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승려도박 사건’ 등 최근 발생한 승풍 실추 사태를 정면 돌파 의지를 시사하는 봉축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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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5월 28일 조계사에서 봉행된 봉축법요식에서 관불의식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김진호 기자)

자승 스님은 5월 28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봉행된 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봉축사를 통해 “최근 우리 승가는 전혀 승가답지 못한 일로 국민 여러분과 사부대중께 큰 상처를 안겨드렸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안의 본질이 예사롭지 않음을 잘 인식하고 있다. 상처가 깊고 크기에 치유 또한 어렵고 오래 걸릴 것이지만 커다란 인내와 끈질긴 노력으로 승가 구성원들과 함께 묵묵히 걸어 가겠다”고 밝혔다.

5월 25일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들과 함께 ‘108참회 정진’ 후 “재임과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언급한지 3일 만에 일이다. 자승 스님이 현 사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부처님오신날 이후 사태 해결과 관련 어떤 행보를 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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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봉행된 봉축법요식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 대종사,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등 조계종단 대표 스님들과 함께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김주원 교정원장, 까를로스 알레르토 아가나라즈 아르헨티나 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 등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前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황우여 대표, 정몽준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지원 민주통합당 대표, 손학규 前 대표, 정세균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자리했다.

조계종은 올 봉축법요식을 ‘국민과 함께하는 법요식’으로 치루기 위해 용산참사 유가족 대표, 쌍용자동차 노조, 나눔의 집 할머니, 삼흥학교 어린이(탈북자 대안학교), 다문화 가정 어린이, 소방·경찰 공무원들을 내빈으로 초청해 관불 및 마정수기․헌향․헌화 등 법요식 행사에 동참토록 했다.

이와 함께 조계종은 종정인 진제 대종사를 제외한 모든 사부대중들이 조계사 앞마당에 마련된 의자에서 법요식을 봉행토록 하는 등 자비를 통해 평등을 실천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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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봉축법어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불화와 갈등은 탐진치(貪嗔癡)가 그 원인”이라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떨쳐버리고, 내 마음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반야(般若)의 밝은 지혜(智慧)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인개개(人人個個)가 참나를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종정 법어에 앞서 자승 스님은 승풍 사건으로 실추된 종단 위상 제고를 고려한 듯 봉축사를 통해 ‘참회와 실천’을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승가가 먼저 부처님의 지혜를 회복해 지니도록 힘써 노력 하겠다”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남과 북, 노동자와 사용자, 도시와 농촌, 전통과 현대는 대립과 경쟁의 관계에 있지 않다. 무지와 탐욕은 지혜와 나눔으로, 대립과 갈등은 화해와 공존으로, 차별과 배타는 존중과 상생으로 변화 발전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 한다”고 밝혔다.

자비행 실천도 다짐했다. 자승 스님은 “부처님은 연민과 자애를 마음의 바탕으로 삼으셨다. 이 땅의 모든 이웃에게 헌신하고 기쁨을 주는 일이 곧 자비행이다. 승가가 먼저 부처님의 자비 행을 회복해 지니고 힘써 실천하도록 거듭 노력 하겠다”고 했다.

승가의 실천과 함께 사회 구성원에게도 자비 행 실천을 촉구했다. 자승 스님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모든 이웃이 부처님의 자비 행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며 △속도와 경쟁 내려놓기 △시민의 정당한 참여가 실현되는 민주사회 회복 △경제 불균형, 불평등 극복 △공정하고 조화로운 공동체 이룩 등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자비 행 실천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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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사찰들은 이날 오전 봉축법요식 봉행 후 ‘관불의식’ 등 부처님이 이 땅에 나투신 참 뜻을 새기는 다양한 행사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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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불의식 등을 행하기 위해 조계사 일주문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불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