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용, 주택용 중심의 현생 전통사찰 전기요금 체계를 산업용, 교육용, 가로등용 등으로 재편하고 나아가 사찰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찰용 전기요금제’를 별도로 신설해야 한다는 불교계의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향후 사찰들은 중앙에 의존하는 에너지 공급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에너지 자립, 독립’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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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불교사회연구소 종책토론회에서 "현재 조계종 전통사찰들의 전기요금 체제를 산업용, 교육용 등으로 전환해도 큰 실익이 없다"며 불교계의 에너지 종책의 근원적 전환을 촉구했다.

“비정상적인 상황 만들지 말라”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7월 2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불교사회연구소 종책토론회에서 “향후 진행될 전기요금 체제개편이 기본방향과의 부합성, 적용의 현실성 등을 고려할 때 산업용 요금이나 교육용 요금을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며, 실질적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미미한 성과를 얻기 위해 감당해야할 비판이 너무 많아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찰용 전기요금제’ 도입에 대해서도 그는 “장기적 방안으로 전통사찰용 전기요금 시설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유사 사례를 볼 수 없는 절대 불가한 사항”이라며 “정부가 용도별 요금체제를 벗어나 산업용, 일반용, 교육용이라는 현재의 구분을 없애고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전압별 요금체제로 나아갈 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종별 구분을 신설하는 것은 수용 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사찰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부합하는 전기요금제도의 적용과 신설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정 연구실장은 더불어 “불교계의 주장처럼 소비자 그룹의 공공재적 기능과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면 모든 종교단체, 체육시설, 관광 관련 수요자, 의료기관, 공공기관, 사회복지시설, 친환경산업, 국방 부문 등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소비자 그룹이 각각 나름의 기능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제를 주장하게 될 것”이라며 “그 반면 나머지 소비자들은 원가 이상의 요금을 부담하면서 이들에 대한 보조를 해결해야 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통사찰에 맞는 전기요금 체제 필요”

정 연구실장의 토론에 앞서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전통사찰 전기요금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모색’ 발제를 통해 “문화적 가치, 상업적 가치, 공익적 가치, 교육적 가치를 통해 사회적 기능을 다하고 있는 전통사찰들에 적용되고 있는 전기요금 체제를 산업용, 교육용, 가로등용 등으로 재편돼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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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발제자로 토론회에 참석한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은 “불교계가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이 부족한 것 같다. 주요사찰들이 절전을 하는 등 기존 에너지 관련 시설 보완 및 관리에 충실한 다음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유정길 전 에코붓다 공동대표도 “솔직히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외국에 비해 너무 싼 것이 현실인데 종교단체에서 요금을 내려달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들다”며 “불교계가 원전을 반대하면서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요금을 내려달라고 하면 불교계를 공격하려는 세력들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될 것이다. 불교계가 사회적으로 미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근정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사무국장도 “사찰들이 전기요금 체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어떤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 사찰에 도움이 되는지 관련자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제의했다.

“사찰중심 지역 에너지 공동체 만들자”

사찰 에너지 소비 전환을 위한 제안도 제시됐다. 유정길 전 에코붓다 공동대표는 ‘사찰에너지 소비의 전환을 위하여’ 토론문을 통해 “사찰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는 우선 사찰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점검해 윗풍이 센 한옥구조에 단열보강과 기밀성을 높이는 개선이 선행되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찰들이 심야전기를 이용한 난방이나 냉방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되 태양열, 태양전지, 풍력, 파력, 소수력 등 각 지역의 특징에 맞게 재생에너지를 선택해야한다”며 “가능한 산속의 자연적 조건을 이용하는 등 사찰 에너지 소비양식을 근원적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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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길 전 에코붓다 공동대표.

더불어 그는 “사찰 단독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 소비하기보다는 사하촌 등 주변지역과 연동해 농부산물, 축산분뇨, 간벌한 나무 등을 이용해 에너지 자립을 위한 지역만들기를 시도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사찰은 지역정부, 주민들의 협력을 도출해야한다. 사찰을 중심으로 지역에너지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면 사찰이 지역의 정신적, 도덕적 중심이 될 뿐 아니라 불교가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불교사회연구소 측은 2008년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조사한 조계종단 전통사찰 전기사용 내역결과를 토대로 “군내 전기요금체계 중 단가가 높은 상위 2단계(일반용, 주택용)에 교구본사 전기요금의 61.8%가 분포돼 있어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불교사회연구소는 “공급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로등용 전기요금을 적용받는 곳은 쌍계사가 유일하다”며 “전통사찰들은 전체 운영비용 중 약 5~10% 이상을 전기요금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힌경 연구실장은 “쌍계사가 적용을 받았다면 다른 사찰들도 전기요금 체계를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역할과 기능, 특히 공공재적 성격을 띄는 역할과 기능을 하는 소비자 그룹의 경우에도 전기요금을 통한 지원이나 보조보다는 재정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이나 수혜자 부담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