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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신자로 알려진 A씨가 김천 개운사 법당을 훼손한 모습(사진=주지 진원 스님 제공)

한 개신교인이 사찰에 침입해 불상을 부수고 스님을 향해 '마귀'라고 칭하는 등 훼불 행위를 자행해 공분을 사고 있다. 

김천경찰서는 지난 17일 오후 10시30분경 김천 개운사(주지 진원 스님) 법당에 침입해 불상 등의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A씨(64)를 붙잡았다. 이 남성은 법당에서 불상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촛대와 향로, 목탁 등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A씨는 보안업체 직원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으나, 검거 당시 도망치지도 않고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개신교 신자라고 밝히고 주지 진원 스님을 향해 '마귀'라고 지칭했다.

이 남성은 검거 당시 "절도 성당도 미신이고 우상이다. 그래서 없애고 불 질러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경찰 조사에서도 "신의 계시"라고 말하다 나중에는 잘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훼불행위를 하기 직전인 17일 오후 10시께 김천 천주교 황금성당에 들어가 성모마리아상을 돌로 부순 것으로 드러났다.

개운사 주지 진원 스님은 이 같은 사실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종교 사회에 사는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리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진원 스님은 "저는 목사님과 수녀님들과 일도 하고 교류도 많다"면서 "대부분의 기독교인과 목사님 수녀님들은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이런 분들이 너무 많은 상처를 준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진원 스님은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다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배타적인 사고를 놓지 않으면 이 같은 훼불 사건은 또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종교 지도자들이 나와 다른 이웃종교에 대해 배려․수용하는 부분이 없으면, 이 같은 일이 언제든지 재발이 될 수밖에 없기에 캠페인 차원에서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현재 진원 스님의 이 같은 글과 사진은 20일 오전 11시 현재 네티즌에 의해 2천여 건 공유된 상태로, 누리꾼들의 위로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또 기독교계의 일부 매체에서 이를 보도하면서 일부 개신교 목사들이 스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사과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원 스님은 "이 같은 행위에 적대적으로 대처하면 이슬람 극단주의자나 다를 게 없다"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침착하게 정서적 공감대를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19일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자세한 사건경위를 조사한 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A씨는 정신 감정 결과,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