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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해(世間解). 부처님의 10명호 중의 하나이다. 그 뜻은 세상의 일을 잘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세상을 모르고 중생을 이끄는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 세간해는 지도자의 충분조건은 아닐지 몰라도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엊그제도 조계종에는 많은 비구(니)들이 탄생했다. 불교에서는 출가승을 하늘과 땅의 스승이라고 부르며 예경을 다한다. 주지삼보(住持三寶) 중의 하나로 귀의의 대상이니 불자들에게는 마땅히 존숭의 대상이다.

그러나 출가의식을 거쳐 삭발염의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삼보의 대접을 받으려 해서는 곤란하다. 뼈를 깎는 수행, 뼈를 깎는 인욕행, 지계행에 따라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경배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언급한다면 세간해에 대한 노력이다. 세상(속세)을 모르고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스승이 될 수는 없다. 이는 영어와 수학을 모른 이가 영어와 수학을 가르칠 수 없는 것과 같다. 완벽하게 영어와 수학을 알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이해는 있어야 선생으로서 활동할 수 있다.

스님들 중에 세상을 잘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철학 등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는 분도 드문 것 같다. 이래서는 안 된다. 세상을 구원하려면 구원의 대상인 세상부터 알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들이 어떤 언어를 쓰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가 가능하다.

세간해의 능력을 갖춘 스님들이 그리 많지 않다보니, 간혹 그런 능력을 갖춘 스님이 나타나면 세상은 뜨겁게 반응한다. 솔직히 비정상적인 일이다. 모든 스님이 다 마땅히 갖추어야할 세간해를 극소수의 스님만이 갖추고 있는 것도 비정상적이고, 따라서 그런 스님에 대해 세간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비정상적이다.

최근 원철 스님이 쓴 책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가 출판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월간 해인> 등 교계 매체에 간간히 글을 발표해온 스님은 불교계에서는 비중 큰 필자로 자리매김한 분이다. 어떤 분야건 스님에게 원고청탁을 하면 스님은 청탁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글을 생산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불교계의 거의 모든 매체에서 스님에게 원고를 부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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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그 답은 세간해다. 스님은 세상이, 이 시대를 사는 뭇중생이 무엇을 원하는 지, 특히 출가수행자에게 듣기를 원하는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를 아는 분이다. 세간해의 능력을 부처님만큼은 아닐지라도 상당히 갖춘 분이란 이야기다. 원철 스님은 말한다. 서울에서 ‘수도승’으로 살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천하의 진리를 논한다한들 그것은 그들만의 잔치임을 피부로 깨달았다는 것이다.

책 소개의 서론이 지나치게 길었다. 그러나 원철 스님의 책 내용 중 몇 가지를 뽑아 소개하는 것보다는 왜 원철 스님의 책에 세상이 반응하는가에 대한 원인을 고민하는 것이 더 요긴한 소개가 아니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생 공부’라는 부제를 단 원철 스님의 책은 절집이야기와 불교적 마음자세, 불교철학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어디에도 짐짓 불교를 드러내려거나 강요하려는 기색이 없다. 그저 길들이고 가꾸어나가면 삶은 저절로 아름다워진다고, 타고난 얼굴이야 고칠 수 없지만 인생을 살면서 변해가는 얼굴에 대한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조곤조곤 말하고 있을 뿐이다. 성냄, 어리석음, 탐욕, 일체의 번뇌가 사라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라는 부처님의 메시지를 이처럼 세상의 일상 언어로 풀어내고 있으니 종교를 떠나 세상 사람들이 스님에게 열광하는 것은 차라리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조계종 종단에서 중요한 소임을 맡아 서울에 와 살면서 스스로를 수도승(首都僧)이라고 지칭하는 스님. 스님이 말하는 수도승이 수도승(修道僧)이 아닌 수도승(首都僧)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중생들이 그 작은 단어에 얼마나 감동하는지를, 생각을 날로 비우는 것이 수행인데, 글쓰기란 생각을 날로 더해가는 일이라 고민스러웠다‘는 짧은 후기에 중생들이 얼마나 짜릿하게 전율하는지를 ‘영악’하게도 원철 스님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혹여 예서 ‘영악’이라는 표현이 불경스럽게 다가왔다면, 그것을 ‘일상’으로 만드는 것은 모든 스님들이 다 영악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터넷쇼핑몰에서 가장 싼 값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한 스님을 등장시킨 어느 광고의 장면처럼 모든 스님들이 세간해를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것보다, 외려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선풍을 통해 ‘세간해’의 중요성을 모든 스님들이 간파해내는게 더 급하고 값진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