그의 말대로 실컷 먹고 불영사 경내의 일소실로 자리를 옮기니 고소한 향이 일품인 민들레차를 내어준다.

“불교의 근본 사상은 생명존중입니다. 가정의 평화에서부터 세계평화까지 모든 것의 근본이지요. 그렇다면 생명존중의 시작은 어디일까요? 바로 나 자신입니다. 사찰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직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일운 스님이 말했다. 20여 년의 경험을 통해 얻은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음식관’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순수하고 단순한 것이 최고’라는 그의 음식관을 엿들어보자.

“저는 전문적인 요리사도 아니고 요리공부를 한 것도 아니지만, 체험을 통해 수행에 도움을 주는 음식들을 알게 됐습니다. 불영사 사찰음식의 특징은 순수하고 단순한 것입니다. 아기로 갓 태어났을 때와 같이 때 묻지 않은 천진불의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순수하고 단순한 음식을 먹습니다. 천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불영사에서는 그렇게 편안하고 평화로운 음식을 먹어왔습니다.”

일운 스님은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접할 수 있는 재료, 내 주위에 있는 음식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재료가 나는 곳이 몸에서 멀수록 좋지 않다는 팁도 아끼지 않는다. 스님은 이어 현대인들의 식습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인스턴트식품이나 이롭지 않은 음식문화를 고쳐나가야 합니다. 조미료 천지인 바깥 음식은 만병의 원인입니다. 요즘 현대인들이 많이 앓는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의 질병은 너무 좋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오는 겁니다. 현대인들은 과식과 편식을 많이 하지요? 사회가 바쁘게 돌아가 음식을 돌아볼 여유를 갖기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먹는 것에 따라 품성이 달라지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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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소실에서 허심탄회한 사찰음식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일운 스님

일운 스님은 기자들의 찻잔이 바닥을 보이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며 조언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천천히, 30회 이상 씹어서 먹어야 한단다. 순수하고 단순한 음식일수록 좋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는 ‘음식을 먹는 태도’에 대해서 일러주기 시작한다.

“음식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는 수많은 노고가 있습니다. 이 음식을 만들어준 모든 사람들의 은혜 속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내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담아 요리하면 얼마나 맛있겠어요. 연기법칙은 음식에도 적용됩니다. 한번 먹은 마음, 생각, 행동, 말은 결과를 만듭니다. 행위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착한 생각은 착한 행위로, 또 착한 세상으로 이어집니다. 착한 생각으로 만들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라는 공양게가 절로 떠오른다. 본디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도 쉬운 일이라 했다. 일운 스님의 음식 힐링은 말하자면 기본 공양게에 충실한 가장 쉽고도 어려운 일임직하다.

10월 13일 불영사에서 열리는 제4회 불영사 사찰음식축제에 대해 물었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나물과 장아찌’. 능이, 무, 깻잎, 고들빼기 등을 이용한 장아찌 등 108가지 종류 이상의 음식을 전시한다고 한다. 음식에는 산사의 정취와 함께 산사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과 진실한 마음도 함께 담길 것이다.

일운 스님은 “우리가 먹는 순수한 음식을 선보여 보자는 계기로 시작했는데, 오신채와 육류가 들어가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더군요. 축제에서는 음식을 팔아서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새로운 건강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홍보하고 싶습니다. 예년과 비교해서 이번 해에도 3천명 이상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분들에게 축제 음식은 모두 무료로 제공됩니다. 어떤 한 분이라도 힐링하고 갈 수 있게 할 것입니다” 하며 웃는다. 보통 큰 손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일운 스님은 최근 발간된 <불영이 버무린 절집김치 이야기, 김치나무에 핀 행복>이 말하자면 ‘숙제’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치를 주제로 펼쳐진 3회 축제에서 소개된 김치들 중 84종을 추려 만든 결과물이라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달라고 하자 홍보는 면구스럽다며 사양한다. 대신 사계절에 맞는 김치요리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각종 채소들 이름이 줄줄 나온다.

“봄에는 상추, 쑥, 냉이가 좋습니다. 여름에는 열무김치나 민들레김치가 맛있고요, 가을에는 가지, 호박, 깻잎이 좋습니다. 겨울에는 김장김치가 제일이지요. 요즘 같은 때는 송이나 능이, 배추 음식도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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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불영사를 지키고 있는 일운 스님과 비구니 스님들의 미소가 천진하다.

사찰음식에 대한 열정의 정체를 ‘내가 해보니 좋아서 당신도 해보라고 추천하는 것’이라 못 박은 일운 스님은 ‘공해와 스트레스의 도시’에서 온 기자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더 못 먹이는 것이 안타까운 듯 기자들이 절을 떠날 때까지 “더 드세요. 부족하지 않으세요? 많이 드세요. 이것도 좀 드셔보세요” 했다.

“스님들은 왜 음식을 먹을까요? 살기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도 음식을 먹지만 사찰에서 스님들은 수행과 도(道)를 위해서 음식을 먹습니다. 우리의 본성을 깨달아 아는 것이 부처님의 진리이지요. 본래 마음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음식이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일운 스님이 화살을 돌려 당신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왜 음식을 먹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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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선하 2012-10-10 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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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처음으로 소위 절밥이라는 공양식을 먹어봤어요. 절밥은 밥알 하나 남기지 않아야하기에 정말,쓱쓱그릇을 비웠어요. 정말 이렇게만 먹으면 음식물쓰레기도 안나오고, 일용할 양식들을 낭비하지 않겠다 싶더라구여. 고기없는 식단인데도 생각보다 훠-얼씬 더 맛있고 건강해지는 느낌! 그리고 직접 설겆이까지. 그렇게 먹으며 먹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네요. 사찰에서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공양,하면 참 모든 것이 감사해 질 것 같아요^^
2012-10-10 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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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하고 나서 2시간도 안지났는데 허기가 몰려옵니다.
아침은 안먹고 점심 저녁만 먹은지 오래됐는데 절에 가서 몇일 있으면 배고파 미칩니다.
특히 저녁공양(오후 5시 30분)후 7~8시 되면...컵라면이라도 먹어야 합니다.

같은 두끼 먹는데 절에서 먹을때는 열량이 많이 딸리는 것 같아요.
뚱뚱한 사람이 절에 살아야....나같은 마른 사람은 배고파서 절생활 힘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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