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의 세속화와 왜곡된 출가동기, 그로 인한 수행정신의 해이와 온정주의적 솜방망이 처벌이 승단의 범계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철저한 계행의 실천과 범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만이 범계를 근절시킬 수 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승단의 범계원인과 근절방안을 이같이 진단했다.

범계(犯戒)의 경계를 오르내리는 승려들과 침묵하거나 솜방망이를 휘두르는 처벌 기구, 수수방관하는 재가자들의 각성과 행동 방안을 모색하는 대화마당이 열렸다. 8월 28일 저녁 NGO교육센터 대교육장에 모여든 사부대중이 ‘승단의 범계원인(문제점)과 근절방안’에 대해 열띤 논의를 펼친 것이다.

크게보기김 교수(왼쪽 사진)는 내부의 규범과 계율에 따르지 않고 세속적인 원리를 좇아가는 최근의 승가 분위기가 범계의 주된 원인이라고 파악했다. 최대한의 자율적 자제를 목적으로 하는 율장의 규범보다 최소한의 법적 규제가 목적인 세속적 법규를 지향함으로써 범계의 여지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발심출가, 회향출가 등 불법을 목적으로 한 출가보다 소임이나 생계 등을 목적으로 하는 멱조출가(覓祖出家)가 많아지는 아픈 현실에 주목했다. 왜곡된 동기를 가지고 출가한 승려가 구족계 수지에 소흘하면 다양한 형태의 범계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가동기의 문제는 많은 경우 수행자 정신의 해이로 이어진다. 수행자 정신이 해이해지고 수행풍토가 정착되지 않은 승단은 사찰 재정 운영과정이나 신도들과의 관계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조계종단 내에 만연한 문중중심주의와 온정주의가 자정기능을 상실케 한다고 말했다. 범계행위에 대해 적법한 처벌을 못하고 있는 처벌기관의 행태와 현전승가의 난립·부조화도 전체 승풍을 위축시키는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대만과 미얀마의 교단 정화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만은 50여 년간의 일본 식민지 기간 동안 식육과 대처를 허용하는 등의 세속화된 일본 불교에 물들었지만 1949년 대반정부 수립 이후 본토에서 고승대덕 스님들이 건너와 ‘칠조규정(七條規定, 출가주의 불교 정신 회복, 출가자의 의제 규정, 음주·흡연·육식의 절대 금지 등)’을 확립해 왜색불교를 척결하고 자율적으로 승단을 정화시켰다.

미얀마 역시 ‘미얀마 전종파 합동회의’를 통해 독자적인 업무처리 능력을 키우는 등 불교 내부 역량을 강화하여 군부독재에서 독립하고 자율적인 정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 교수는 “대만이나 미얀마의 노력을 참고해 한국불교가 가야할 길을 정해야 한다”며 한국불교를 이끌어가는 장자종단이면서 구족계를 수지한 청정비구(니) 종단인 조계종의 역할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조계종에 교구 중심의 승려노후복지법을 제시하고 실천할 것, 교구의 공찰을 중심으로 대중공의에 의한 사찰운영 시스템을 구축할 것, 소수 정예의 수행력을 갖춘 승가가 대수의 재가불자를 이끌어가는 운영체계를 갖출 것, 범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범계행위 환경을 근절할 것, 종도의 행동규범을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제정하여 공표하고 실천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도박이나 돈 선거 등의 소수 사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불교 전반의 문제를 사부대중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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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연대 대화마당에서는 한국불교의 앞날을 우려하는 불자들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토론에 나선 동출 스님(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 실행위원)은 여러 종류의 승단 범계 중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되는 재정유출과 세속정치권 줄서기 등에 대해 논했다. 동출 스님은 가족·친족을 부양하거나 도박·음주·사치에 쓰이는 재정유출 실태를 꼼꼼히 따져본 후 “사찰 재정을 투명화하고 합리적으로 관리 감독함으로써 관련 범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덕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는 “한국불교의 계율이 망가지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모든 스님들은 율사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한국불교의 부흥을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공부시키는 견도 혹은 견성과정의 교육시스템의 확립이 절실하다”며 “수행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계율을 지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유토론 시간에도 혁혁한 의견이 제시됐다. 공청회에 참가한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 스님은 “불교에 대한 잘못된 교육, 종단 체제, 승려 개인의 역량 부재 등 복합적인 이유로 승단의 위기가 초래됐다”며 “올바른 교육과 강력한 기준·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가결사 법림의 이제열 법사는 범계를 일으키는 환경적 원인에서 재가자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법사는 “미얀마의 경우 신도들이 ‘스님을 알아야 제대로 모실 수 있다’며 율장을 배운다”고 소개하며 “재가자들도 율장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스님들이 범계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오는 9, 10, 11, 12월에 있을 대화마당에서 도출될 제안을 수렴하여 지속적으로 조계종 총무원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참여불교재가연대는 8월 29일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에 최근 조계종단에서 일어난 범계 사건들에 대한 ‘진실규명 질의서’를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