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는 정부가 추진 중인 도로명 주소에 따라 큰 길인 인촌로에서 갈라지는 기존 ‘개운사길’을 ‘인촌로23길’로 개편할 예정이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도로명 주소 개편은 도로마다 고유한 이름을 붙이고 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이어진 방향에 따라 번호를 지정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따라 올해 말까지 기존의 지번주소와 병용한 후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도로명을 사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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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개운산 개운사의 전경. 개운사의 주소에 친일파 인촌 김성수의 호가 포함될수도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도로명을 정하는 과정에서 지역민의 여론이나 역사성 등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주민 의견수렴과정이 부족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된 경우가 있어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조계종 개운사도 600년 역사의 개운사를 사전협의 한 마디 없이 도로명에서 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종단차원의 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할구청인 성북구청이 학교법인 승가학원에 지난 4월 알려온 새 도로명 주소는 ‘성북구 인촌로23길 60-46’이다.

특히 항일운동기념단체인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회장 민성진)는 5월 17일 ‘친일파 인촌(김성수)길 제정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민성진 회장은 “600년 고찰의 이름을 도로명에서 제외한 것도 큰 문제이지만, 대표적인 친일파의 호를 도로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성북구를 대표하는 고찰의 주소를 친일파의 호를 딴 도로명으로 바꾸겠다는 발상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 회장은 “성명발표에 이어 시정되지 않을 경우 성북구청 항의방문 등 추가조처를 통해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불교계 및 항일기념단체들의 반발움직임이 일자 성북구청은 개운사길 도로명을 회복시키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음은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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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인촌(김성수)길 제정에 반대한다

올해는 일제가 대한제국을 무자비하게 병탄한지 101년이 되는 해이다. 그 동안 독립투사들은 목숨을 걸고 일제와 싸워서 결국 일제를 패망시키고 말았다.

대한제국이 일제의 식민가 된 데는 일진회와 같은 친일파가 앞장섰기 때문이다. 이토를 처단한 안중근의사는 친일파를 몸소 제거한 일도 있었으며, 운암 김성숙 선생과 같은 이는 봉선사 스님출신의 유일한 임시정부 국무위원으로서 수십년 동안 이국 땅에서 일제와 친일파와 싸우며 피눈물을 토해냈던 것이 지난 100년의 역사이다.

해방이후 지난 65년 동안 우리는 국가를 바로 세우기 위해 친일세력과 전쟁을 해야만 했고 그로 인해 엄청난 고통과 국력을 낭비해야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친일세력은 우리사회에 건재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이 형국을 모진 고통 속에서 독립전쟁을 수행한 운암께서 보았다면 그는 분연히 일어나 친일파 처단에 목숨을 바쳤을 것이다.

지난 해 4월 성북구청은 개운사와 숭가학원에 부여된 ‘개운가길 51’이 ‘인촌로 23길 73-17’로 바뀐다는 내용의 「도로명주소 고지문」을 승가학원에 보내왔다. 이 도로명은 지난해 5월 개명, 6월 고시라는 행정절차를 걸쳐 올 7월 29일자로 저식으로 고시한다는 통보이다.

우리는 도로명이 바뀌는 것을 문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바뀔 도로명이 왜 친일파로 유명한 김성수의 호인 ‘인촌로’로 정해졌는가 하는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와 성북구청은 김성수가 어떠한 인물인지 몰라서 이런 짓을 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저들의 몰역사적 인식이 친일파 부활의 긋판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역사 위에서 태어나 역사의 길을 걷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돌아갈 운명인 것이다. 더러운 피의 역사를 되풀이하려는 자가 있다면 우리는 분연히 운암의 역사를 되살려 운암의 피로 또다시 성전을 할 수 밖에 없음을 강력히 다음과 같이 주장하면서 시정을 요구하는 바이다.

1. 어느 누구도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살아남는 자는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2. ‘개운사길 51’을 ‘인촌길’로 고치는 것은 유구한 개운사 지역의 역사를 말살하는 행위이다.

3. ‘인촌길’은 친일의 역사를 찬양하는 긋판으로 친일파의 부활에 앞장서는 반민족 행위이다.

4. 그러므로 유구한 역사의 길을 길이 빛내고 민족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인촌길은 물론이고 모든 친일파의 인명이 들어간 지명을 당장 없애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주장과 요구사항에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모든 책임은 서울시와 성북구에 있음을 천명하는 바이다.

2010년 5월 17일
사단법인 운암 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회장 민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