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씨는 고민에 빠졌다. 사업도 잘 되지 않고, 대학 진학을 앞둔 큰 딸도 걱정이다. 몇 년 전만해도 사업도 잘되고 아이도 공부를 잘했는데 최근 들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집사람도 갓바위에서 최선을 다해 절을 올렸는데. 대책회의를 한 끝에 이들 부부는 모 사찰을 찾아 백일 동안 업장소멸을 위해 정성껏 기도를 올렸다. 그런데 백일 지났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왜 그럴까?

법림(法林)의 스승 적연 이제열 법사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불자들은 업장(業障)에 대한 총체적 이해 없이 업장을 죄(罪)와 동일하게 여긴다. 그래서 업장소멸을 죄장소멸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부처님께 참회를 하고 절을 하고 다라니 주문을 해도 근원적인 업장을 씻을 수 없다. 죄장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을 뿐이다”라고.

7월 1일 오전 ‘대승정법 재가결사 법림법회’ 본부 개원식 후 열린 법림 대중법회가 이날 오후 2시 동국대 대각전 법당에서 열렸다. 이날의 주제는 다름 아닌 ‘업장소멸의 길’. 이제열 법사는 이날 대중법회 법문을 통해 업장소멸의 바른 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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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 지었던 죄, 바로 전생의 죄업으로 인해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사고를 당하거나 생각지도 않은 비통한 일을 당하면 전생의 지은 과거의 업이 원인이 돼 금생에 고통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동서남북 어디에 업이 숨어 있다가 시기가 되면 튀어 나온다는 불안감에 살아가는 것이다.

“참회기도와 진언을 올리고 삼천배를 해 업장을 피하려 하는 것은 마치 동족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땅을 파서 서쪽으로 흐르게 하려는 것과 같다. 이미 지은 악업을 업장소멸 기도로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부처님 가르침에서 볼 때 이는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방편으로 업장소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과거의 업이 그렇게 무서우면 참회기도와 함께 선업을 지어야한다”

이 법사는 우선 ‘업’과 ‘죄’를 동일하게 여기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업장의 소멸이 죄의 소멸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법사는 “업과 죄는 분리된 용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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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들은 입을 열지 않아도 마음을 통해 계속해서 행위를 계속한다. 입으로 몸으로 실천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업을 일으키고 있다. 업은 무엇인가? 소박하게 말하자면 어떤 행위를 하기 전에 마음에서 우러나와 입이나 몸을 통해 일어나는 의도이다. 오온(五蘊) 중 행(行)은 의도의 뜻을 가지고 있다. 마음의 의지 작용이 육체나 언어로 전달돼 일어난 결과가 구업과 신업이다. 입과 몸을 통한 행위 이전에 마음에서 먼저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착할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것이다.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을 수 있다”

꽃을 보고 향기를 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나의 의지로 꽃의 향기를 맡는 것. 손으로 꽃을 매만지는 것. “참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 모두 업이라는 것이다.

“업으로 태어나 업에 살다 업으로 죽는 것이 중생”이며 “업은 곧 죄와 같다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업이 악행 적으로 나갈 때 악업이 된다”고 정의한 이제열 법사의 법문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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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사는 중생들은 ‘죄장’과 ‘업장’이란 강력한 장애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 생으로부터 지은 악업이 원인이 된 죄장은 현재와 미래에 괴로움이라는 과보를 주지만 업장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업장에는 ‘선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

“부모로서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악업인가? 남편을 사랑하는 것이 악업일까? 군대 간 자식을, 결혼 못한 자식을, 취직 못한 자식을 걱정하는 것은 분명 착한 생각이죠. 그런데 그런 착한 생각이 선업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져온다. 중생들은 착한 생각을 하면서도 그 속에 집착이 있기 때문에 장애를 느끼는 것이다”

이제열 법사는 △죄장을 가져오는 악업 △기쁨을 가져오는 선업 △기쁘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은 중간으로서의 무기업으로 업을 분리했다. 문제는 장애의 촉발. 이 법사는 “착한 생각을 하면서도 장애를 받는 것은 무명에 의해 생각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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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 법사는 “금생에 죄를 져서 바로 받는 ‘순현업’과 지금 죄를 지어 다음 생에 받는 ‘순선업’, 지금 죄를 지어 어느 세월이 가야 받는 ‘순후업’으로 과보가 들어난다”며 “단순히 죄업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선업과 무기업에서도 벗어나야 진정한 업장소멸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업장소멸의 길은 무엇일까? 이 법사는 마음(心)을 강조했다.

“업장소멸을 위해서는 총체적으로 마음을 문제 삼아 수행을 해야 한다. 단순히 악업이라는 단면만을 바라보면 업장을 소멸시킬 수 없다. 나로 인해 일어난 마음을 수행의 관건으로 삼아야 한다. 업을 제대로 알아야 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인다”고 설했다. 업장소멸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고 제거되면 어떤 삶이 열리는지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하지 않고 막연하게 부처님에게 절하면 업장이 소멸된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음이고 기만이다. 자기 속임수일 뿐이다. 나의 업장이 소멸됐는지 자기 자신이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업장이 제대로 소멸되지 않은 것이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업. 어찌 보면 불가항력 일수도 있다.

알지 못하는 타인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던진 사람. 아무렇지 않게 내 몸을 향해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곤충을 절단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렇게 선업과 악업은 천천히, 때로는 의지와 관계없이 급속하게 돌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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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를 하지 않고는 업장을 소멸할 수 없다. 삼천배를 해도 증득하지 못하면 업장소멸을 이룰 수 없다. 증득하는 길이 바로 마음공부이다. 부처님 말씀에 입각해 마음의 구조와 활동을 자세히 공부하고 간택해야한다. 색, 수, 상, 행, 식 가운데 어떤 것이 일어나는지 심도 있게 공부해야 한다. 공부했으면 실천해야한다. 실천이 바로 수행이다. 남에게 인색하지 않고 참고 인내하고 마음을 집중하고 관찰하고 선정과 지혜를 이뤄 그 힘에 의해 마음의 본성을 깨닫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업의 정체를 알면 그때서야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굴려야한다”

업장소멸의 방편은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과의 합일이었다.

이제열 법사는 이렇게 당부했다. “절에 가서 참회하고 집에서는 화를 내고 거만하다면 시간허비일 뿐이다. 세상을 살면서 경전 말씀이 마음속에서 함께 작용해야한다. 부처님 말씀 안 들으면 마음 다잡지 못하고 그러면 경계에 빠져 괴로움과 얽매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발심해야한다. 업장을 소멸한다고 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 중 하나이지만 전체라 할 수 있다. 업장을 소멸한 자에게는 지혜와 기쁨이 열린다. 탐진치 삼독이 깨진다. 사랑과 자비가 일어난다. 마음에 중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모를 뿐이다. 업에 대한 공부는 마음공부, 마음공부는 부처님의 법 공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