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중기자
myhyewook@naver.com 2012-07-05 (목) 11:37우주만물 탄생의 근거가 되는 '신(神)의 입자(粒子)' 힉스(Higgs)가 발견됐다.7월 4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 중 가장 핵심적인 힉스와 일치하는 입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힉스’ 입자 존재가 밝혀짐에 따라 인류는 지난 1995년 이후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게 됐다.
과학계에서는 전자 발견 후 정보통신 시대가 열린 것처럼 힉스의 발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크게보기
시엠에스(CMS) 실험에서 양성자-양성자 충돌로 고에너지의 광자 2개를 만들어내는 모습의 가상도. (사진 출처= CERN)
힉스는 우주 탄생을 설명한 입자물리학 '표준모형(standard model)'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표준모형에서는 우주에는 12개 기본 입자와 이들 사이에 힘을 전달하는 4개 매개입자가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만약 입자에 질량이 없으면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다른 입자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우주만물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힉스가 자유롭게 움직이던 기본입자를 붙잡아 질량이 없던 기본 입자가 빠지면서 질량이 생기고 이동속도가 느려졌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CERN측은 이날 ‘힉스 발견’이라 단정하지 않고 힉스에 일치하는 새 입자발견이라고 발표했다. 실제 우주 전체 질량 중 현대물리학으로 설명되는 것이 4%에 불과한 현실을 반영한 것.
불교계에서도 이번 힉스 입자 발견을 반길 것으로 전망된다.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 스님 등은 ‘힉스’ 논리에 입각해 부처의 공(空)사상을 설명해 왔다. 고우 스님은 평소 “불교에 ‘불’자도 모르는 서양 물리학자가 부처님의 공사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며 “그는 인간을 수억만 개 원자덩어리라 정의했다. 우리는 독립된 육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수억만 개의 원자덩어리가 인간이라면 그 중 어느 원자 덩어리가 ‘나’일까? 그래서 부처님은 ‘공’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우 스님이 언급한 서양학자는 힉스 이론을 만든 영국 에든버러대 피터 힉스 교수. 그는 힉스 입자 발견 발표에 따라 올 노벨상 수상이 유력하다. 국내 과학계에서는 불의사고로 숨진 이휘소 박사가 살아있었다면 그 역시 노벨상 수상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박사는 1972년 힉스 교수가 제안한 가상의 입자에 ‘힉스 보존’이란 이름을 붙이는 등 이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동국대 종학연구소장 종호 스님은 “성철 스님께서 중도 사상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에 연결시켰다”며 “성철 스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에도 질량을 부여한 것처럼 과학과 불교사상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불교학계가 힉스이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불교사상을 연구한다면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철 스님은 법어집 ‘자기를 바로봅시다’에서 “고전물리학에서는 에너지와 질량을 두 가지로 분리했지만 상대성이론에서 제시한 등가원리는 에너지가 곧 질량이고 질량이 곧 에너지임을 보여 준다"며 "유형인 질량과 무형인 에너지가 서로 전환한다는 것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불생불멸의 원리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설파했다.
성철 스님은 1982년 초파일 법어를 통해 “바위는 분자-원자-입자-소립자로 나누어진다는 점에서 결국 소립자 뭉치이고 소립자는 원자핵 속에 앉아서 시시각각으로 색즉시공 공즉시색하고 있다. 스스로 자기가 충돌해서 문득 입자가 없어졌다가 문득 나타났다가한다"고 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교계 일각에서는 "불교를 과학 이론에 맞추려는 시도가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