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교수는 ‘<절요사기>와 <간화결의론>에서의 간화선 법문과 그 문제점’ 발제를 통해 “현재 전해지는 보조지눌의 저술 중에서 간화선에 대한 부분은 후대 제자인 진각혜심에 의해 위조돼 첨가된 것으로 보조의 사상으로 볼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크게보기
보조의 저서 중 간화선 부분이 진각혜심에 의해 위조됐다 주장한 박건주 교수

박 교수는 근거로는 “해당 부분이 다른 부분의 저술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며 “초기 선종 사상을 중시한 보조의 사상에서 간화선을 중시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보조지눌은 무심선(無心禪을) 중시하고 있는데, 화두에 집중하는 간화선은 무심선과 전혀 이질적인 것”이라며 진각혜심의 위조를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진각혜심과 무신정권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무신정권 세력이 자신들을 공격하는 교종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간화선을 높이 현창함으로써 불교계를 휘어잡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피력했다.

최연식 목포대 교수는 논평을 통해 “박 교수의 주장은 개인적인 견해일 뿐 구체적인 입증 자료가 없다”며 “근거의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 교수는 “무심선과 간화선이 상호 모순적이라 하더라도 양자를 종합하여 새로운 선법을 추구하는 모습도 있을 수 있다”며 “화두와 무심선은 문자선을 타파하기 위해 소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의 발제는 종합토론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다뤄졌다. 법산스님은 종합토론에서 “보조스님이 간화결의문 전에 대혜어록을 봤다는 것을 인정하면 간화선을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위작이라는 것이냐”고 의구심을 표현하며 “가정적인 것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건주 교수에 앞서 ‘성철스님은 왜 보조선을 비판 했는가’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병욱 교수는 성철 스님의 보조지눌 사상 비판에 대해 의문을 가했다.

성철 스님은 1967년 해인총림의 방장으로 취임하면서 강연한 <백일법문>을 통해 보조지눌의 정통성 문제를 제기, 보조선을 비판했다. 성철 스님은<선문정로>에서 보조지눌의 선 사상이 순수한 선이 아니라 화엄 선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또 스님은 <한국불교의 법맥(증보판)>에서는 ‘화엄선’이라는 용어 대신 ‘외선내교(外禪內敎)라고 말하며 보조사상을 구체적으로 비판했다.

“보조가 경절문의 활구를 알기는 하였지만 지해의 해독에서 벗어나지 못해 온전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 성철 스님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병욱 박사는 강건기 교수의 <선문정로>에 대한 비판, 박성배 교수가 말한 ‘<선문정로>에 나타난 문헌취급의 문제’, 목정배 교수의 ‘성철 스님의 보조선 비판의 논리적 일관 부족 지적’ 등 성철 스님의 보조 <선문정로>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더 나아가 이병욱 박사는 성철 스님의 ‘수증론’인 ‘돈오돈수’의 선종적 위치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

크게보기
‘성철스님은 왜 보조선을 비판 했는가’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병욱 교수

이병욱 박사는 “종문의 7서 (七書)에 포함되는 <선관책진>에서는 성철의 수증론과 다른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성철은 자신의 수증론을 옹호하기 위해서 서산대사 청허, 대혜종고, 나옹혜근의 사상을 유리한 부분만 인용하는 등 잘 못 인용하고 있다”고 밝혀, 수증론이 선종에서의 주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