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는 물론 이웃종교계에서도 가산당 지관 대종사의 입적을 애도하는 애도문이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미 천주교의 정진석 추기경과 김희중 대주교의 애도문이 발표된 바 있고, 불교계에서도 태고종을 비롯해 대중결사, 중앙신도회 등 주요 단체들의 애도문이 발표됐다.

이들 단체들에 이어 3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로터스월드가 애도문을 발표해, 지관 대종사의 위덕을 기렸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 길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등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애도문을 발표했다. 또한 유교를 대표해 최근덕 성균관장이, 원불교를 대표해 김주원 교정원장이 각각 애도문을 보내왔다.

다음은 각계에서 발표한 애도문들이다.
--------------------------------------

실천승가회 애도문

가산 지관 대종사의 원적을 애도하며, 추모의 향을 올립니다.

일생을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실천하며 한국 불교사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가산 지관 대종사께서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조계종 원로의원과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큰스님은 모든 불자들의 덕 높은 스승이었으며, 국민들의 훌륭한 정신적 지도자이셨습니다.

대종사께서 평생을 바쳐 이룩한 수많은 불교 저서는 한국불교의 소중한 자산이자, 후학이 걸어가야 할 훌륭한 수행 지침이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종교화합과 평화를 위해 솔선했던 모습과 고통 받고 소외된 이웃을 향한 큰 스님의 따뜻한 이타행은 인천의 사표가 되어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이제 대종사께서는 해탈과 대자유의 피안으로 가셨지만 스님께서 남긴 공덕은 중생 제도의 원력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한없는 존경의 마음을 담아 추모의 향을 올리며, 큰 스님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불기2556(2012)년 1월 3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퇴휴 합장/(사)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합장

한기총 애도문

한국종교계의 지도자이시고 대한불교조계종 32대 前 총무원장과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前 대표의장(7대)을 지내신 가산 지관스님 입적하심에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스님께서는 불교계 뿐만아니라 종교계의 큰 지도자로서 우리 사회 속 종교 교류를 통한 헌신으로 화합과 일치를 이루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주셨습니다. 이에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의장으로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합니다.

2012. 01. 04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의장 길자연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애도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큰 스님의 갑작스런 입적 소식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종단의 큰 어른을 잃고 슬픔에 빠진 불자님들과 이 일로 인하여 크게 놀라셨을 자승 스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름지기 바른 인간의 길은 요익중생(饒益衆生)이라 말씀하시며 몸소 실천하시던 지관 스님의 맑은 미소와 경쾌한 발걸음이 여전한지라 더욱 황망한 마음입니다.

고인의 입적으로 인하여 남은 사람들이 더욱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시금 위로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2년 1월 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유교 애도문

깊고 깊은 셈 끝내시고
- 哀悼 智冠 큰 스님 -

지관 큰스님. 이승과의 인연이 참으로 질기고 끈끈했지요? 그래서 생각을 끊고 침상(寢牀)에서 하염없이 누워 계셨지요? 소식을 듣고도 저는 가 뵙지 않았습니다. 혼자 흔적 없이 깊고 깊은 셈(算)에 잠겨 있으리라 짐작(斟酌)했기 때문입니다. 그 한량(限量)없는 허허로운 셈을 이 때국에 절여 있는 속인(俗人)이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제 셈 다 끝내시고 모든 것 훌훌 벗어던지고 정토(淨土)세계로 떠나셨으니 속세간(俗世間)에 남겨진 이 외로움, 이 허전함, 무엇으로 달랠 수 있겠습니까? 틀림없이 “좋아하는 술 안 있나?”하시겠지요. 제게 자주 술 보내 주셨습니다. “좋은 차(茶) 생겨서 보낸다.”그래 놓고 받아 보면 향기로운 술이었지요.

부음(訃音)을 듣고 문뜩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경국사에서 점심을 먹고 한담(閑談)을 나누는 중에 “부모가 돌아가시면 하늘이 무너진 것 같다고 해서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 하는데 친구가 죽는 건 뭐라고 하지?”하셔서 “팔이 잘려 나가는 것 같다고 해서 절비지통(折臂之痛)이라 하지” 아른체를 했더니 “맞았어. 자기 능력에 과한 소임을 맡는 것을 절족지우(折足之憂)라고 하거던”하시고는 덧붙였지요. “아플 통(痛)자 말고 통곡할 통(慟)자 쓰는 것이 더 좋겠다.”

선지식(善知識)에게 넘치도록 쥐여진 그 학문, 불교대사림(佛敎臺詞林)에 담고 담고 하셨는데 그것 다 마치지 못하고 훌쩍 떠나셨습니다. 어째 그렇게 급하셨는지요.

정녕 팔 하나가 잘려나간 아픔입니다. 제 고향이 가야산(伽倻山) 면전에 자리한 매화산(梅花山)자락이고 나이도 한 살 차이라 각별한 정(情)으로 든든했었는데 먼저 가시다니- 극락왕생(極樂往生)하옵소서.

成均館長 崔根德 두손 모움.

원불교 애도문

지관 스님의 열반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스님께서는 자비롭고도 탁월한 인품으로 만중생의 의지처가 되시고 만사에 길잡이가 되시어 한국 불교계의 미래를 밝혀 주시었습니다.

학승 선승으로 우리 수행인들의 영성을 맑혀주시고 32대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종단을 이끄실 때 공의와 화합에 의한 종단 운영과 수행종풍을 진작하여 승가의 위의와 질서를 바로 잡아주셨습니다.

또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도 맡으시어 종교간 화합을 이끄시며 종교평화와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임종게에서 설하신 “팔십 년 전에는 그가 바로 나이더니 팔십년 후에는 내가 바로 그이로다”처럼 오고 감이 없는 해탈의 품에서 편히 쉬셨다가 다시 우리 곁에 큰 스승으로 오시길 심축합니다.

원불교 교정원장 김주원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